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효 @위키백과
[GK뉴스온=박주은 기자]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원효 스님의 '해골물' 일화. 밤중에 달게 마신 물이 아침에 보니 해골에 담긴 썩은 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깨달은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내는 것(일체유심조)"이라는 가르침은 우리 정신사의 근간을 이룬다.
하지만 당대 최고의 학자였던 원효가 화엄경 소를 집필하던 중 돌연 붓을 꺾고 무애박을 든 채 민중 속으로 뛰어든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책한민국'을 통해 소개된 강기진 저자의 '원효의 마음공부'는 그 심오한 내면의 여정을 현대적 시각으로 풀어내 주목받고 있다.
■ '한 마음(一心)'이라는 우주의 실체
원효 사상의 핵심은 '한 마음'에 있다. 영상에 따르면 원효는 마음이 일어나기에 온갖 존재가 생겨나고, 마음이 멸하기에 토굴과 무덤이 둘이 아님을 깨달았다 [03:19]. 그는 '한 마음'을 나의 마음이자 너의 마음, 나아가 천지와 우주의 마음으로 정의했다.
이러한 통찰은 오늘날 뇌과학과 인식론의 관점에서도 흥미롭게 해석된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이미지는 객관적 실체가 아니라 마음이 그려내어 투사한 '환영(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겪는 고통의 원인 역시 바깥세상이 아닌 우리 마음의 인식 체계에 있다는 설명이다.
■ 자아라는 이름의 '임시 배역'
저자는 원효를 빌려 우리가 흔히 '나'라고 믿는 자의식이 실제로는 임시로 붙여진 이름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 영화 '다크나이트'의 히스 레저가 조커라는 배역에 몰입해 고통받았던 것처럼, 우리 역시 부장, 사장, 교수와 같은 사회적 배역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번뇌에 빠진다는 것이다.
원효는 이러한 이분법적 분별(내 편과 네 편, 기쁨과 슬픔 등)을 넘어설 때 비로소 궁극의 자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 지금 이 땅 위에서 펼쳐지는 '육도윤회'(六道輪廻)
원효의 독창성은 윤회를 사후 세계의 일로만 치부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그에게 '육도윤회'는 지금 이 땅 위에서 우리 마음이 매 순간 지어내는 현실이다 .
분노에 휩싸일 때 우리는 아수라가 되고, 탐욕에 눈이 멀 때 아귀가 된다.
결국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인류 사회는 축생계로 퇴보할 수도, 천상계로 나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 원효가 현대인에게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다.
■ 한국인의 심성, '하나'의 뿌리
원효의 '한 마음' 사상은 고려의 지눌, 조선의 이황, 그리고 근대 동학으로까지 이어지며 한국인의 기본 심성을 형성해 왔다 . 우리가 자주 쓰는 "우리는 하나"라는 말 역시 마음이 하나라는 뜻이며, 한국인은 늘 자신과 타인 안에서 이 '한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존재라는 해석이다 .
붓을 꺾고 거리로 나선 원효의 발걸음은 결국 이론에 갇힌 진리가 아닌, 고통받는 민초들의 삶 속에서 생동하는 '한 마음'을 구현하기 위함이었다. 복잡한 현대 사회 속에서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원효의 마음 공부는 여전히 유효한 치유의 안내서가 되어주고 있다.
☞육도윤회(六道輪廻)는 불교에서 중생이 선악의 업에 따라 지옥도, 아귀도, 축생도, 수라도, 인간도, 천상도 등 여섯 세계를 계속 돌아다니며 생사윤회를 반복하는 것을 뜻함. 한자 풀이로는 육(六: 여섯)·도(道: 길)·윤(輪: 바퀴)·회(廻: 돌다)로 구성되어, ‘여섯 길을 바퀴처럼 돌다’는 의미
박주은 기자 (GK뉴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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