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자 납부유예·장기 실거주 공제의 현장 밀착형 개선책을 바란다

"정부의 세제 개편 방향이 옳더라도, 현장의 미세한 틈새를 메우지 못하면 정책의 온기는 국민에게 닿지 않는다. 참된 주거복지 세제는 제도의 겉모습이 아닌 '체감되는 디테일'에서 완성된다.“
방향은 맞지만, 현장의 불안을 지우기엔 2% 부족하다
최근 정부와 여권이 추진하는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에서 '장기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와 '고령자 보유세 납부유예 요건 완화'가 비중 있게 다뤄지는 것은 매우 진일보한 변화다. 세제를 단순히 세수 확보나 시장 투기 억제의 수단으로만 보지 않고, 평생 실거주해 온 은퇴 고령자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정책적 의지가 읽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거복지 현장에서 만나는 고령층의 목소리는 여전히 신중하고 불안하다. 제도의 취지는 훌륭하지만, 정작 제도를 이용하려 할 때 직면하는 현실적 문턱과 독소 조항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좋은 의도로 출발한 정책이 현장에서 '그림의 떡'이나 '또 다른 부담'으로 작동하지 않으려면, 더욱 정교하고 밀착된 디테일 개혁이 시급하다.
첫째, 국세(종부세)를 넘어 지방세(재산세)까지 실거주 혜택을 넓혀야 한다
현재 논의되는 세액공제나 부담 완화책은 대개 국세인 종합부동산세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초고가 주택 소유자가 아닌 이상, 대다수 고령 은퇴자가 매년 체감하는 가장 고통스러운 주거 비용은 지방세인 '재산세'다. 소득이 끊긴 상태에서 집값 상승으로 공시가격이 오르면 재산세 부담 역시 크게 늘어난다.
현행 세제는 장기 실거주자에 대한 재산세 자체 감면 구조가 미비하다. 종부세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매년 수백만 원의 재산세를 감당해야 하는 자산부유-현금빈곤(Asset Rich, Cash Poor) 고령층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방세법을 개정하여 장기 실거주 기간에 비례해 재산세를 감면해 주는 '실거주 연동형 재산세 공제'가 반드시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둘째, 납부유예의 '이자 부담'을 낮추고 행정 문턱을 없애야 한다
현행 보유세 납부유예 제도는 세금 납부를 주택 처분이나 상속 시점까지 미뤄주는 유용한 제도다. 하지만 현장 어르신들이 유예 신청을 망설이는 결정적 이유는 바로 '이자상당액(납부지연 가산세)' 때문이다. 유예 기간 동안 시중 연체 금리 수준의 이자가 계속 쌓여, 향후 상속이나 매각 시 '세금보다 무서운 이자 폭탄'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고령자 납부유예는 특혜가 아니라 현금 흐름이 막힌 고령층을 위한 최소한의 주거 안전망이다. 따라서 납부유예 시 적용되는 이자율을 정기예금 수준의 초저리로 낮추거나, 15년 이상 초장기 실거주자에 한해서는 이자 가산 자체를 면제하는 전향적 배려가 필요하다. 아울러 복잡한 부동산 근저당 설정 등 까다로운 담보 절차를 간소화하여 고령자가 쉽게 신청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야 한다.
셋째, 돌봄과 요양 등 '복지적 사유'로 인한 거주지 이동을 인정해야 한다
고령사회에서 어르신들의 거주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건강 악화로 요양병원에 입원하거나, 자녀의 돌봄을 받기 위해 일시적으로 주거지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현행 요건은 엄격한 실거주 유지를 요구하여, 자칫 요양원 입소나 돌봄 이주가 '실거주 위반'으로 간주되어 납부유예 자격이 철회될 위험이 있다.
어르신이 살던 집을 처분하지 않고 노후의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요양·간병·자녀 합가 등 '복지적 사유'로 인한 거주지 이전 시에는 예외적으로 실거주 요건을 지속 인정해 주는 '돌봄 연계형 가이드라인'이 제도에 반영되어야 한다.

선종국 한국주거복지사협회 회장, 경민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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