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도 하루 한 끼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시민이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혼자 밥을 먹는 노인, 인력과 시설이 열악한 소규모 유치원·어린이집 원아들이 그 대상이다. 급식의 질과 안전은 소득과 기관 규모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이 격차를 줄일 현실적 해법으로, 자치구별 '공공 집단급식소' 설치를 서울시장 및 서울시교육감 후보에게 강력히 제언한다.
서울시에는 현재 기초생활수급자 약 17만 명을 포함해 복지급식 지원이 필요한 취약계층이 상당수다. 무료급식소가 일부 운영되고 있으나 접근성이 낮고, 공급량이 수요에 못 미친다. 노인복지관의 경우 식자재 조달과 조리 인력 모두 자체 해결해야 해 영양 균형을 갖춘 식단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크다. 정원 19명 이하 소규모 유치원·어린이집은 급식 위탁 계약 자체가 어려워 원장이 직접 조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각 자치구에 거점 집단급식소 1~2개소를 설치하고,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소규모 유치원·어린이집·노인복지관에 조리 완료 급식 또는 반조리 식자재를 공급한다. 위탁 운영 또는 서울시 직영 방식으로 운영하되, 영양사·조리사 등 전문 인력을 상시 배치해 위생과 영양 수준을 균일하게 관리한다.
저출생 여파로 서울 시내 학교의 빈 교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학생 수 감소로 인해 활용되지 않는 교실이 수천 개에 달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 통폐합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 유휴 공간을 집단급식소로 전환하면 부지 매입이나 건물 신축 없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학교 내 기존 급식실
인근 주민센터 조리시설
소규모 유치원 · 어린이집
노인복지관 · 지역아동센터
식재료 단가 절감(공동구매)
조리 인력 효율화
사회적협동조합 위탁 가능
학교급식 연계 통합 관리
폐교를 활용할 경우 조리동·냉동·냉장창고·배송 차량 주차 공간까지 확보할 수 있어 대규모 위탁급식에 적합한 환경이 갖춰진다. 서울시교육청과 자치구가 협력해 학교 공간 사용 협약을 체결하면, 교육예산과 복지예산을 함께 절감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일본은 1954년 학교급식법을 제정한 이래 '학교급식 센터(学校給食センター)' 모델을 전국에 정착시켰다. 하나의 센터가 반경 수 킬로미터 내 복수의 초·중학교에 급식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식재료 공동구매와 조리 인력 집중 배치를 통해 1식당 단가를 낮추면서도 영양 기준을 높였다. 현재 전국 3,400여 개 센터가 약 930만 명의 학생에게 급식을 제공한다.
주목할 점은 고령화 대응으로의 확장이다. 도쿄도 세타가야구(世田谷区)·네리마구(練馬区) 등 일부 자치구는 학교급식 센터 인프라를 활용해 독거 노인 대상 도시락 배달 서비스와 복지시설 급식 공급을 병행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가동률이 낮아진 센터를 지역복지 거점으로 재편한 것이다.
한국의 상황은 일본이 이미 경험한 경로와 유사하다. 일본이 저출생·고령화가 맞물리는 시점에 '학교 → 지역복지 복합 거점'으로 전환했듯, 서울도 지금이 전환의 적기다. 학교 급식 인프라를 지역 전체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급식망으로 확장하는 것은 이미 검증된 모델이다.
서울시장 후보는 자치구별 거점 집단급식소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25개 자치구에 단계적으로 확산하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유휴 교실과 폐교를 급식 거점 공간으로 개방하는 조례 제정 및 예산 편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급식은 복지의 기본이자 교육의 토대다. 아이도, 노인도, 저소득층도 같은 밥상에서 균등한 영양을 누릴 수 있도록 서울이 먼저 길을 열어야 한다.
"밥 한 끼의 평등이 곧 도시의 품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