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상칼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 본토 중심의 제조업 부흥과 무역 적자 해소를 목표로 한 고강도 관세 정책이 전 세계 공급망을 뒤흔들고 있다. 상호관세와 품목별 무역 제재가 글로벌 교역의 상수가 된 지금, 역설적이게도 파격적이고 새로운 역발상적 접근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북한을 향한 과감한 비관세(관세 면제 및 예외) 적용을 매개로 한반도 비핵화를 견인하는 동시에, 한국을 비롯한 서방 제조 강국들에게 거대한 경제적 투자 기회를 열어주자는 구상이다.
글로벌 관세 장벽의 파고와 북한의 특수성
현재 미국의 대외 무역 정책은 국가 안보와 공급망 재편을 무기로 전방위적인 압박을 구사하고 있다. 철강, 반도체, 자동차 등 핵심 산업을 필두로 한 섹션 232 조치와 더불어, 교역국들을 향해 상호관세 및 비관세 장벽 해소를 강도 높게 요구해 왔다.
실제로 북한이나 러시아 등 기존 제재 대상국들은 극단적인 제재와 고율 관세로 인해 실질적인 교역이 차단된 상태다. 그러나 반대로 이를 역이용해 북한이 비핵화의 길목으로 과감히 들어설 경우 파격적인 비관세 지대로 전환하겠다는 신호를 발신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고립의 아이콘이었던 북한이 파격적인 개방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시나리오다.
서방 제조 강국에 열리는 새로운 투자 영토
만약 북한 지역이 비관세 혜택을 받는 특별 경제 구역 내지 투자처로 지정된다면, 이는 한국, 미국, 일본 등 서방 제조 강국들에게 전례 없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풍부한 지하자원과 숙련된 노동력이 결합하고, 미국의 관세 장벽에서 자유로운 생산 기지가 한반도 내에 구축된다면 글로벌 제조업의 지각변동은 피할 수 없다.
특히 저성장 국면에 직면한 한국의 제조 인프라 기업들에게 북한 지역은 새로운 돌파구이자 밸류체인 확장 공간이 된다. 남북 간 물류망 연결은 대륙과 해양을 잇는 동북아 물류 혁신으로 이어져, 한국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잠재력을 품고 있다.
성공의 전제조건: 철저한 법령 정비와 미국의 제도적 보장
물론 이 구상이 장밋빛 청사진으로만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선결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가장 먼저 담보되어야 할 것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근본적인 안보적 합의다. 안보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경제적 접근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같다.
동시에 제도적 뒷받침도 필수적이다. 투자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남북 간, 그리고 한미 간의 엄격하고 정교한 법령 정비가 수반되어야 한다. 미국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투자 보장과 예외 적용 조문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민간 자본과 글로벌 대기업들의 실제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투자 자금의 안전성, 지식재산권 보호, 분쟁 해결 절차 등에 대한 법적 구속력 있는 틀이 마련되어야 비로소 자본이 움직일 수 있다.
평화와 경제를 동시에 잡는 윈-윈(Win-Win)의 해법
북한에 대한 비관세 적용과 이를 통한 서방 진영의 대규모 투자는 단순한 경제 논리를 넘어선다. 그것은 군사적 대치를 평화적 번영으로 유도하는 가장 강력한 유인책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실질적인 평화 체제로 정착시키는 동시에,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제조 강국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마스터플랜으로서 이 과감한 외교·경제적 결단에 진지한 시선이 모아져야 할 때다.
유호상 (금융소비자연맹 정책본부장, 글로벌관광객1억명시대위 대외협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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