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K시론] ‘참교육’의 환상과 교권 보호의 민낯… 법 만능주의 대신 교육적 해법을 찾을 때
웹툰과 드라마로 큰 인기를 끈 ‘참교육’이 사회적 화두다. 작품 속 교권보호국 소속 현장 감독관들은 무너진 교실을 폭력과 강압적인 수단으로 바로잡는다. 교실을 엉망으로 만들던 이른바 ‘금쪽이’들과 악성 민원을 일삼던 학부모들이 힘 앞에 굴복하는 모습은 대중에게 기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실제로 현실 정치권과 교육계 일각에서는 이 미디어 속 설정을 차용해 강력한 법적 권한을 가진 ‘교권보호국’을 신설하자는 제안까지 흘러나오는 모양새다.
그러나 대중문화의 극적 연출을 현실 교육 정책의 대안으로 끌어들이는 순간, 우리는 위험한 함정에 빠지게 된다.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새로운 기구를 만들고 특별법을 제정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법 만능주의’는 결코 지속 가능한 답이 될 수 없다. 무너진 공교육을 바로 세우는 진짜 열쇠는 사법적 처벌이나 새로운 규제가 아닌, 교실 내부의 ‘교육적 관계 회복’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무언가 문제가 생기면 법령부터 만들고 보는 ‘사후약방문’식 입법의 부작용을 뼈저리게 겪어왔다. 과거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통과된 교권보호 4법이 대표적이다. 법이 제정되면 모든 문제가 마법처럼 해결될 것 같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학교 현장은 교육의 공간이 아닌, ‘누가 더 법리적으로 유리한가’를 다투는 소송의 전쟁터로 변질되었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 간의 신뢰는 깨졌고, 서로가 서로를 잠재적 피고인과 고소인으로 바라보는 차가운 감시망만 남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드라마 속 설정처럼 강력한 사법권이나 징계권을 쥔 ‘교권보호국’을 설치한다면 어떻게 될까. 학교의 사법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 자명하다. 교실 내의 사소한 갈등마저 교육적으로 소통해 풀기보다는, 공식 기구에 신고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법적 절차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이는 교사의 교육적 권위와 재량을 더욱 위축시키고, 학교를 배움의 공간이 아닌 행정적 처벌 기관으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강제력과 처벌은 겉보기에는 빠르고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통제일 뿐, 진정한 의미의 ‘교정’이나 ‘교육’이 아니다. 힘에 눌려 마지못해 고개를 숙인 학생이 올바른 시민으로 성장할 리 없고, 처벌이 무서워 조심하는 학부모가 학교를 신뢰할 리 만무하다. 결국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은 ‘교육적 해결’이다.
먼저, 교사가 교실 안에서 온전한 ‘교육적 권위’를 가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이는 교사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주자는 것이 아니다. 학생의 잘못을 다그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훈육의 과정이 ‘정당한 교육 활동’으로 인정받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미세한 갈등을 법정으로 가져가기 전, 학교 내부에서 대화와 중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회복적 생활지도’ 프로그램과 전문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
동시에 교사와 학부모 간의 소통 창구를 공적으로 단일화하고 체계화해야 한다. 악성 민원은 차단하되, 정당한 교육적 소통은 상시 가능하도록 구조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교권 보호는 학부모를 적으로 돌려세우는 대결 구도가 아니라, 학부모를 교육의 파트너로 다시 끌어들이는 협력 구도 속에서만 완성될 수 있다.
웹툰과 드라마의 자극적인 서사는 현실의 갈등을 투영하는 거울일 순 있어도, 미래를 안내하는 나침반이 될 수는 없다.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매번 법을 고치고 새로운 기구를 신설하는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 교육의 문제는 교육으로 풀어야 한다. 법의 차가운 잣대가 아닌 교육의 따뜻한 생명력이 교실을 채울 때, 비로소 교권도 학생의 인권도 함께 살아날 것이다.
[GK뉴스온 기사정리 선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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