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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한류의 또 다른 얼굴, 인도네시아 시위 현장 ‘한글 K-문화 팬덤에서 정치 문구로까지 확장되는 한글

  • 이후형특파원 기자
  • 입력 2026.03.0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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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팝 팬덤 문화, 정치 캠페인으로 확장

[GK뉴스온 이후형 인도네시아 특파원] 시위 현장에 등장한 한글 피켓 인도네시아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이 문화 소비를 넘어 사회와 정치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K-팝과 한국 드라마를 통해 익숙해진 한글이 최근 인도네시아 젊은 세대 사이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징적 언어로 사용되며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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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사과만 하지 말고 무엇이 어려운지 국민의 말을 들어라”

 

 

2025년 8월 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도심에서는 국회의원 수당 인상과 경제난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수많은 시위대가 거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현장에서는 낯익은 글자가 적힌 피켓들이 있었다. “쓰레기 정부”, “대통령 죽기를” 등 비판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한글로 작성된 문구였다. 한류를 통해 한글을 접한 젊은 세대가 정치적 불만을 표현하는 도구로 한글을 사용한 것이다.

 

K-팝 팬덤 문화, 정치 캠페인으로 확장

 한글이 정치 현장에서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4년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 당시 후보였던 아니에스(Anies Baswedan) 지지자들은 K-팝 팬덤 문화를 정치 캠페인에 접목한 방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SNS에는 “오빠 안녕”, “Anies 사랑해요” 같은 한글 문구가 담긴 이미지가 등장했고, 후보의 사진을 K-팝 아이돌 팬아트 스타일로 디자인한 게시물이 젊은 층 사이에 확산됐다.

 

온라인 검열을 피하기 위해 ‘한글 사용’ 전략 

시위에서 한글이 사용된 또 다른 이유는 정부의 온라인 검열을 피하기 위한 전략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위 참가자들은 인도네시아어 욕설이나 정치적 선동 문구가 SNS에서 자동 차단되는 경우가 많지만 한글로 작성된 문장은 시스템이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을 활용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인도네시아어 발음을 한글로 그대로 옮기는 방식을 사용됐다. 예를 들어 “팅갈 민따 마앞 트루스 등으린 락얏 아파 수샇냐”라는 문구는 인도네시아어 문장 “Tinggal minta maaf terus dengerin rakyat apa susahnya”의 발음을 한글로 옮긴 것으로 “계속 사과만 하지 말고 무엇이 어려운지 국민의 말을 들어라”라는 뜻이다. 기니 아맛 자디 웨엔이(Gini Amat Jadi WNI) “인도네시아 국민으로 사는 게 이 지경이냐”라는 뜻이다.

 

 

문화에서 사화 담론으로 획장되는 한류

 이 같은 현상은 한류가 문화 콘텐츠 소비를 넘어 사회적 표현 방식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서 다뤄지는 사회 정의와 민주주의 서사가 인도네시아 젊은 세대에게 일정 부분 공감을 주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글 시위’ 현상은 한류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로 평가된다.

 

 K-팝 가사를 따라 적던 한글이 이제는 사회적 목소리를 담는 언어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일부 지식인들은 정부 비판이나 욕설이 한글로 확산될 경우 한국어가 공격적인 표현의 상징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외국 문화가 정치 갈등의 상징으로 활용될 경우 문화적 오해나 외교적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K-팝 소비 국가다. BTS, BLACK PINK 등 K-팝 콘서트 티켓은 판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되는 경우가 흔하다. 또한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에서는 한국 드라마가 인기 순위 1위에 자주 오르고 있다. 더 글로리는 25주 동안 1위를 차지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대학으로 확산된 한글… 한류가 만든 ‘한국어 전공’ 열풍

한글의 영향력은 거리의 시위 현장을 넘어 인도네시아 대학 교육 현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UI(Universitas Indonesia). UGM(Universitas Gadjah Mada), UN(Universitas Nasional) 같은 일류 대학에서 한국어학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한류가 단순한 문화 소비를 넘어 교육과 취업 진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기업에서 한국어 인재를 요구하는 현실과 K-팝, K-드라마로 시작된 문화적 관심은 취업과 미래를 보장하는 언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정치 사회 학문의 담론 속으로 스며드는 한국의 문화와 한글이 앞으로 어떤 의미와 팬덤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진화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GK뉴스온/이후형 인도네시아 특파원 hhleejk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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