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복칼럼]
글로벌화가 심화하고 지식 기반 사회로 급격히 이행함에 따라 세계는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는 동시에 local(지역적) 가치와 특수성의 중요성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각을 지니면서도 지역 특성에 발맞추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글로벌(Global)+로컬(Local)’ 즉, 글로컬(Glocal) 리더십이 시대적 화두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아무리 진화된 첨단 사회라 할지라도 통찰과 리더십의 본질은 새로움이 아닌 역사와 인류 지혜의 결정체인 ‘고전(古典)’ 속에 뿌리를 두고 있다. 동서양의 수많은 고전은 인류가 오랜 세월 다듬어 온 가치와 성찰의 보고이며, 유동적인 글로컬 환경 속에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변함없는 이정표가 된다.
동양의 지혜: 인(仁)과 화이부동(和而不同)
동양 고전의 대표 격인 공자의 《논어》는 글로컬 리더십의 도덕적·인간적 기반을 통찰력 있게 일깨워준다. 공자가 강조한 ‘인(仁)’은 단순히 타인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넘어, 타인에 대한 인격적 존중과 공감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구축하는 공동체적 통찰이다. 글로컬 리더십의 관점에서 '인'은 다양성이 공존하는 세계화 환경 속에서 서로 다른 문화와 배경을 지닌 이들을 아우르는 거대한 포용력으로 확장된다.
또한 《논어》의 ‘화이부동(和而不同)’ 정신은 글로컬 리더십의 핵심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되 불협화음을 만들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이 원리는, 글로벌이라는 거대한 보편성과 로컬이라는 독자성을 지닌 개별성이 어떻게 상생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세계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지역의 독창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세계적 기준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고리가 바로 ‘화이부동’의 가치다.
서양의 지혜: 덕(Virtue)과 공공의 이익
한편 서양 고전 플라톤의 《국가》나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글로컬 리더가 갖춰야 할 공동체적 책임감과 철학적 판단력의 기준을 제시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리더에게 요구되는 덕목으로 ‘실천적 지혜(Phronesis)’를 들었다. 이는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특정한 현실적 조건과 개별 상황 속에서 무엇이 최선인가를 판단하고 실행에 옮기는 능력이다.
글로컬 리더 역시 글로벌적 대의와 지역적 현실이라는 복잡다단한 사안에 직면했을 때,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상황에 부합하는 적절하고 윤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실천적 지혜를 가져야 한다.
온고지신(溫故知新)으로 여는 글로컬 시대의 미래
결국 글로컬 리더십은 새로운 기법이나 최신 이론만을 좇는 데서 완성되지 않는다. 고전과의 깊은 대화를 통해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다지고, 이를 현대의 지역사회와 세계 무대에 창의적으로 적용할 때 발휘될 수 있다.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안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가르침처럼, 시대를 초월하여 검증된 고전의 지혜를 거울삼아 통찰을 키울 때 리더는 혼돈의 시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다.
계와 지역을 잇는 변혁의 중심에 선 리더들에게 묻는다. 우리의 눈은 세계라는 유연하고 광활한 지평을 향해 열려 있는가, 그리고 우리의 발은 우리 고유의 역사와 지역이라는 단단한 땅 위에 확고히 자리 잡고 있는가. 그 해답을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동서양의 고전은 여전히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터가 되어줄 것이다.
선종복 발행인(서울교육삼락회장, 前 서울북부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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