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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뉴스온]검사상 '관심군' 아니었던 학생들…보호망은 왜 놓쳤나(벼랑 끝 아이들 ② — 보호망편)

  • 안재민 기자
  • 입력 2026.09.28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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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서·행동특성검사 관심군 4%대 불과…전문상담교사 배치 49.6%, 위기학생 연계는 지표따라 엇갈려

 

(GK뉴스온 디지털팀장 안재민 기자) 벼랑 끝 아이들 ② — 보호망편

 

검사지는 '정상'이라고 적혀 있었다.

숨진 학생 상당수가 그랬다.

신호는 있었는데, 보호망은 왜 아이들을 붙잡지 못했나.

 

○ 선별검사가 놓친 80%

 

국가가 운영하는 학생 정신건강 선별 체계가 정작 위험한 아이들을 놓치고 있다. 상담교사노조와 강경숙 의원(조국혁신당)이 2026년 6월 공개한 문제 제기에 이어, 정부 대책 발표 자료에서도 자살자의 약 80%가 정상군으로 분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검사에서 관심군으로 분류되는 학생 비율 자체도 4%대에 그친다.

 

관심군 여부는 자살 위험을 확정하는 진단이 아니라 추가 관찰과 상담이 필요한 학생을 가려내는 기준이다. 관심군이 아니었다고 위험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1차 거름망이 대부분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은 체계 전반의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 1차 관문: 아이들은 속마음을 적지 않는다

검사가 학생 본인의 응답에 의존하는 구조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교육부 신민철 학생건강안전정책국장은 2026년 6월 브리핑에서 "청소년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심리나 불안을 잘 표출하기 싫어한다"며, 결과에 따른 상담·치료 연계를 두려워해 진실되게 답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 2차 관문: 발견해도 지역별 편차가 크다

찾아낸 학생의 치료 연계에도 간극이 있다. 백승아 의원실이 2024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살위험군 학생의 전문기관 연계율은 2023년 81.9%였다. 지역별로는 경기 67.2%, 서울 75.1%로 낮았다. 현장 담당자의 91.4%가 '학부모의 연계 거부'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다만 이보다 넓은 범주인 관심군 전체 기준으로는 개선 흐름도 있다. 국회 교육위 김준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026년 9월 7일 공개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관심군 학생의 전문기관 연계·조치 비율은 2021년 74.4%에서 2025년 86.1%까지 꾸준히 올랐다. 관심군으로 '걸러진' 학생에 대한 후속 조치는 개선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더 위급한 자살위험군의 연계는 여전히 지역별 편차가 크다는 뜻이다. 강경숙 의원실과 상담교사노조는 '선지원·후안내' 방식의 선제적 접근을 제안했다.

 

▶ 3차 관문: 상담할 사람이 없다

김준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026년 9월 7일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만2167개 학교 가운데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5169곳(42.5%)에 그쳤다. 여러 학교를 도는 순회교사 868명을 더해도 전체 학교 수 대비 배치율은 49.6%다. 학교 두 곳 중 한 곳에는 상주 상담교사가 없다. 부산은 58.2%인 반면 강원 37.2%, 전남 38.4%에 그쳤다. 상담 공간인 Wee클래스도 고교 94.9%, 중학교 88.5%에 설치돼 있지만 초등학교는 66.2%, 특수학교는 45.4%다.

 

신 국장은 "모든 학교에 배치되지 않은 상황이라 교사 1인당 학생 수 기준 자체가 성립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기 발견을 외치지만, 발견할 사람부터 부족한 셈이다.

 

○ 새 법은 시행됐지만…"교사에게 복지까지 떠넘겨"

 

2025년 1월 21일 공포된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2026년 3월 1일부터 학교에서 전면 시행됐다. 학교별로 통합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선정하고, 학교장이 총괄을, 교감이 조정을 맡는 구조다.

교원단체는 업무 전가를 비판한다. 전교조 박영환 위원장은 "교사는 조기 발굴에 집중하고 이후 교육지원청이 지역사회와 연계해 전담하는 체계로 작동해야 하는데, 교사에게 복지업무까지 떠맡기려는 셈"이라고 말했다. 교총도 구체적 가이드라인 없는 시행을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 24시간 따라오는 폭력, 디지털 공간

 

학교 담장 밖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위기가 번지고 있다. 푸른나무재단이 전국 초·중·고생 1만2002명과 보호자 5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025년 5월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이버성폭력 피해 비율은 2021년 2.8%에서 2024년 13.3%로 약 4.8배 늘었다. 피해의 24.7%는 딥페이크가 악용된 사례였다.

 

정신건강 타격은 컸다. 자살·자해 충동 경험률은 성폭력 피해 학생 44.8%, 사이버성폭력 피해 학생 65.6%로 전체 피해 학생 평균(38.0%)을 크게 웃돌았다.

 

▶ 가해자는 "아무 일도 없었다"

제재는 공백 상태다. 사이버폭력 가해 학생의 81.4%는 가해 후 플랫폼에서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길성 푸른나무재단 이사장은 "딥페이크 피해자의 70%가 10대라고 경찰청에서 발표했다"며 플랫폼 기업의 책임 이행 공시제 법제화 등 대응 강화를 촉구했다.

 

▶ AI에 마음을 털어놓는 아이들

새로운 변수도 등장했다. 보건복지부 이선영 정신건강정책관은 브리핑에서 최근 사망 사건 분석 결과 시도 직전 AI에 상담한 기록이 확인된 사례들이 있다고 밝혔다. AI 답변에 관한 가이드나 준칙은 아직 없다. AI는 발견 도구로도 쓰인다.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청소년 상담원이 온라인상 위기 상황을 수기로 찾아내 연계한 건수는 지난해 2만9000건에 달했다.

 

○ 가장 가까운 곳의 위험, 가정 

 

교육부 자료에서 학생 자살 원인은 가정 문제 77건, 정신과적 문제 58건, 학업·진로 54건, 대인관계 38건, 원인 미상 79건으로 분류됐다(교사 추정 기준, 중복 분류 가능해 단순 합산 불가). 원인이 확인된 항목 중 가장 많은 것은 가정 문제다.

이는 아동학대 통계와 맞물린다. 보건복지부가 2026년 9월 3일 발표한 '2025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학대행위자는 부모가 2만172건으로 전체의 85.3%였고, 발생 장소는 가정 내가 83.5%로 가장 많았다.

 

○ 찾지 못하고, 잇지 못하고, 막지 못했다

 

선별검사는 아이들의 속마음에 닿지 못했고, 발견된 학생 중 특히 자살위험군은 지역별로 치료 연계 편차가 컸다. 학교 절반에는 상담교사가 없었고, 스마트폰 속 폭력과 가정 안의 위험은 학교 밖에서 자랐다. 각 단계의 작은 틈이 겹치면서 아이들이 보호망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 자살예방 상담 안내: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다면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청소년상담 1388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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