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KNEWS = 박주은 기자] 나이가 들수록 어제와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다음 날 아침 느껴지는 피로감과 숙취는 배가 되곤 한다. 흔히 "주량이 줄었다" 혹은 "체력이 예전만 못하다"라며 넘어가기 쉽지만, 생물학적으로는 몸이 술에 반응하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정직한 신호다.
유튜브 채널 '책읽는 자작나무'에서 소개된 책 『술 패러독스』(서울셀렉션)의 저자 박상철 전 서울대 의대 교수는 한국의 백세인(100세 이상 장수 노인) 연구를 이끌어온 대표적인 생화학자다. 그는 젊은 시절 콩나물 뿌리의 숙취 해소 성분을 밝혀내는 등 알코올 연구에 성과를 냈으나, 개발한 숙취해소제가 오용되어 독을 더 많이 마시게 만드는 도구로 쓰이는 것을 보고 30년간 연구를 중단했었다. 이후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술을 무조건 끊으라"는 공허한 권고 대신, 건강하게 오래 사는 이들의 음주 방식을 분석하며 다시 연구 결과를 세상에 내놓았다.
■ 몸이 다시 쓴 계약서: "술이 약해진 게 아니라 그릇이 작아졌다"
박상철 교수는 노년기 음주 부담이 커지는 이유를 생물학적 변화로 설명한다.
줄어든 수분 용량 (그릇의 축소): 알코올은 기름이 아닌 물에 녹는다. 젊은 성인의 몸은 수분 비율이 높지만 나이가 들수록 세포 속 수분이 줄어든다. 20대의 몸이 200L 수족관이라면 70대의 몸은 120L 어항과 같다. 같은 양의 잉크(술)를 떨어뜨려도 작은 어항 속 농도가 훨씬 진해지듯, 몸 체액량이 줄어 혈중 알코올 농도가 훨씬 더 가파르게 오른다.
좁아진 배수구 (간 대사 능력 저하): 간에서 알코올을 1차로 아세트알데하이드(1급 발암물질)로 분해한 뒤, 2차로 무해하게 청소하는 기능이 50대 이후 크게 떨어진다. 독성은 예전 속도로 만들어지는데 청소부는 절반만 출근한 상태가 되는 셈이다. 60대 중반 기준 소주 두 잔이 받는 생체 부담은 30대 시절 소주 여덟 잔과 맞먹는 수준으로 증가한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alcohol이 뇌 혈관 장벽을 통과해 뇌 용적 감소를 가속화하고, 깊은 수면 단계에서 이뤄지는 '뇌 척수액 노폐물 청소(치매 원인 단백질 배출)'를 방해하며, 근육 합성 스위치를 꺼 낙상 위험을 급증시킨다는 점도 지적된다.
■ 백세인의 비밀: "알코올이 아닌 '사람과의 연결'을 마셨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장수 지역인 '블루존(Blue Zones)'이나 국내 장수 지역(구례·곡성·순창·담양 등)의 100세 어르신들이 매일 술을 즐기면서도 장수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박 교수는 "장수의 이유는 술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술을 마시는 방식에 있다"고 단언한다.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의 백세인들은 와인 한 잔을 90분에 걸쳐 천천히 마신다. 혼자가 아니라 마을 광장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식사와 함께 마시는 방식이다. 소화 및 간 대사 속도를 넘어서지 않도록 조절되며, 잔에 담긴 것은 알코올 그 자체보다 유대감과 공동체의 연결성이었다. 실제로 30만 명 대상의 연구에 따르면 강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의 생존 가능성이 고립된 사람보다 50% 가까이 높으며, 독거와 고립이 주는 위험성은 하루 담배 15피우는 것과 비등하다.
■ 만성질환 약 복용 시 반드시 피해야 할 '3가지 위험 조합'
특히 65세 이상 어르신 다수가 만성질환 약을 복용하는 만큼, 약과 술이 몸속에서 만날 때 발생하는 독성에 대해 강력한 주의를 당부했다.
수면제 + 술: 둘 다 뇌 신경을 가라앉히는 물질로, 함께 작용하면 효과가 곱해져 뇌의 호흡 중추까지 억제해 자는 동안 수면 무호흡 및 영구적 인지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타이레놀 + 술: 술을 마신 날과 그다음 날(48시간 이내)에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진통제를 절대 복용해서는 안 된다. 간에서 독성 물질이 생성되는 비율이 급증하고 이를 막을 방패는 고갈되어 급성 간부전을 일으킨다.
혈압약·당뇨약 + 빈속 음주: 혈압약과 술이 만나면 저혈압으로 인한 기립성 어지럼증과 낙상이 발생한다. 당뇨약 복용 중 빈속에 술을 마시면 간이 알코올 분해를 우선시하느라 혈당 조절을 멈춰 자는 동안 치명적인 저혈압·저혈당 쇼크에 빠질 수 있으므로, 음주 시 반드시 식사를 곁들여야 한다.
■ "술잔을 채우기 전에 관계를 채워라"
박상철 교수는 삶의 마지막 17년가량을 병상이나 타인의 도움에 의존해 보내는 '건강수명 격차'를 줄이는 것이 건강 장수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술을 절제하고 건강한 습관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혼자 걷고 여행하며 삶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올림픽 한 주기(약 4~5년)' 이상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술이 문제였던 적은 없다. 문제는 그 잔을 혼자 들었느냐였다."
외로움과 고립을 달래기 위해 혼자 마시는 '혼술'을 피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와 풍미를 음미하는 단 한 잔의 유대감. 그것이야말로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지혜로운 음주법이다.
[GKNEWS = 박주은 기자]
BEST 뉴스
-
[GK뉴스온]“하루 7분 달리기가 삶 바꾼다”… 서울의대 정세희 교수가 전하는 ‘러닝의 기적’
[GK뉴스온 = 선솔 기자] 현대인들에게 운동은 늘 숙제와 같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매일 몇 시간씩 시간을 내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단 7분의 달리기로 삶과 건강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 최근 유튜브 채널 ‘김현정의 고수다’에 출연한 서울특별시 보라... -
[GK뉴스온]글로벌문화교류연합회 출범식 성료… 다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교류의 장 열렸다
[GK뉴스온 서울=선우진기자] 글로벌 문화 소통과 화합을 도모하는 '글로벌문화교류연합회 출범식'이 2026년 8월 23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진행되어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이번 행사는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인 전홍표와 밍글라바 미얀마전통예술협회 회원 성유리의 공동 사회로 진행... -
[GK뉴스온]바다에서 태어나 바다로 사라진 화산… 아낙 끄라까따우섬의 경이와 기억
인도네시아 순다해협(Sunda Strait) 한가운데에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보여주는 특별한 화산섬이 있다. 바로 ‘끄라까따우의 자식’이라는 뜻을 지닌 ‘아낙 끄라까따우(Anak Krakatau)’ 섬이다. 끄라까따우섬(2013.5.7 촬영) 이 섬은 1883년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 -
[GK뉴스온]김진실·조현철 직격 “직무는 끝났다, 스킬과 조직을 설계하라”
(GK뉴스온 디지털 팀장 안재민 기자) 직무는 없어져도 남는 것이 있다. 지난 26일 서울 상암동 DMC첨단산업센터에서 열린 국가미래직업교육포럼(NFVEF)과 지혜나눔스쿨 제3회 행사에서, 두 전문가가 서로 다른 주제로 마이크를 잡고도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AI ... -
[GK뉴스온]2026 여의도 서울세계불꽃축제 9월 5일 개최… ‘최고의 명당’ 포인트 어디?
가을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서울의 대표 축제 ‘서울세계불꽃축제 2026’이 오는 9월 5일(토)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개최된다.올해는 추석 연휴 및 외국인 관광객 수용 일정을 고려해 예년보다 약 20일가량 앞당겨진 9월 초로 확정됐다. 대한민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
[프로야구]남은 시즌 승부처는 어디...2026 KBO 우승팀은?
[ GK뉴스온 | 선솔 기자 ] 2026 신한 SOL KBO리그가 8월 23일 기준 막바지 순위 경쟁에 돌입했다.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진출을 향한 팀 간 격차가 좁혀지면서, 하반기 판도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선두 KT, 안정적인 승...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
아일릿 ‘Almond Chocolate’, 日서 또 역주행 인기 돌풍!
- 오리콘·애플뮤직 등 주간 랭킹서 순위 상승 지속…어느새 차트 최상위권 넘봐 - 시간 지날수록 순위... -
에스파 ‘Whiplash’ 영어 버전, 오늘(27일) 오후 1시 공개
‘빌보드 위민 인 뮤직’서 무대 첫 선! 에스파 X 스티브 아오키 조합도 기대UP 에스파(aespa, 에스엠... -
‘솔로 데뷔 D-DAY’ NCT 마크, “‘The Firstfruit’는 제 인생을 바탕으로 만든 앨범” [일문일답]
“타이틀곡 ‘1999’, 포부와 1999년 콘셉트가 재미있는 곡… 가사에 타이틀로 확신” “진정성 있는 음... -
알리, 데뷔 20주년 광주 콘서트 '용진' 성료 "신곡 깜짝 선공개"
가수 알리(Ali)의 데뷔 20주년 기념 광주 콘서트가 성황리에 종료됐다. 알리는 지난 12일 광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