[GK LOCAL SPOT]치유와 공존의 섬, 소록도의 봄… "차별 너머 희망을 걷다"
- 선우진 기자
- 입력 2026.04.2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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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뉴스온 = 선우진 기자] 고흥반도 끝자락, 녹동항에서 소록대교를 건너면 '어린 사슴'을 닮았다는 섬 소록도에 닿는다. 한때 한센인들의 절망과 눈물이 서린 고립의 땅이었던 이곳은 이제 치유와 인권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다. 2026년 4월, 따스한 봄볕이 내리쬐는 국립소록도병원을 찾아 섬의 어제와 오늘을 짚어봤다.
흉터 위에 핀 인권의 꽃, 중앙공원
섬의 중심부에 위치한 중앙공원은 과거의 비극을 묵묵히 증언한다. 일제강점기 한센인들에게 강제 노역을 시켜 조성한 이 공원에는 '검시실'과 '감금실'이 보존되어 있다. 붉은 벽돌 담장 너머로 보이는 취조실의 흔적은 당시의 인권 유린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하지만 공원 한복판에 서 있는 '구라탑(救癩塔)'은 "문둥병을 구원한다"는 과거의 다짐을 넘어, 이제는 편견을 씻어내는 상징이 됐다. 산책로를 따라 핀 철쭉 사이로 방문객들은 숙연한 마음으로 섬의 아픈 역사를 마주한다.

'파란 눈의 천사'가 남긴 사랑의 온기
국립소록도병원 인근의 마리안느와 마가렛 사택은 여전히 정갈한 모습이다. 40여 년간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고 고국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던 두 간호사의 삶은 소록도 정신의 뿌리가 됐다.
지난 2023년 선종한 마가렛 간호사의 추모 물결은 2026년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섬 주민 김모(78)씨는 "그분들이 남긴 건 약만이 아니라 사람 대접이었다"며 "그 온기 덕분에 소록도가 더 이상 무서운 섬이 아닌 살만한 곳이 됐다"고 회상했다.

공존을 꿈꾸는 2026년의 소록도
현재 국립소록도병원은 단순한 요양 시설을 넘어 한센병 전문 진료와 연구, 그리고 역사 교육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흥소방서 등 유관기관과 합동 훈련을 실시하며 지역 사회와의 안전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등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섬 곳곳에 설치된 '소록도 박물관'은 한센병에 대한 잘못된 의학적 상식을 바로잡는 데 앞장선다. 100년 넘게 이어온 차별의 역사를 끊어내고, 질병이 아닌 '사람'을 보게 만드는 교육의 현장이다.
소록대교가 개통되며 육지와 연결된 지 10여 년. 소록도는 더 이상 단절된 섬이 아니다. 과거의 흉터는 치유의 흔적이 되었고, 그 위에 공존이라는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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