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세시풍속]"내 더위 사가라!" 달빛 아래 피어난 정월대보름의 낭만
- 정채연 기자
- 입력 2026.02.2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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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 밝아지고 부스럼 없고!" 맛있는 액막이
[GK세시풍속] "내 더위 사가라!" 달빛 아래 피어난 정월대보름의 낭만
글/기자 정채연
입춘이 지나고 코 끝에 스치는 바람에 제법 말랑한 봄기운이 섞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주인공은 따로 있죠. 바로 우리 민족의 명절, 정월대보름입니다.
어둠을 뚫고 솟아오른 둥근 달이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추던 어젯밤, 전국 곳곳은 액운을 쫓고 복을 부르는 소망의 불꽃으로 뜨거웠습니다.
▲"귀 밝아지고 부스럼 없고!" 맛있는 액막이
대보름의 아침은 경쾌한 '딱!' 소리로 시작됩니다. "내 더위 사가라"며 옆 사람에게 더위를 팔기도 하고, 부럼(호두, 땅콩)을 깨물며 올 한 해 피부병 없이 매끈하기를 빌어봅니다.
무엇보다 정월대보름의 백미는 식탁 위에 있습니다.
오곡밥:찹쌀, 차조, 붉은 팥, 수수, 검은콩 등 다섯 가지 곡식이 어우러진 오곡밥은 풍요를 상징합니다.
진채(묵은 나물):겨우내 말려두었던 나물을 볶아 먹으며 다가올 여름의 더위를 이길 힘을 비축하죠.
귀밝이술:아침 일찍 데우지 않은 청주 한 잔을 마시면 귀가 밝아지고 좋은 소식만 듣게 된다는 달콤한 속설까지 더해집니다.
▲ 달집태우기와 쥐불놀이, 밤하늘을 수놓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면 본격적인 잔치가 시작됩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쌓아 올린 달집에 불이 붙는 순간, 사람들은 저마다의 소원을 담아 달을 향해 두 손을 모읍니다.
"우릿집 건강하게 해주세요", "올해는 꼭 취업 성공!" 같은 간절한 목소리들이 타오르는 불꽃 사이로 흩어집니다.
아이들은 논둑에서 쥐불놀이깡통을 돌리며 불꽃 원을 그리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해충을 쫓고 땅에 기운을 불어넣는 이 오래된 의식은 현대인들에게는 잊지 못할 '불멍'의 낭만을 선사했습니다.
▲ 달빛은 나누고, 복은 채우고
정월대보름은 단순히 먹고 즐기는 날을 넘어, 이웃과 정을 나누고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따뜻한 시간입니다. 꽉 찬 보름달처럼 우리 모두의 마음도 부족함 없이 넉넉해지길 바라봅니다.
독자 여러분, 혹시 어제 소원 비는 걸 깜박하셨나요? 걱정 마세요. 달빛의 기운은 오늘 밤에도 여전히 은은하니까요. 오늘 저녁, 가족들과 오곡밥 한 그릇 나누며 따뜻한 덕담 한마디 건네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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