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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상칼럼]대법관 임명 절차를 재고할 시점이다

  • 유호상 기자
  • 입력 2026.08.3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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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부 독립과 민주적 정당성, 이제는 함께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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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호상 칼럼니스트

최근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과 대통령실의 재제청 요구를 둘러싼 갈등이 정치권을 넘어 헌법적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 사안을 단순히 현 정부와 사법부 간의 힘겨루기나 특정 인사의 성향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번 논란은 우리 헌법이 정하고 있는 대법관 임명 및 제청 구조 자체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법관은 헌법에 따라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법원장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구조이지만, 최종적인 제청권이 대법원장에게 있다는 점에서 대법원장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과연 오늘날 대한민국의 민주적 가치와 국민의 눈높이에 충분히 부합하느냐는 것이다.

 

 

사법부 독립과 인사권 집중은 다른 문제다

 

사법부의 독립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정권이나 정치권력이 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며, 법관이 외부의 압력 없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사법부의 독립과 사법부 인사권의 집중은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사법부 독립을 이유로 최고법원 구성 과정에서 특정 기관이나 특정 인물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 역시 경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법관은 개별 사건의 재판을 넘어 대한민국의 법 해석과 사회적 기준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리다. 따라서 대법관 구성 과정에는 전문성뿐 아니라 국민적 신뢰와 민주적 정당성이 함께 요구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대법관 제청·임명 구조가 충분히 다양한 사회적 의견을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주요 국가들은 권한을 분산한다

 

세계 여러 민주국가들은 최고법원 또는 헌법재판기관의 구성을 특정 권력기관 한 곳에 집중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연방의회와 연방참의회가 재판관 선출에 참여하며, 높은 수준의 특별정족수를 요구함으로써 정치적 합의를 유도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에서도 대통령과 의회, 사법기관 등 복수의 권력기관이 최고법원 또는 헌법기관 구성에 참여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물론 각국의 헌법체계와 정치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외국 제도를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된 원칙은 눈여겨볼 만하다.

 

국가의 최고 사법기관을 구성하는 권한을 여러 주체가 나누어 갖고,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사법부 구성의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점이다.

 

 

이번 논란이 던지는 질문

 

이번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논란 역시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대법원장의 제청이 법률과 헌법에 따른 정당한 권한 행사라고 하더라도, 국민들이 그 과정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거나 특정 진영을 대변하는 인사로 받아들인다면 사법부에 대한 신뢰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대통령실의 재제청 요구가 맞물리면서 행정부와 사법부 사이의 헌법적 권한 충돌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이 옳으냐를 단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왜 최고법원 구성 과정이 정권 교체 때마다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야 하는가.

그리고 그 원인이 개인의 정치적 성향 때문인지, 아니면 애초에 제도 자체가 지나치게 정치적 해석을 낳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인지 따져봐야 한다.


 

이제는 '누가 임명하느냐'보다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대법관 임명 절차를 둘러싼 논쟁이 정파적 공방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것은 특정 정권이나 특정 대법원장을 겨냥한 제도 개편이 아니라,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사법부 구성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과 국회, 사법부가 대법관 구성에 일정 부분씩 참여하도록 권한을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국회의 추천 또는 동의 절차를 강화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고,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과 대표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나아가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제청권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국민적 대표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정치적 중립성과 법관의 전문성을 어떻게 동시에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변화 가운데 상당 부분은 헌법 개정 논의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개헌은 권력구조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대통령 임기나 권력구조 개편에 관심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진정한 개헌이라면 사법부의 구성과 권한, 국민에 대한 민주적 책임성 역시 중요한 의제가 되어야 한다.

사법부는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다.

 

그렇기 때문에 사법부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원칙과 동시에,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원칙도 중요하다.

사법부가 독립되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법부 구성 방식에 대한 국민적 논의까지 봉쇄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독립된 사법부일수록 그 구성 과정은 더욱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이번 대법관 제청 논란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한 논의를 시작했으면 한다.

누가 옳으냐를 따지는 논쟁에서 벗어나, 어떤 제도가 대한민국의 사법부를 가장 독립적이고 공정하며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관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논의해야 한다.

 

이제는 대법관 임명 절차를 재고할 시점이다.

그리고 그 논의의 출발점은 특정인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헌법과 제도를 바꾸어도 정파적 논란이 반복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성숙하기 위해서는 행정부와 입법부뿐 아니라 사법부 역시 국민의 신뢰라는 민주적 기반 위에 서야 한다.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면서도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는 것.
그것이 앞으로 우리가 풀어야 할 헌법적 과제다.


[GK뉴스온 | 유호상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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