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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뉴스]1944년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난 항일 의거 ‘고려독립청년당’… 암바라와 추모비,

  • 이후형특파원 기자
  • 입력 2026.03.1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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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지 군부대 ‘문구 수정’ 요구로 추모비 설치 중단 “이제는 정부가 나설 때”

 [GK뉴스온 이후형 인도네시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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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희생자 추모비와 이를 제작한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 한인회 (사진 제공 : 김주명)

 

1945년 1월, 인도네시아 자바섬 중부 암바라와, 일제의 총칼에 맞서 “대한 독립”을 외쳤던 조선 청년들의 함성이 적도의 땅에 울려 퍼졌다. 일본군에 의해 ‘포로감시원’으로 강제 동원된 이들은 비밀결사 ‘고려독립청년당’을 조직하고 무장 의거를 감행했다. 80여 년이 지난 오늘,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추모비는 세워지지 못한 채 이국의 땅에서 멈춰 서 있다.

 

 ■ 적도에서 울린 독립의 외침, 뒤늦은 역사 복원

 

 고려독립청년당은 1944년 12월 조직된 항일 비밀결사다. 이들은 1945년 1월 손양섭·민영학·노병한 등을 중심으로 일본군 무기를 탈취하고 일본군을 공격하는 ‘암바라와 의거’를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군 12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렸지만, 이후 대대적인 추격 속에서 끝까지 항거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독립운동가로서의 절개를 지켰다. 이들의 활동은 오랜 시간 역사 속에 묻혀 있었으나, 2008년 이상문·이억관 선생 등이 독립유공자로 서훈되면서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의거 현장인 암바라와에는 이들의 역사를 알리는 표식 하나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다. 

 

■ 추모비 건립 ‘중단’… 문구 문제로 2년째 표류

 

 이 같은 역사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인도네시아 중부자바 한인사회와 (사)고려독립청년당기념사업회는 2023년부터 자발적인 모금으로 추모비 건립을 추진해 왔다. 화강암으로 제작된 추모비는 무궁화 꽃잎 7매를 형상화해 희생과 애국정신

을 상징적으로 담았으며, 과거 일본군 위안소이자 의거 현장이었던 암바라와 성 입구에 설치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설치를 앞두고 현지 군부대가 추모비 후면에 새겨진 김준규 시인의 헌시 ‘샛별의 기도’ 일부 표현을 문제 삼으며 수정 또는 삭제를 요구한 것이다. 문제가 된 표현은 “사랑하는 조국을 등지고 청춘을 유린당한 채”, “조국이 해방되던 날의 열화 같은 함성” 등으로, 군부대 측은 해당 문구가 현지 정서에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사회는 “강제 동원과 식민지의 고통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비문의 핵심 의미를 훼손하는 수정 요구는 추모비의 정체성을 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 민간 협상 한계… “외교 의제로 격상해야” 


기념사업회와 한인사회는 지난 2년간 군부대와 협의를 이어왔지만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인사회는 “암바라와 의거는 단순한 투쟁 사건이 아니라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의 중요한 축”이라며 “문화유산 보존과 역사 외교 차원에서 국가간 의제로 격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내 재조명 움직임… “개인의 역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

 

 국내에서도 고려독립청년당을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3월 1일 경북 안동에서는 기념사업회 창립총회가 열리며 학술 연구와 역사 발굴이 시작됐다. 기념사업회 이위발 이사장과 김주명 사무국장은 “적도의 땅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청년들의 역사가 아직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며 “이제는 국가와 사회가 함께 나서 이들의 이름을 역사 속에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고(故) 이상문 애국지사의 아들 이신형 씨는 “고려독립청년당의 활동과 희생은 개인의 역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더 늦기 전에 국가가 나서 바로 세워야 합니다.”라고 촉구했다.

 

 ■ 멈춰선 기억, 이제는 국가가 응답해야

 

 82년 전 인도네시아에서 울려 퍼졌던 독립의 함성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만 그 역사를 기억하고 이어갈 책임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남아 있을 뿐이다. 암바라와 추모비 건립 문제는 단순한 시설 설치를 넘어, 대한민국이 해외 독립운동의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계승할 것인가를 묻는 상징적 과제가 되고 있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할 시간이다. 추모비가 ‘타협된 기억’이 아닌 ‘온전한 역사’로서 기억될 수 있을지, 대한민국 정부의 관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GK뉴스온 이후형 인도네시아 특파원

hhleejk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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