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난과 질병, 그리고 길을 밝혀준 스승
[GK뉴스온=선우진 기자] 1942년, 나치 독일의 점령 아래 숨죽이던 프랑스 문단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 한 청년이 있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라는 충격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 『이방인』의 저자, 알베르 카뮈다. 80여 년이 지난 지금, 그의 철학은 여전히 공허함과 부조리 속을 살아가는 현대인들, 특히 인생의 중반부를 지나는 5060 세대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가난과 질병, 그리고 길을 밝혀준 스승
카뮈의 삶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알제리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청각 장애가 있는 문맹의 어머니 밑에서 지독한 가난 속에 자랐다. 17세에는 촉망받던 축구 선수의 꿈을 결핵이라는 병마 앞에 내려놓아야 했다.
하지만 절망의 늪에서 그를 건져 올린 것은 스승 장 그르니에와의 만남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철학 교사로 만난 그르니에는 가난한 고학생 카뮈의 천재성을 한눈에 알아보고, 그에게 문학과 철학의 세계를 열어주었다. 특히 그르니에의 저서 『섬』은 카뮈에게 "내가 살고 있는 이 남루한 현실 너머에 아름다움과 정신의 세계가 있음"을 깨닫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카뮈는 훗날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그르니에에게 "당신이 없었더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입니다"라는 편지를 보낼 만큼, 스승을 자신의 정신적 지주이자 철학자로 성장하게 한 최고의 동력으로 꼽았다.
"당신은 진짜로 살고 있습니까?" : 『이방인』이 던진 화두
카뮈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든 『이방인』의 주인공 메르소는 사회가 요구하는 감정을 연기하지 않는 인물이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도, 살인 재판 과정에서도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카뮈는 메르소를 통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가면을 쓰고 연기하며 살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특히 사회적 역할에 매몰되기 쉬운 50대와 60대에게, 이 질문은 '진짜 나'를 찾는 소중한 이정표가 된다.
부조리에 맞서는 유일한 길, '반항'과 '시지프'
카뮈 철학의 핵심은 '부조리'다. 의미를 찾는 인간과 침묵하는 세상 사이의 충돌을 그는 부조리라 명명했다. 그는 『시지프 신화』를 통해 영원히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형벌을 받은 시지프를 '행복한 인간'으로 묘사한다. 바위가 다시 굴러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다시 산 아래로 내려가는 그 발걸음, 즉 결말이 허무할지라도 오늘을 포기하지 않는 '반항' 자체가 삶의 의미라는 것이다.
재앙 속에서 빛난 연대 : 『페스트』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다시금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페스트』는 재앙 앞의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카뮈는 거창한 이념보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아픈 자를 돌보는 의사 리외의 모습을 통해, 재앙을 견디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함'과 '연대'임을 역설했다.
46세의 허무한 죽음, 그리고 남겨진 메시지
1960년 1월, 카뮈는 불의의 자동차 사고로 46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주머니에는 기차표 대신 친구의 차를 선택했던 운명의 장난 같은 부조리가 남겨져 있었다.
비록 그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메시지는 명확하다. 세상이 불공평하고 의미 없어 보일지라도,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것 자체가 이미 위대한 반항이자 아름다움이라는 것이다.
스승 장 그르니에가 절망 속의 카뮈에게 빛을 보여주었듯, 카뮈는 이제 그의 글을 통해 우리에게 말한다. "부조리해도 괜찮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GK뉴스온 선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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