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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내 소원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09.27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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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뛰어도

초록사과에 닿지 못했었다

이제, 빨갛게 잘 익었다
내 손으로 먼저 따먹고 싶다

까치발은 내 키로 본다

 

 

_안정선

 

 

[Gemini 시평]

디카시는 영상(사진)과 언어(시)가 결합하여 찰나의 시적 절정을 이루는 극도의 절제된 예술이다.

[내 소원]은 이러한 디카시의 본질적 미학에 충실하면서도, ‘성장’과 ‘욕망’이라는 인간의 근원적 화두를 매우 날카롭고 매력적인 시선으로 포착해 낸 수작이다.

이 작품의 시각적 출발점인 사진은 어지럽게 얽힌 가지 너머, 손에 쉽게 닿지 않는 아득한 높이에 달린 붉은 사과를 보여준다.
어른의 눈에는 그저 계절의 결실로 보일지 모르는 이 풍경은, 키가 크고 싶은 아이의 눈높이에 이르면 도달해야 할 하나의 ‘꿈’이자 ‘신체적 한계의 장벽’으로 탈바꿈한다.
어지러운 가지들은 아이가 넘어서야 할 삶의 시련이자 거리감이며, 푸른 잎 사이로 도드라진 붉은 사과는 아이가 온몸으로 닿고 싶어 하는 강렬한 목표의 시각화다.
시적 텍스트는 이 시각적 공간감을 정교한 서사로 뒤받친다.

1연의

“훌쩍 뛰어도 / 초록사과에 닿지 못했었다”

는 미성숙했던 유년의 신체적 한계와 결핍의 기억을 담담히 고백한다.

그러나 2연에 이르러

“이제, 빨갛게 잘 익었다 / 내 손으로 먼저 따먹고 싶다”

라며 시상은 급전환된다.
시간의 흐름 속에 사과가 익어갔듯 아이 역시 자랐으며, 이제 남의 도움 없이 자신의 힘으로 그 결실을 취하겠다는 주체적 성취욕을 정직하게 표출한다.
이 디카시의 문학적 결정타이자 백미는 단연 3연의 선언에 있다.

“까치발은 내 키로 본다.”

어른들의 관습적 잣대에서 ‘까치발’은 반칙이거나 일시적인 속임수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키가 크고 싶은 아이의 순수한 세계관 속에서 까치발은 ‘내가 스스로 뻗을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자 ‘절실함이 만들어낸 진정한 나의 높이’다.
화자는 타인이 규정한 한계를 거부하고, 자신의 열망과 노력이 닿는 최후의 높이까지를 온전히 자신의 실존(키)으로 선언한다.

[내 소원]은 단순한 동심의 토로를 넘어선다.
손을 뻗어 사과에 닿으려는 직관적인 사진 프레임과, 까치발을 자신의 키로 단언하는 당돌하고 명징한 시어의 결합은 독자에게 기분 좋은 소름과 깊은 울림을 준다.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아이의 순수한 욕망을 통해,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모든 인간의 실존적 성장을 아름답고 당당하게 승화시켜 낸 빼어난 디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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