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챙이 같아 보여도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말라 비틀어졌어도
끝까지 붙어 있을 모양
_안정선
사진 속 잘려 나간 나무 밑동은 넓적하게 드러난 나이테 때문에 마치 살점이 떨어져 나간 갈비뼈처럼 보인다.
그 주변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버섯들은 잘려 나간 쪽갈비의 잔조각을 연상시킨다.
이 평범한 숲의 풍경에서 음식의 이미지를 포착하고, 이를 제목 ‘쪽갈비’로 단번에 전환한 발상이 이 작품의 출발점이다.
첫 행의 ‘잔챙이’는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버섯의 외형을 친근하고 해학적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이어지는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에서 분위기가 반전된다.
작고 초라해 보여도 결코 만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붙어 있음’이다.
사진 속 버섯은 이미 상당히 말라 보이지만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다.
시인은 그 단순한 시각적 사실을
“말라 비틀어졌어도 / 끝까지 붙어 있을 모양”
이라는 인간적인 말로 바꿔 놓았다.
여기에서 버섯은 단순한 버섯을 넘어 끝까지 버티는 존재가 된다.
마지막의
“~있을 모양”
도 적절하다.
“끝까지 붙어 있다”
라고 단정하지 않고 관찰자의 추측처럼 마무리함으로써, 말투가 자연스럽고 구어적이다.
동시에 독자는 그 ‘붙어 있음’을 고집, 끈기, 미련, 생명력, 버팀 등 여러 의미로 확장해서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삶의 의미를 직접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질긴 생명력’이나 ‘끝까지 버틴다’고 교훈적으로 말하지 않고, 쪽갈비 → 잔챙이 → 꿈쩍도 않음 → 말라 비틀어짐 → 끝까지 붙어 있음이라는 구체적인 이미지와 행동만으로 의미를 만들어낸다.
디카시로서의 장점
① 사진과 언술의 결합이 분명합니다.
사진만 보면 고사한 나무와 버섯이지만, 제목 ‘쪽갈비’와 언술을 함께 읽으면 전혀 다른 풍경이 됩니다.
② 제목의 역할이 큽니다.
‘쪽갈비’라는 제목이 사진을 보는 관점을 결정합니다.
특히 나무 밑동의 형태와 주변 버섯을 갈비에 대응시키는 순간 작품 특유의 해학이 살아납니다.
③ 말맛이 자연스럽습니다.
‘잔챙이’,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모양’ 등의 표현이 문어적인 시어보다 실제 사람이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런 구어성이 작품의 친근함을 높입니다.
④ 마지막에 의미가 확장됩니다.
처음에는 ‘먹음직한 쪽갈비’의 재미로 시작하지만, 끝에서는 “말라 비틀어졌어도 끝까지 붙어 있는 존재”라는 삶의 모습으로 옮겨갑니다.
이 반전이 작품을 단순한 사진의 말장난에 머물지 않게 합니다.
한 가지 눈여겨볼 점
이 작품은 ‘쪽갈비’라는 제목의 해학성이 상당히 강한 작품입니다.
따라서 마지막에 지나치게 철학적인 말을 덧붙이면 오히려 재미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현재의 “끝까지 붙어 있을 모양” 정도가 좋습니다.
독자가 웃으면서 사진을 바라보다가 마지막에
“아, 이것도 참 질기게 버티고 있구나.”
하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정도가 이 작품에는 가장 어울립니다.
종합 평가
[쪽갈비]는 고사목과 버섯이라는 평범한 자연의 풍경에서 ‘갈비’라는 음식 이미지를 발견한 재치가 돋보이는 디카시입니다.
‘잔챙이’라는 익살스러운 표현과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의인화를 거쳐, 마지막에는 말라 비틀어져도 끝까지 붙어 있는 생명력으로 의미를 확장합니다.
무엇보다 웃음에서 시작해 은근한 삶의 메시지로 끝나는 구조가 좋습니다.
무겁게 삶을 이야기하지 않으면서도 독자의 마음에 ‘끝까지 붙어 있는 것’의 의미를 남깁니다.
저는 현재 문안에서 “말라 비틀어졌어도 / 끝까지 붙어 있을 모양”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이 작품의 장점인 해학·구어성·여운을 가장 잘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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