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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영칼럼]사랑이와 기쁨이

  • 황지영 기자
  • 입력 2026.08.27 08: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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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와 기쁨이

김사랑, 이기쁨(가명)

 

이 두학생은 형제인데 내가 몇 달 간 가르친 학생들이다. 형 사랑이는 6학년, 동생 기쁨이는 4학년, 성이 다른 형제가 우리 시설에 와서 며칠 적응 시간을 갖고 교실에 와서 함께 공부를 시작하였다.

 

교실로 오던 첫 날,

 

사회복지사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형제인데 성이 다르다고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 일이 있으니 지도할 때 참고 하라고 하였다. 나는 수업 전 사랑이와 기쁨이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형제가 성이 다른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아빠가 다를 수 있지.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이유를 말하고 친구들이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 줄까?"

내 말을 들은 동생 기쁨이가 단호하게 하는 말이

"아니요, 사람은 프라이버시가 있잖아요. 아이들이 물어보지 않게 해 주세요."

난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이야기 하는 기쁨이를 보면서 조금 놀랐다. 부끄럽게도 그 대답은 교사인 내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이와 기쁨이를 소개하면서 기쁨이 말대로 학급 친구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신기하게도 그 이후 우리 학생들은 사랑이와 기쁨이에게 그 부분을 묻지도 않고 놀리는 일도 없이 잘 지내주었다.

 

가끔은 교사인 내가 생각한 것보다 학생들이 더 현명한 답을 가지고 있을 때가 있다. 우리는 아이들을 대할 때 정답은 어른들이 제시해 주는 거라 생각하지만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또 다른 질서와 자기만의 정답이 존재하기도 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모를거라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느끼며 성장하고 있으므로 자녀들을 키울 때에도 함부로 아이들의 의사를 무시하면 나중에는 대화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두 학생은 부모의 방임으로 가정과 분리되었는데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아 학습 정도가 많이 부족하였다. 정서적 문제가 있었던 엄마 혼자 양육하며 홈 스쿨링을 한다고 하였으나 방치되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랑이와 기쁨이가 온 몸으로 받고 있었다.

 

사랑이와 기쁨이를 양육하던 엄마는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지만 펜싱학원에는 보내고 집에서는 앵무새 5마리 키웠다고 했다. 계속 앵무새를 그리던 사랑이, 아마도 앵무새와 항께 한 시간을 그리워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동생 기쁨이는 힌글을 읽기는 했지만 잘 쓰지 못 해서 동년 또래보다 학습력이 뒤쳐지다 보니 자신감이 조금 부족했지만 그림 그리는 솜씨는 영재급이었다.

 

글을 잘 쓰던 사랑이가 쓴 글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나도 어느 중산층 가정에서 평범하게 자랐으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이 글을 보면서 코 끝이 찡해졌다. 편안한 시설에서 많은 복지사와 선생님들이 아무리 잘해준들 부모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다 달래줄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가정에서 방임되거나 가정 학대에 노출되는 아이들은 복합적 문제를 가지고 있어 사회가 개입하여도 현명하게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것은 아직 독립적으로 생활 할 수 없는 아이들이 가정에서 겪는 문제는 사회가 나서지 않으면 절대 해결될 수 없고 오히려 점점 더 해당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거짓말

김사랑 

거짓말은 따끔따끔

가시가 붙은 말 

 

나는 재미있지만

거짓말 가시에 콕콕! 

 

피노키오는 코가 쑥쑥

할아버지는 눈물 뚝뚝 

 

내가하는 거짓말에

내 마음도 따갑다

KakaoTalk_20260827_080328873.png

 

위의 글과 그림은 피노키오를 주제로 우리 학생들에게 인성 수업을 하였을 때 쓴 사랑이의 글과 우리 학급 학생들이 이야기의 한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유난히 그림그리기를 좋아하고 그 솜씨 또한 남다르다.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가정과 분리된 외로움을 예술적으로 승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작은 위로를 건네며 틈새 시간에는 그림지도를 하였다.

 

잠시 머무르는 동안 내가 만난 아이들과 나누는 사랑이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 조금은 위안이 되기를 바라며 지금은 장기 시설로 떠난 사랑이와 기쁨이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졌던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이 사회에 건강한 일원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황지영

시인

황지영.png

1997아동문학에 동시로 등단/저서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2003), 꿈이 있는 교실(2007) 시집 숨바꼭질(2023) / 상담 심리학 석사 / 글로컬 교육원 이사 / 대한민국 초등교원으로 38년 봉직하고 여러 기관에서 초등 통합 과정을 지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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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1

  • 황경선2026-08-29 10:20:58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자기만의 순수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두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밝은미래를 응원합니다. 교육현장의 아이들의 생각을 들려주어서 생생하게 마음에 와 닿습니다. 또래 아이들에 대해서 더욱 이해하게 됩니다. 칼럼을 읽으며 그 의미가 더 깊게 다가왔습니다. 그 이름처럼 서로에게 사랑과 기쁨을 나누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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