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종복 | 칼럼니스트 / GK뉴스온
대한민국은 오늘도 시끄럽다. 아침에 눈을 뜨면 미디어와 커뮤니티는 정쟁과 갈등, 극단적 대립의 목소리로 넘쳐난다. 현직 대통령과 국정 운영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부터 세대·이념·계층 간의 불협화음까지, 과연 대한민국은 왜 이토록 잠시도 조용할 날이 없을까?
글로벌 시각(Global)과 지역적 현실(Local)을 결합해 우리 사회의 맥락을 짚어보는 ‘글로벌 스토리’의 눈으로 보면, 이 시끄러움은 단순한 진흙탕 싸움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가진 독특한 현대사와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역동성의 반대급부다.
1. ‘압축 성장’이 남긴 가치관의 대충돌
대한민국은 반세기 남짓한 시간에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일궈냈다. 하지만 이 눈부신 속도만큼 사회적 갈등도 압축적으로 축적됐다.
국가 재건과 경제 성장을 최우선으로 겪어낸 세대와, 민주화 투쟁을 통해 개개인의 권리와 절차적 정의를 경험한 세대 사이에는 서로 다른 가치관과 우선순위가 충돌한다. 여기에 급격한 성장의 그늘 아래 쌓여온 양극화와 사회적 안전망 부족 등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분출되며 커다란 파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2. ‘승자독식’ 정치 구조와 ‘갈등의 상업화’
갈등을 중재해야 할 정치와 미디어 구조 역시 시끄러움을 극단화하는 데 일조한다.
단 한 명만 살아남는 대통령 중심제와 소선거구제는 상대방을 무너뜨려야만 내가 사는 ‘제로섬(Zero-Sum) 게임’을 유발한다. 양당 구도가 고착화되면서 타협보다는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자극적 정치가 반복된다.
여기에 알고리즘 기반의 미디어 환경이 결합하며 확증 편향이 심화되고, 갈등을 소비하고 상업화하는 구조까지 더해져 대립의 목소리는 온·오프라인에서 끊임없이 증폭된다.
3. 소음인가, 역동성인가?
그러나 이 시끄러움을 단지 부정적인 ‘소음’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역설적으로 대한민국의 시끄러움은 시민들의 높은 교육 수준과 강한 사회 참여 의식을 반영하는 ‘역동적 민주주의’의 단면이기도 하다.
부당함에 대해 즉각 목소리를 내고 집단적 행동으로 이어가는 에너지는 한국 사회를 변화시켜 온 가장 강력한 동력이었다. 사회적 문제를 수면 아래로 은폐하지 않고 공론장으로 끌어내는 힘은 불의를 참지 않는 독특한 시민문화에서 파생된다.
갈등을 ‘해법’으로 바꾸는 소통의 기술
GK뉴스온이 지향하듯,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속도보다 ‘방향’이며 자극보다 ‘통찰’이다. 시끄러운 현상 그 자체에 함몰되기보다, 문제의 본질을 진단하고 갈등을 해법으로 전환하는 공론장의 역할이 절실하다.
대한민국의 시끄러움이 단순한 소음과 분열로 끝날지, 아니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진통이 될지는 결국 성숙한 소통 인프라와 대화의 기술에 달려 있다. 갈등의 에너지 속에 잠재된 역동성을 건강한 해법으로 전환할 때, 대한민국은 한 단계 더 성숙한 사회로 도약할 것이다.

선종복 서울교육삼락회장, 前 서울북부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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