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초딩 세 손주
할배 프사를 그려라늘 웃던 거
참 잘한 일
녹아 스며든 세월
_안정선
[ChatGPT 시평]
이 작품은 추석에 오랜만에 만난 세 손주가 할아버지의 프로필 사진을 직접 그려주는 장면을 포착하여, 손주의 그림 한 장에서 할아버지가 살아온 세월과 삶의 태도를 발견해내는 생활밀착형 디카시다.
무엇보다 사진이 실제 사진이 아니라 손주가 바라보고 그려낸 ‘할배의 얼굴’이라는 점에서 작품의 출발점부터 특별하다.
첫 두 행의
'오랜만에 만난 초딩 세 손주 / 할배 프사를 그려라'
는 문학적으로 꾸민 표현보다 실제 가족 간의 말투에 가깝다.
‘초딩’, ‘할배’, ‘프사’ 같은 일상어는 작품을 가볍고 생생하게 만들며, 추석날 손주들과 마주한 할아버지의 정겨운 상황을 자연스럽게 불러낸다.
특히 ‘프사를 그려라’라는 다소 장난스러운 명령형은 손주들에게 그림을 부탁하는 현장의 생동감을 그대로 살린다.
그러나 이 작품의 중심은 단순한 가족 이야기나 손주들의 그림 그리기가 아니다.
그림 속 할아버지의 ‘웃는 얼굴’이 언술을 통해 삶 전체의 의미로 확장되는 데 있다.
'늘 웃던 거 / 참 잘한 일'
이 두 행에서 작품의 시선이 현재의 그림에서 지나온 삶으로 전환된다.
손주가 그린 것은 할아버지의 얼굴이지만, 시인은 그 얼굴에서 자신이 살아오며 지켜온 하나의 삶의 태도를 발견한다.
‘늘 웃었다’는 것은 단순히 얼굴 표정이 아니라 가족을 대하고 세상을 살아온 방식으로 읽힌다.
특히 ‘참 잘한 일’이라는 표현은 거창한 인생론을 피한다.
자신의 삶을 장황하게 평가하지 않고, 평범한 구어체 한마디로 ‘웃으며 살아온 삶에 대한 조용한 자긍심’을 드러낸다.
이 절제된 표현이 오히려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마지막 행
'녹아 스며든 세월'
은 앞선 모든 내용을 한 단계 높은 의미로 끌어올리는 시적 종결이다.
손주가 그린 웃는 얼굴에는 단순한 현재의 표정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가 오랜 세월 웃으며 살아온 시간이 배어 있다는 것이다.
즉 손주의 그림이 한 사람의 초상을 넘어 삶의 기록이 된다.
여기서 사진과 언술의 결합도 매우 자연스럽다.
사진이 ‘손주가 바라본 웃는 할배’를 보여준다면, 언술은 그 웃음 뒤에 축적된 세월을 보여준다.
사진이 말하지 못하는 내면의 시간과 의미를 언술이 보완하면서, 이미지와 언술이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사진 약 50%, 언술 약 50%라는 디카시의 핵심적인 결합 방식에도 부합한다.
또한 제목 「추석 이벤트」는 작품의 내용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제목에서는 한바탕 즐거운 가족 이벤트처럼 시작하지만, 마지막에는 ‘녹아 스며든 세월’이라는 깊은 시간의식으로 마무리된다.
가벼운 일상에서 시작하여 삶의 깊이로 끝나는 구조가 이 작품의 중요한 매력이다.
다만 ‘녹아 스며든’은 의미상 다소 유사한 동작을 겹쳐 놓은 표현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그 중첩이 오히려 세월이 얼굴에 깊이 배고 스며든 상태를 강조하는 효과를 낸다.
따라서 현재 형태를 그대로 유지해도 무리가 없다.
종합 시평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평범한 추석의 한 장면을 인생의 한 장면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데 있다.
손주에게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그리는 작은 이벤트였지만, 할아버지에게 그 그림은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된다.
특히 ‘늘 웃던 거’에서 ‘참 잘한 일’로, 다시 ‘녹아 스며든 세월’로 이어지는 의미의 상승이 안정적이다.
손주의 그림이라는 순수한 이미지에 할아버지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을 겹쳐 놓으면서, 가족의 정을 넘어 한 인간이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돌아보는 순간을 포착했다.
따라서 이 작품은 단순히 ‘손주가 그려준 할아버지 그림’을 기록한 디카시가 아니라, 손주의 시선에 비친 한 사람의 웃음에서 그가 살아온 세월을 발견한 디카시라고 평가할 수 있다.
사진은 할배의 얼굴을 그리고, 언술은 그 얼굴에 새겨진 삶을 읽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작품은 디카시집에 수록할 만한 의미와 여운을 확보한다.
ⓒ GK뉴스온 & gknewson.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
[황지영칼럼]"내가 할게요"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 당시 학교 주변은 유행에 가장 민감하고 현란한 네온사인을 뽐내는 상가가 즐비했으며, 최신 패션을 선도하는 젊은이들로 넘쳐나던 한국에서 가장 핫한 거리 중 하나였다. 그래서일까? 고학년 여자아이들은 짧은 반바지에 긴 윗도리로 하의실종을 연출하고 연... -
[선종복의글로컬스토리]학교안전, 대한민국의 마지막 사각지대
[선종복의글로컬스토리] 우리는 스스로를 안전 선진국의 문턱에 선 나라라고 말한다. 대형 참사를 여러 번 겪으면서 재난안전법이 정비되었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산업현장의 안전 기준도 크게 높아졌다. 공장과 건설현장, 다중이용시설에는 '안전관리 책임자'라는 이름... -
[선종복의 글로컬스토리]“대한민국은 왜 잠시도 조용할 날이 없을까?” … 소음 뒤에 숨겨진 진실
선종복 | 칼럼니스트 / GK뉴스온 대한민국은 오늘도 시끄럽다. 아침에 눈을 뜨면 미디어와 커뮤니티는 정쟁과 갈등, 극단적 대립의 목소리로 넘쳐난다. 현직 대통령과 국정 운영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부터 세대·이념·계층 간의 불협화음까지, 과연 대한민국은 왜 이토록 잠시도 조용할 날이 없을까? &... -
[GK시론]舌禍! 알고리즘! 대한민국은 흔들리고 있다, 해법은?
선우진 기자 말 한마디가 선거판을 뒤집고, 15초짜리 영상 하나가 여론을 갈라놓는 시대다. 대한민국은 지금 '혀'와 '알고리즘'이라는 두 개의 단층선 위에서 흔들리고 있다. ■ 생중계되는 혀, 박제되는 실언 설화(舌禍)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파괴력은 차원이 달라... -
[선종복의 글로컬스토리]스펙을 넘어 인성으로, ‘협력하는 괴짜’가 미래를 만든다
AI와 인공지능이 삶의 모든 영역에 깊숙이 침투한 대변혁의 시대, 교육과 사회생활의 패러다임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과거에는 주어진 정답을 빠르게 맞히고 차곡차곡 스펙을 쌓아 올린 ‘모범생’이 인재의 표준이었다.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정답을 가장 빠르게 찾아내는 역할은 이제 AI의 몫이 되... -
[선종복의 글로컬스토리]저출생 시대, 학교는 왜 더 위험해지는가
올해 서울의 전체 학생 수가 사상 처음으로 8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2026학년도 학급편성 결과에 따르면 서울 2092개 학교의 전체 학생 수는 78만2104명으로 지난해보다 2만8304명 줄었다. 전국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더 뚜렷하다. 초·중·고교 전체 ...
전체댓글 0
NEWS TOP 5
추천뉴스
-
아일릿 ‘Almond Chocolate’, 日서 또 역주행 인기 돌풍!
- 오리콘·애플뮤직 등 주간 랭킹서 순위 상승 지속…어느새 차트 최상위권 넘봐 - 시간 지날수록 순위... -
에스파 ‘Whiplash’ 영어 버전, 오늘(27일) 오후 1시 공개
‘빌보드 위민 인 뮤직’서 무대 첫 선! 에스파 X 스티브 아오키 조합도 기대UP 에스파(aespa, 에스엠... -
‘솔로 데뷔 D-DAY’ NCT 마크, “‘The Firstfruit’는 제 인생을 바탕으로 만든 앨범” [일문일답]
“타이틀곡 ‘1999’, 포부와 1999년 콘셉트가 재미있는 곡… 가사에 타이틀로 확신” “진정성 있는 음... -
알리, 데뷔 20주년 광주 콘서트 '용진' 성료 "신곡 깜짝 선공개"
가수 알리(Ali)의 데뷔 20주년 기념 광주 콘서트가 성황리에 종료됐다. 알리는 지난 12일 광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