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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 OPEN SCHOOL]“진짜 착한 게 맞나요?”… 타인 아닌 ‘나’를 지키는 현명한 삶의 기술

  • 박주은 기자
  • 입력 2026.05.22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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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KNEWSON = 박주은 기자] 언제나 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공동체 안에서 ‘늘 밝고 착한 사람’이라는 표지판을 달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 미소 뒤에는 ‘아무도 진짜 내 모습을 알지 못한다’는 깊은 슬픔과 아픔이 숨어 있지는 않은가.

 

헤일리 머기(Haley Magee)의 저서 《착함 중독》은 타인의 인정과 만족을 위해 정작 자기 자신을 방치하고 희생하는 이른바 ‘피플 플리징(People Pleasing)’ 성향의 현대인들에게 묵직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 ‘착함 중독’의 뿌리, 어린 시절의 생존 전략과 아첨 반응

 

책의 저자인 라이프 코치 헤일리 머기는 자신이 겪은 일화를 통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떵떵거리는 무더위 속에서 거절을 못 해 낯선 캠페인 활동가의 이야기를 10분 넘게 들어주다 결국 식료품 봉지가 터져버린 순간, 자신이 평생 타인의 눈치만 보며 살아왔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는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이러한 ‘피플 플리징’의 근본 원인은 자기 자신과의 단절에 있다. 심리치료사 피트 워커는 인간의 스트레스 반응 모델(투쟁·도피·경직)에 네 번째 반응으로 ‘아첨(Fawn)’을 추가했다. 이는 어린 시절 무심하거나 엄격한 양육자 밑에서 안전과 애정을 얻기 위해, 혹은 부당한 대우에 저항했다가 더 큰 보복을 당하지 않기 위해 본능적으로 학습된 ‘생존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정서적으로 매마른 환경이나 부모의 역할을 대신 떠맡아야 했던 ‘부모화된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비판이나 거절을 극도로 두려워하며, 타인의 감정을 돌보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게 된다.

 

 

■ 감정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끼는 것부터 시작해야

 

책은 타인을 우선시하는 패턴을 끊어내기 위해 가장 먼저 ‘자기 자신과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많은 이들이 고통스러운 감정을 직접 느끼지 않기 위해 이성과 논리로 상황을 처리하려는 ‘주지화(Intellectualization)’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신체, 즉 몸을 통로 삼아 감정과 연결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몸의 감각을 천천히 살피는 ‘바디 스캔’이나 깊은 호흡을 통해 내면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이름 붙이는 ‘근본적 수용(Radical Acceptance)’이 그 첫걸음이다.

 

불편한 감정이 신호를 보낼 때, 가슴에 손을 얹고 “괜찮아, 넌 지금 안전해”라고 다정하게 스스로를 다독이는 자기 연민의 태도가 필수적이다.

 

 

■ “나 없는 우리는 없다”… 내적 경계와 현명한 거절

 

의사소통에 있어서는 자신의 요구를 명확하고 부드럽게 표현하는 ‘나 전달법(I-Message)’의 활용을 권장한다. 상대방의 행동으로 인해 내가 느끼는 감정과 필요한 요구를 솔직하게 밝히는 방식이다.

 

만약 상대방이 변화할 의사가 없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경계 설정’이다. 경계를 세운다는 것은 타인의 말과 행동은 통제할 수 없어도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스스로 결정하는 내적 독립을 의미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로운 상호작용에서 아예 줄을 놓아버리는 ‘단절’ 역시 건강한 경계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가면 많은 사람으로부터 배척당한다. 그러나 타인이 원하는 대로 따르다 보면 자기 자신으로부터 배척당한다.”

— 클라리사 에스테스

 

 “지구 생명체의 탄생도 세포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는 세포막이 만들어지면서 시작됐다”며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착함은 진짜 착함이 아니라 어리석음”이라고 강조했다. 인간관계에서 적절한 단벽이 좋은 이웃을 만들 듯, 내 삶을 파괴하는 괴로움으로부터 스스로를 차단하는 것은 나를 지키기 위한 당연한 의무라는 메시지다.

 

호스피스 간호사 브로니 외어가 말기 환자들에게 들은 가장 큰 후회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그때 용기를 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이제 타인을 만족시키기 위한 무조건적인 착함을 멈추고, 나를 아름답게 꽃피우기 위한 ‘현명한 이기심’을 가져야 할 때다.

박주은 기자(begi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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