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뉴스온] 선우진 기자
전국 산과 계곡, 호수마다 우후죽순 들어선 출렁다리가 지역 관광의 '단골 메뉴'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화려한 개통식이 끝나면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이제는 숫자 경쟁이 아니라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년 만에 4배로 늘어난 출렁다리
2009년 전국에 63개였던 출렁다리는 지난해 259개로 늘었다. 16년 만에 4배가 됐다. 전국 기초자치단체가 시(市) 75개, 군(郡) 82개, 구(區) 69개 등 226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초지자체 한 곳당 평균 1.14개의 출렁다리를 갖고 있는 셈이다.
지역별로는 경상북도, 경상남도, 전라남도, 강원도에 각각 20~30개 이상이 집중돼 있고, 충청북도 충주댐 인근 지역에서도 여러 지자체가 출렁다리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충북은 18개의 출렁다리를 보유하고도 추가로 더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아 논란이 인 바 있다.
'국내 최장' 타이틀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하다. 충남 논산 탑정호 출렁다리(600m)가 국내 최장·동양 최대를 내세우는가 하면, 강원 원주의 울렁다리(404m) 역시 기존 소금산 출렁다리보다 두 배 이상 길게 지어져 국내 최장을 자처하고 있다. 진천 미르309다리(309m) 등 후발 주자도 잇따르며 지자체 간 '길이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짓기만 하면 온다"는 착각
문제는 이렇게 지어진 다리 대다수가 개장 초기의 반짝 흥행 이후 빠르게 잊힌다는 점이다. 하도 여기저기서 지어댄 결과 대부분의 출렁다리는 개장 반짝 효과만 끝나면 관광객의 발걸음이 뚝 끊겨버리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상태다.
최근 한 언론 칼럼은 이런 현상을 부산의 사례와 대비해 짚었다. 2026년 1분기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02만명을 넘어 최단기간 100만명 돌파를 기록했는데, 이들이 찾은 곳은 새로 지은 대형 구조물이 아니라 해운대·광안리 같은 자연 관광지, 자갈치시장·남포동 같은 오래된 명소였다. 출렁다리와 전망대는 한때 사람을 부를 수 있지만 지역의 얼굴을 대신할 수는 없으며, 관광객의 기억에 남는 것은 철골 구조물의 길이가 아니라 그 지역에서만 경험한 시간이라는 지적이다.
필요한 건 '흔들림'이 아니라 '서사'
전문가들은 출렁다리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다리를 관광자원으로 완성시킬 스토리텔링의 부재가 근본 원인이라고 본다.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사진 한 장을 찍는 경험은 전국 어디서나 반복 가능하기에 희소성이 없고, 지역의 역사·설화·생태·먹거리와 결합되지 않은 시설은 결국 '한 번 가본 곳'으로 소비되고 만다는 것이다.
실제로 성공 사례로 꼽히는 출렁다리들은 대체로 지역 서사를 붙인 경우가 많다. 다리 이름에 얽힌 전설, 주변 둘레길·마을 이야기, 계절별 콘텐츠(안개·단풍·야간 조명 등)를 함께 설계한 곳은 재방문율이 높다는 게 관광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반면 예산 확보와 착공 속도에만 집중한 지자체의 다리는 개통 1~2년 만에 이용객이 급감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월영산출렁다리
"다음 지자체장의 과제는 '숫자'가 아니라 '이야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자체가 또다시 관광 인프라 공약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신규 건설보다 기존 시설에 콘텐츠를 입히는 방향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리를 하나 더 놓기보다, 이미 지어진 259개의 다리 중 상당수를 어떻게 '이야기가 있는 장소'로 되살릴 것인가가 다음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선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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