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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 기획]서울의 내일은 말이 아니라 책임으로 쓰인다

  • 선우진 기자
  • 입력 2026.05.1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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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3 지방선거, 서울시장·교육감 후보에게 보내는 시민의 조용하지만 무거운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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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선종복발행인(서울교육삼락회장, 前 서울북부교육청 교욱장) 

 

 도시는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시민의 한숨으로 버티는 날이 많다. 서울이 그렇다. 누군가는 치솟는 집값 앞에서 미래를 미루고, 누군가는 새벽 첫차에 몸을 싣고 하루를 버틴다. 학교 앞에서는 아이의 손을 놓는 부모가 불안한 눈빛으로 뒤를 돌아보고, 교실 안에서는 교사와 학생이 모두 지쳐가는 현실이 쌓여간다. 그 서울이 오는 6월 3일, 다시 한 번 선택의 시간을 맞는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그리고 그 중심에 서울시장과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있다.

 

 

선거철이 되면 도시는 갑자기 거대한 약속의 전시장으로 변한다. 현수막은 늘어나고, 구호는 커지고, 후보들의 말은 더 자신만만해진다. 그러나 시민은 안다. 말이 커질수록 삶이 가벼워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구호가 화려할수록 현실의 골목이 저절로 따뜻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서울시장을 꿈꾸는 후보들이 정말 먼저 보아야 할 것은 높은 빌딩의 스카이라인이 아니라, 그 아래를 걸어가는 보통 사람들의 표정이어야 한다. 웃음을 잃은 청년의 얼굴, 폐업을 고민하는 상인의 침묵, 아이를 맡길 곳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부모의 절박함, 밤길 귀가에 익숙해질 수 없는 시민의 불안이야말로 서울의 진짜 풍경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시민이 묻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더 높이 짓겠다는 말보다 더 안전하게 살게 하겠다는 약속을 원한다. 더 크게 개발하겠다는 청사진보다 더 편하게 출퇴근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듣고 싶어 한다. 더 많은 것을 하겠다는 선언보다, 지금 가장 아픈 곳을 먼저 고치겠다는 진심을 보고 싶어 한다. 서울은 전시용 도시가 아니다. 시민의 하루하루가 모여 만들어진 삶의 공간이다. 그러니 시장이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서울을 숫자와 지도 위에서만 보지 말고, 사람의 체온으로 읽어야 한다.

 

 

교육감 후보들에게는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교육은 늘 미래를 말하지만, 정작 그 미래는 오늘의 교실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지금 학교 현장은 어떤가. 아이들은 경쟁 속에서 일찍 지치고, 교사들은 책임은 늘고 권위는 흔들리며, 학부모는 불안과 부담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틴다. 교육은 한 사회의 희망이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 많은 이들에게 교육은 걱정과 피로의 다른 이름이 되어버렸다. 이런 현실 앞에서 교육감 후보가 해야 할 일은 진영의 깃발을 높이 드는 일이 아니다. 아이들 곁으로 더 낮게 내려가는 일이다.

 

 

 

아이 한 명이 학교에서 상처받지 않게 하는 일, 공부가 느린 학생이 뒤처졌다는 낙인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일, 교사가 무너진 권위 대신 신뢰를 회복하게 하는 일, 부모가 사교육비 고지서 앞에서 한숨부터 쉬지 않게 만드는 일, 그것이 교육감 선거의 본질이어야 한다. 교육은 이념의 언어보다 돌봄의 언어에 가까워야 하고, 경쟁의 구호보다 회복의 철학에 가까워야 한다. 서울교육이 진짜 바뀌려면 제도보다 먼저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성적표보다 사람을, 구호보다 현장을, 정치보다 아이를 먼저 보는 시선 말이다.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시민의 마음은 어쩌면 이미 결론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더는 큰소리치는 사람에게 기대지 않겠다는 것, 상대를 공격하는 데 능한 사람보다 자기 책임을 끝까지 짊어질 사람을 뽑겠다는 것, 선거 때만 고개 숙이는 정치인보다 당선 후에도 귀를 열어둘 사람을 원한다는 것 말이다. 서울은 지금 능숙한 말꾼이 아니라 묵직한 책임자를 필요로 한다. 교육 역시 잘 포장된 구호가 아니라 오래 버틸 수 있는 철학과 실행력을 필요로 한다.

 

 

도시는 기억한다. 누가 선거 때만 시민을 찾았는지, 누가 아이들을 말하면서도 정작 학교의 아픔에는 무심했는지, 누가 공약을 장식처럼 내걸고도 삶의 무게는 외면했는지. 유권자도 기억한다. 그래서 이번 6·3 지방선거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앞으로 무엇을 먼저 품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고, 우리 아이들이 어떤 어른들의 약속 속에서 자라날 것인가를 묻는 시간이다.

 

 

서울시장 후보에게 바란다. 도시를 업적이 아니라 사람으로 기억해 달라.
교육감 후보에게 바란다. 아이들을 통계가 아니라 얼굴로 바라봐 달라.
그리고 모든 후보에게 바란다. 이번만큼은 시민 앞에서 쉽게 말하지 말라. 서울의 오늘은 그렇게 가볍지 않고, 서울의 내일은 결코 빈말 위에 세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시민은 결국 가장 화려한 사람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가장 오래 책임질 사람을 고를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서울의 풍경을 바꾸고, 학교의 공기를 바꾸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내일의 표정을 바꿀 것이다. 후보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선거는 지나가도, 시민의 삶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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