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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복의 글로컬스토리]학생 안전, 이제 퇴직교원의 경험을 교문 앞으로 불러낼 때다

  • 선우진 기자
  • 입력 2026.09.2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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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교문 앞에 서 있는 한 어르신을 떠올려 보자.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을 알고, 표정 하나로 그날의 기분을 읽어내며, "오늘은 왜 이렇게 늦었니?" 하고 먼저 말을 건네는 사람이다. 학생 안전은 결국 이런 눈과 말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지금 우리 학교에는 그런 어른의 눈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 그 빈자리를 채울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바로 '퇴직교원'이다.

 

 

학교는 가장 안전해야 할 곳이지만

 

학교는 아이들이 꿈을 키우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가장 안전한 보금자리여야 한다. 그러나 오늘의 교육 현장은 학교폭력, 등하굣길 교통사고, 디지털 범죄, 학생들의 정서적 위기 등 한층 복잡해진 위험에 둘러싸여 있다.

 

지난해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비극은 우리 사회에 깊은 충격을 남겼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 안에서, 그것도 방과 후 돌봄 시간에 어린 생명이 희생됐다. 이후 출입 통제와 돌봄 공간 안전 대책이 쏟아졌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한결같다. CCTV와 출입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위험의 징후를 알아차리고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배움터지킴이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현재 학교 안전은 배움터지킴이, 학교보안관 같은 제도에 크게 기대고 있다. 이분들의 헌신은 분명 소중하다. 다만 고령화와 짧은 근무시간, 낮은 처우, 학교마다 제각각인 역할 규정 탓에 교문 관리를 넘어서는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교사들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담임교사와 재직 교원들은 수업 준비와 생활지도, 막대한 행정업무를 함께 떠안고 있다. 늘봄학교 확대로 아이들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졌지만, 그 시간을 지켜줄 인력과 전문성은 제자리걸음이다. 안전의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퇴직교원,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안전 자산

 

해마다 수많은 교사가 정년이나 명예퇴직으로 교단을 떠난다. 이들은 수십 년 동안 아이들과 부대끼며 위기 학생을 알아보는 감각, 학부모와 소통하는 요령, 학교라는 조직이 움직이는 방식을 몸으로 익힌 사람들이다. 아이의 작은 행동 변화와 신호를 민감하게 읽어내는 '교육적 직관'은 최첨단 보안 장비나 단순 경비 인력이 흉내 낼 수 없는 자산이다. 이 경험이 퇴직과 함께 그대로 사라지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다.

 

 

해외는 이미 은퇴 세대를 학교 안전망으로

 

해외에서는 지역의 은퇴 세대를 학교로 끌어들이는 시도가 이미 자리 잡았다. 일본은 등하굣길과 학교 주변을 살피는 지역 자원봉사 '스쿨 가드' 활동을 오래전부터 운영해 왔고, 퇴직교원을 재임용해 현장 경험을 이어가는 제도도 정착돼 있다. 미국에서도 은퇴한 시니어들이 학교에서 아이들의 읽기 지도와 멘토링을 맡는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있다. 핵심은 단순한 경비가 아니라 '학교를 잘 아는 어른'이 아이들 곁에 머무르게 한다는 점이다. 이 글로벌한 흐름을 우리 지역 실정에 맞게 풀어낼 때다.

 

 

퇴직교원 활용, 이렇게 구체화하자

 

첫째, 늘봄·돌봄 시간대 안전 전담 인력으로 배치해 교사의 부담을 덜고 공백 시간을 메운다.

 

둘째, 학교폭력 예방과 정서 멘토링을 맡긴다. 또래 갈등이 폭력으로 번지기 전, 인생의 대선배이자 교육자인 퇴직교원이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지고 갈등을 중재할 수 있다. 위기 학생을 조기에 발견해 전문 상담으로 연계하는 역할도 가능하다.

 

셋째, 등하굣길과 통학로, 쉬는 시간·점심시간처럼 생활지도 공백이 생기기 쉬운 사각지대를 지역 공동체와 함께 살핀다.

 

넷째, 학부모 민원과 생활지도로 어려움을 겪는 신규 교사들의 멘토가 되어 현장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한다.

 

 

'좋은 뜻의 봉사'를 넘어 공식 안전 체계로

 

물론 전제 조건이 있다. 명확한 역할과 권한, 현장 투입 전 최신 안전 지침 교육과 정기적인 건강 점검, 그리고 봉사에만 기대지 않는 합당한 처우가 뒷받침돼야 한다. 선발 과정의 검증 절차도 빈틈이 없어야 하며, 체계적인 인력풀 관리 시스템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교육청과 지자체가 책임지는 공식 학교 안전 체계의 일부로 자리 잡아야 지속될 수 있다.

 

이렇게 정착된 퇴직교원 활용은 아이들에게는 안전한 환경을, 교사들에게는 숨 돌릴 여유를, 은퇴한 교육자들에게는 삶의 보람과 사회적 기여의 기회를 준다. 지역과 학교, 세대가 함께 이기는 선순환 모델이다.

 

 

아이를 아는 사람이 아이 곁에 있어야 한다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 마을의 중심에는 언제나 아이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어른들이 있어야 한다. 학생 안전은 기계만으로 지킬 수 없다. 아이를 아는 사람, 학교를 아는 사람이 곁에 있어야 한다.

교단을 떠난 선생님들의 경험은 여전히 살아 있다. 이제 그 경험을 다시 교문 앞으로, 돌봄 교실로, 아이들 곁으로 불러낼 때다.

/ 선종복 칼럼니스트

 

교장 선종복_14.jpg

선종복(서울교육삼락회 회장, 前 서울북부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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