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육학계의 거목이자 한국교육사의 대부로 추앙받는 故 손인수 전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그가 타계한 지 수년이 흘렀지만, 학문을 향한 그의 집념과 혜안은 제자들의 빛나는 연구 성과를 통해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1993년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에서 발간된 선종복의 석사학위 논문 〈화랑도 교육에 관한 연구〉는 손인수 교수의 치밀한 지도 아래, 서구식 교육 이론에 매몰되어 있던 당시 학계에 ‘한국적 교육 인간상’의 정립이라는 거대한 화두를 던진 기념비적 연구로 재조명받고 있다.
서구 중심 교육학 속에서 피어난 ‘우리의 뿌리’
1990년대 초반 대한민국 교육계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현대 교육 이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풍토 속에서 故 손인수 교수는 언제나 "우리의 고유한 전통 사상과 역사 속에서 교육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의 학문적 신념에 깊이 공감한 제자 선종복(현 서울교육삼락회 회장·GK뉴스온 발행인)은 신라의 ‘화랑도(花郞道)’에 주목했다. 지덕체(智德體)의 조화로운 발달을 도모했던 화랑도 교육이야말로, 오늘날 대한민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전인교육(全人敎育)의 가장 완벽한 모태라고 판단한 것이다.
논문 〈화랑도 교육에 관한 연구〉가 지닌 학술적 가치
손인수 교수의 정교한 고증 지도와 선종복 연구자의 열정이 더해진 이 논문은 화랑도 교육을 단순한 군사 훈련이나 고대 제천 행사의 연장이 아닌, ‘종합적 인간 도야의 장’으로 규명해냈다.
본 연구의 핵심 요체
신시(神市) 사상과의 연계: 화랑도의 뿌리를 단군 신화의 홍익인간(弘益人間) 및 재세이화(在世理化) 사상에서 찾아내며, 한국 교육의 도덕적·철학적 근간을 증명했다.
전인적 교육 과정 분석: 향가(鄕歌)를 통한 정서 교육, 명산대천을 유람하는 호연지기(浩然之氣) 함양, 세속오계(世俗五戒)에 기반한 실천적 윤리 교육 등 ‘지·덕·체·예(智德體藝)’의 융합 모델을 체계화했다.
현대 교육으로의 계승: 입시와 지식 암기 위주로 왜곡된 현대 교육의 병폐를 치료할 대안으로, 공동체 의식과 상생을 강조하는 화랑도식 ‘글로컬(Glocal) 리더십’을 제시했다.
대쪽 같던 ‘기인’ 스승의 엄격하고도 따뜻했던 지도
학계에서 형식과 권위를 깨뜨리는 ‘기인(奇人)’으로 통했던 손인수 교수였지만, 제자의 학문을 지도할 때만큼은 추호의 타협도 없는 대쪽 같은 스승이었다.
방대한 사료를 일일이 대조하며 자구 하나, 문장 하나까지 날카롭게 다듬어준 손 교수의 혹독한 지도가 있었기에, 이 논문은 단순한 석사학위 논문을 넘어 한국 전통 교육사 연구의 깊이를 한 단계 끌어올린 수작(秀作)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엄격한 연구실을 나서는 길에는 늘 제자에게 막걸리 한 잔을 건네며 격려하던 손 교수의 따뜻한 정(情)은 지금까지도 아름다운 일화로 회자된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왜 다시 ‘화랑도 교육’인가
선종복 연구자가 손인수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이 논문을 발표한 지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교과서가 도래한 2026년 현재에도 이 연구가 가지는 울림은 여전히 묵직하다. 기술이 인간을 압도하는 시대일수록, 인간다움을 길러내는 ‘인성 교육’과 ‘공동체 가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스승 손인수 교수가 평생을 바쳐 개척한 한국교육사의 토대 위에서, 제자 선종복이 꽃피운 〈화랑도 교육에 관한 연구〉. 두 세대를 관통한 학문적 교감은 오늘날 길을 잃고 방황하는 대한민국 공교육이 도달해야 할 진정한 ‘전인교육의 나침반’이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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