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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뉴스온]프로그램 '비법 소스' 뚜껑이 열렸다…AI 도구 REA, 소프트웨어 기업에 던진 숙제

  • 안재민 기자
  • 입력 2026.10.1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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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그램 속 비밀을 AI가 풀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 기업은 무엇으로 살아남나?

 

 (GK뉴스온 디지털팀장 안재민 기자)

 

이제 AI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남이 만든 프로그램의 '비법 소스'까지 읽어 내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무료 도구 ‘REA’가 있다. 내가 매달 돈 내고 쓰는 앱은 안전할까? 그리고 소프트웨어 기업은 무엇으로 살아남을까?

 

○ 꽁꽁 닫혀 있던 '비법 소스'의 뚜껑

 

맛집의 비법 소스는 맛은 봐도 레시피는 알 수 없다. 우리가 쓰는 프로그램도 뚜껑을 꽉 닫은 소스 병과 같았다. 써 볼 수는 있어도 속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볼 수 없다. 이 '보이지 않는 속'이 그동안 소프트웨어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이었다.

REA는 이 병 속을 들여다보는 도구다. 사람이 "이 기능은 어떻게 돌아가지?"라고 맡기면, AI가 프로그램을 분석해 원리를 설명하고 비슷한 기능을 구현하도록 돕는다. 예전에는 최고 전문가가 몇 달씩 매달려야 하던 일이다.

 

먼저 오해부터 풀어야 한다. REA가 있다고 포토샵 같은 프로그램 전체를 버튼 하나로 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발진도 REA가 원본 설계도를 되살리거나 앱을 자동으로 복제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뚜껑을 통째로 따는 기계가 아니라, 병 속을 한 숟갈씩 맛보며 성분을 짚어 내는 도구에 가깝다.

 

▶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하는 AI

 

AI는 모르는 것도 아는 척 지어내는 버릇이 있다. REA는 AI에게 결과를 '확인한 것', '추측한 것', '모르는 것'으로 나눠 적게 한다. 성과도 이 수준에서 봐야 한다. REA를 활용한 분석에서 AI는 1996년 게임 ‘DX-Ball’의 소리 위치 계산 로직 하나를 찾아 다시 만들었다. 이 결과물은 원본과 비교한 3,205건의 테스트를 통과했다. 소스 전체가 아니라 재료 하나의 배합을 정확히 맞힌 셈이다.

 

○ 엿새 만에 1만 개에서 23만 개로…왜 열광했나

 

 

REA는 2026년 4월 조용히 공개됐다. 이후 반년 가까이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10월에 불이 붙었다. 개발자들이 모이는 사이트 깃허브에서는 관심 있는 프로젝트에 '스타'를 누른다. 스타는 사용자 수가 아니라 관심의 크기를 보여 주는 지표다. 10월 8일 무렵 1만 개 남짓이던 REA의 스타는 10월 11일 하루에만 3만 개 넘게 늘었다. 10월 14일에는 23만 4천여 개를 기록했다.

열광의 이유는 하나다. 전문가만 하던 일을 누구나 AI와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비법 소스를 맛볼 수 있는 혀가 갑자기 모두에게 생긴 것이다.

 

 

○ 내가 쓰는 앱과 무슨 상관일까

 

 

우리가 매달 구독료를 내는 앱의 가치는 '남들이 쉽게 못 만든다'는 데 있었다. 그 벽이 낮아지면 기업은 두 가지 선택 앞에 선다. 더 깊이 숨기거나, 더 믿을 만한 회사가 되거나.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질문은 이것이다. "이 회사는 문제가 생겼을 때 끝까지 책임져 줄까?" 앞으로 앱을 고르는 기준은 기능 목록보다 이 질문에 가까워질 것이다.

 

 

○ 소프트웨어 기업에 떨어진 새로운 숙제

 

 

"기능을 잘 만들어 두기만 하면 돈을 번다"는 오래된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시장은 이미 불안을 드러냈다.

포토샵을 만드는 어도비의 주가는 240달러 안팎이다. 2021년 기록한 사상 최고가보다 60% 넘게 낮고, 올해 들어서만 30% 안팎 떨어졌다. 비슷한 시기, 한 개발자가 AI를 활용해 포토샵과 비슷한 화면과 작업 방식을 갖춘 무료 프로그램 '아트크래프트'를 약 2주 만에 공개했다는 소식도 퍼졌다.

 

다만 아트크래프트는 REA와 별개의 프로젝트다. 개발 측 스스로도 아직 전문가가 매일 쓰는 포토샵을 대신할 수준은 아니라고 인정했다. 겉모양이 비슷한 병은 나왔지만, 맛까지 같은 소스는 아직 아니다.

 

 

▶ 주가는 흔들려도 매출은 최대…답은 '신뢰'

 

반전도 있다. 어도비의 2026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은 66억 2,000만 달러(약 9조 원)로 역대 최대였다. 화면은 흉내 낼 수 있어도, 문제가 생겼을 때 끝까지 책임져 주는 회사까지 흉내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핵심 기술을 사용자 컴퓨터가 아닌 회사 서버 안으로 옮기는 흐름이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회사 서버 속까지는 들여다볼 수 없다. 비법 소스를 손님 식탁이 아니라 주방 깊숙한 곳에만 두는 셈이다. 앞으로 소프트웨어의 무기는 코드가 아니라 데이터, 책임, 신뢰라는 진단이다.

 

 

▶ 고객을 화나게 한 회사가 먼저 표적

 

경고도 있다. 비싼 요금과 해지 위약금으로 원성을 산 회사일수록 표적이 되기 쉽다. 어도비는 해지가 어려운 구독 상품 문제로 미국 연방 소송을 겪었고, 1억 5,000만 달러에 합의했다. 화난 개발자가 AI로 공짜 대체품을 만들어 뿌릴 수 있는 시대다. 단골을 잃은 식당이 가장 먼저 흉내 내기의 대상이 된다.

 

 

○ 써도 될까? 선은 지켜야 한다

 

 

REA 공식 안내는 내 프로그램의 오류 찾기, 잃어버린 설계도 복구, 다른 프로그램과 호환 맞추기, 보안 점검 같은 용도를 권한다. 남의 유료 프로그램을 베끼거나 복제 방지 장치를 푸는 일은 지원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우리 저작권법도 이런 분석을 일정 요건을 갖춘 호환 목적에 한해서만 허용한다.

인기를 노린 가짜 REA도 돌았다. 일부는 보안 프로그램이 악성코드로 판정했다. 현재 공식 안내에 따르면 공식 경로는 github.com/morluto/rea, rea.tools, npm의 rea-agents 세 곳이다. 남의 주방 레시피는 맛볼 수 있어도, 함부로 가져다 팔 수는 없다.

 

 

○ 급변하는 AI 시대, 사람에게 남는 것

 

 

AI는 이제 만드는 것을 넘어 남이 만든 것의 속까지 읽어 내기 시작했다. 기업은 '무엇을 숨길까'보다 '무엇으로 신뢰받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

 

교육 현장도 같은 숙제를 받았다. 다음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코딩 문법을 외우는 능력보다 AI가 내놓은 답의 근거를 따져 묻는 눈이다. 할 수 있는 일과 해도 되는 일을 구분하는 판단력도 함께 필요하다. REA가 AI에게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하게 했듯, 사람에게도 그 정직함이 필요하다.

 

열쇠를 쥔 사람도 법과 윤리라는 문턱 앞에 서 있다. 뚜껑은 열렸다. 그 안의 레시피로 무엇을 만들지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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