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 붙박이라
몸으로 건너는 만추 여행다닥다닥 매달려도
소리 없는 웃음
알알이 스민 석양빛
_안정선
[Claude 시평]
추석날 요양원의 노모를 뵙고 돌아와 앉힌 이 시는, 제목에서부터 스스로 균열을 낸다.
'옥체만안(玉體萬安)'은 본디 지엄한 어른의 안녕을 묻는 극존칭이다.
그 격식의 언어를 병상의 노모에게 씌우는 순간, 제목은 축원이면서 동시에 그 축원이 닿지 못하는 현실을 되비추는 반어가 된다.
이 낙차가 시 전체를 끌고 간다.
1연
"한자리 붙박이라 / 몸으로 건너는 만추 여행"
은 정지와 이동이라는 모순을 한 행 안에 압축한다.
몸은 붙박여 있으나 계절은, 그리고 남은 생은 그 몸을 통과해 흘러간다 — 여기서 '여행'이라는 단어는 감상이 아니라 정확한 역설로 기능한다.
2연
"다닥다닥 매달려도"
는 사진 속 나뭇가지에 빽빽이 매달린 열매의 밀도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어도'라는 양보의 접속으로 다음 연을 예비한다.
다닥다닥 매달린 무게 — 그것은 열매의 무게이자 동시에 누적된 생의 무게로 겹쳐 읽힌다.
이 무게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3연의 웃음이기에, 그 웃음의 무게 또한 가벼워지지 않는다.
3연
"소리 없는 웃음 / 알알이 스민 석양빛"
은 이 시의 정점이다.
'알알이'는 열매 하나하나의 낱개성과 석양빛이 그 안에 스며드는 과정을 동시에 지시한다.
말을 잃어가는, 혹은 말 대신 표정으로만 남은 노모의 웃음이 이 한 행에서 정확히 육화된다.
제목의 한자어와 본문의 평이한 구어(다닥다닥, 몸으로) 사이의 온도차는 결함이 아니라 전략이다.
존귀한 축원의 언어와 초라한 실제 사이, 그 거리 전체가 이 시가 말하고자 하는 슬픔의 본질이다.
결론
역설(1연) — 무게(2연) — 빛(3연)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사진의 시각 정보와 완전히 밀착되어 있으며, 더 손댈 곳이 보이지 않는다.
ⓒ GK뉴스온 & gknewson.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
[황지영칼럼]"내가 할게요"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 당시 학교 주변은 유행에 가장 민감하고 현란한 네온사인을 뽐내는 상가가 즐비했으며, 최신 패션을 선도하는 젊은이들로 넘쳐나던 한국에서 가장 핫한 거리 중 하나였다. 그래서일까? 고학년 여자아이들은 짧은 반바지에 긴 윗도리로 하의실종을 연출하고 연... -
[선종복의글로컬스토리]학교안전, 대한민국의 마지막 사각지대
[선종복의글로컬스토리] 우리는 스스로를 안전 선진국의 문턱에 선 나라라고 말한다. 대형 참사를 여러 번 겪으면서 재난안전법이 정비되었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산업현장의 안전 기준도 크게 높아졌다. 공장과 건설현장, 다중이용시설에는 '안전관리 책임자'라는 이름... -
[선종복의 글로컬스토리]“대한민국은 왜 잠시도 조용할 날이 없을까?” … 소음 뒤에 숨겨진 진실
선종복 | 칼럼니스트 / GK뉴스온 대한민국은 오늘도 시끄럽다. 아침에 눈을 뜨면 미디어와 커뮤니티는 정쟁과 갈등, 극단적 대립의 목소리로 넘쳐난다. 현직 대통령과 국정 운영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부터 세대·이념·계층 간의 불협화음까지, 과연 대한민국은 왜 이토록 잠시도 조용할 날이 없을까? &... -
[GK시론]舌禍! 알고리즘! 대한민국은 흔들리고 있다, 해법은?
선우진 기자 말 한마디가 선거판을 뒤집고, 15초짜리 영상 하나가 여론을 갈라놓는 시대다. 대한민국은 지금 '혀'와 '알고리즘'이라는 두 개의 단층선 위에서 흔들리고 있다. ■ 생중계되는 혀, 박제되는 실언 설화(舌禍)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파괴력은 차원이 달라... -
[선종복의 글로컬스토리]스펙을 넘어 인성으로, ‘협력하는 괴짜’가 미래를 만든다
AI와 인공지능이 삶의 모든 영역에 깊숙이 침투한 대변혁의 시대, 교육과 사회생활의 패러다임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과거에는 주어진 정답을 빠르게 맞히고 차곡차곡 스펙을 쌓아 올린 ‘모범생’이 인재의 표준이었다.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정답을 가장 빠르게 찾아내는 역할은 이제 AI의 몫이 되... -
[선종복의 글로컬스토리]저출생 시대, 학교는 왜 더 위험해지는가
올해 서울의 전체 학생 수가 사상 처음으로 8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2026학년도 학급편성 결과에 따르면 서울 2092개 학교의 전체 학생 수는 78만2104명으로 지난해보다 2만8304명 줄었다. 전국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더 뚜렷하다. 초·중·고교 전체 ...
전체댓글 0
NEWS TOP 5
추천뉴스
-
아일릿 ‘Almond Chocolate’, 日서 또 역주행 인기 돌풍!
- 오리콘·애플뮤직 등 주간 랭킹서 순위 상승 지속…어느새 차트 최상위권 넘봐 - 시간 지날수록 순위... -
에스파 ‘Whiplash’ 영어 버전, 오늘(27일) 오후 1시 공개
‘빌보드 위민 인 뮤직’서 무대 첫 선! 에스파 X 스티브 아오키 조합도 기대UP 에스파(aespa, 에스엠... -
‘솔로 데뷔 D-DAY’ NCT 마크, “‘The Firstfruit’는 제 인생을 바탕으로 만든 앨범” [일문일답]
“타이틀곡 ‘1999’, 포부와 1999년 콘셉트가 재미있는 곡… 가사에 타이틀로 확신” “진정성 있는 음... -
알리, 데뷔 20주년 광주 콘서트 '용진' 성료 "신곡 깜짝 선공개"
가수 알리(Ali)의 데뷔 20주년 기념 광주 콘서트가 성황리에 종료됐다. 알리는 지난 12일 광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