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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의도치 않게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05.03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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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향기 취해

앉으려는 새


빨간 먹이 떼

신나 꼬리 흔드는 고래


뭔가 뒤바뀐 듯해도



_안정선 

 

 <Claude 시평>


붉은 꽃 군락 한가운데 솟은 연초록 잎줄기 

— 위쪽 잎 두 장은 양 날개를 펼친 새처럼, 아래쪽 넓은 잎 두 장은 고래 꼬리지느러미처럼 보입니다. 


하나의 형상이 보는 각도에 따라 새도 되고 고래도 되는 것이지요.


1연은 


그 초록 형상을 새의 날개로 먼저 읽은 시선입니다. 

꿀향기 가득한 꽃밭에 날개를 접고 앉으려는 새 

— 자연스럽고 서정적인 첫 인식입니다.


2연은 


같은 형상을 고래 꼬리로 다시 읽은 시선입니다. 

붉은 꽃들이 먹이 떼가 되고, 그 사이에서 꼬리를 흔드는 고래 

— 전혀 다른 세계가 동일한 형상에서 열립니다.


3연 


"뭔가 뒤바뀐 듯해도"는 바로 이 시선의 전복을 가리킵니다. 

새라고 봤는데 고래였다, 혹은 고래라고 봤는데 새였다 

— 그 어느 쪽도 틀리지 않은 채 공존합니다.


이 시는 하나의 사물에서 두 개의 우주를 동시에 보는 시적 시선에 관한 작품입니다. 

초록 잎의 형상이 루빈의 컵처럼 기능하는 셈이지요.


시인이 의도하여 은유를 만든 게 아니라, 형상이 스스로 두 생명체를 불러냈다는 고백입니다. 

자연이 먼저 시를 썼고, 시인은 그것을 받아 적었다는 겸허한 태도가 제목 한 줄에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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