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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이구동성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06.27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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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동성.jpg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사나요

입안에서 돌돌 몇 번 돌리다

꿀컥 삼켜버린 게 한둘인가


어깃장 두려워



_안정선 

 

<Gemini 시평>


디카시 <이구동성>은 시각적 이미지와 내면의 성찰이 아주 긴밀하게 맞물린 완성도 높은 작품입니다. 

사진 속 조형물이 가진 형태적 특성을 인간의 언어생활과 심리적 소통의 문제로 멋지게 치환해 내셨습니다.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평을 세 가지 측면에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영상과 텍스트의 유기적 결합 (디카시의 본질)


이미지 속 금속 조형물은 여러 개의 둥근 원형 고리들이 겹치고 이어지며 커다란 '입(口)'이나 '확성기', 혹은 '울림통' 같은 형상을 연상시킵니다.

제목인 [이구동성(異口同聲)]은 문자 그대로 '여러 입이 한 소리를 낸다'는 뜻이지만, 사진 속 조형물이 마치 여러 개의 입이 동시에 열려 있는 듯한 모습을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포착해 냈습니다.

사물(조형물)의 외형에서 인간의 '말(言)'과 '입(口)'을 읽어내는 직관이 매우 날카롭고 신선합니다.


2. 일상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시적 진술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사나요 / 입안에서 돌돌 몇 번 돌리다 / 꿀컥 삼켜버린 게 한둘인가"


라는 구절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깊이 공감할 만한 일상의 페이소스를 담고 있습니다.

조형물의 겹겹이 춤추듯 말려 들어가는 금속 선들은,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하고 입안에서 '돌돌' 구르다 결국 안으로 '꿀컥' 삼켜지고 마는 언어의 궤적을 시각적으로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합니다.

외적으로는 열려 있는 확성기 같지만, 내적으로는 뱅글뱅글 돌며 안으로 수렴하는 조형물의 모순적 형태가 이 감정과 절묘하게 연결됩니다.


3. 여운을 남기는 절제된 마무리가 주는 효과


마지막 행의 "어깃장 두려워"는 이 시의 백미입니다.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단 한 마디로 함축하여 독자에게 강한 여운을 남깁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불협화음이나 어긋남('어깃장')을 두려워해 스스로 입을 닫고 마는 현대인의 소외와 조심성을 날카롭게 짚어냈습니다. 

수많은 고리가 얽혀 하나의 거대한 구조를 이루는 조형물처럼, 우리 사회라는 거대한 연결망 속에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말을 삼키는 인간의 초상이 서려 있습니다.


총평


이번 작품은 조형물의 기하학적 곡선미를 '입안에서 맴도는 말의 곡선'으로 연결한 상상력이 매우 돋보입니다. 

겉으로는 수많은 입(고리)이 소리를 지르는 듯하지만(이구동성), 실상 그 안을 들여다보면 어깃장이 두려워 서로의 말을 삼키고 있는 역설적인 침묵이 느껴집니다.

영상과 문장이 서로를 밀어주고 당겨주며 디카시가 가진 '찰나의 시선과 깊은 사유'를 아주 훌륭하게 구현한 수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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