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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복의 글로컬스토리]"성묘 대신 폰묘? 추석이 묻는 시대정신"

  • 선우진 기자
  • 입력 2026.09.1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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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복의 글로컬스토리] 

추석이 다가오면 고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예전 같지 않다. 조상의 산소를 찾아 벌초하고 절을 올리던 풍경이 점점 낯설어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지 않아도 주변을 둘러보면 알 수 있다. 명절 연휴에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차례 대신 가족 식사로 대체하는 집이 늘고 있다. 성묘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

 

조상숭배의 전통은 유교 문화의 뿌리 깊은 유산이다. 조선시대 이후 제사와 성묘는 효(孝)의 실천이자 공동체를 잇는 의식이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단절되지 않고 이어진다는 믿음, 그것이 성묘의 본질이었다.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 핵가족화를 거치며 이 의식은 서서히 그 무게를 잃어갔다. 조부모 세대에게는 당연했던 일이 손자 세대에게는 낯선 의무가 되었다.

 

요즘 신세대의 무관심을 단순히 '버릇없음'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이는 시대정신의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로 봐야 한다. MZ세대는 형식보다 의미를, 강요된 전통보다 자발적 기억을 중시한다. 그들에게 성묘는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 '왜 해야 하는지 설명되어야 하는 일'이다. 이는 무관심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질문이다.

 

시대정신이란 결국 그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의 총합이다. 과거의 시대정신이 공동체와 위계, 의무를 중시했다면 오늘의 시대정신은 개인과 선택, 진정성을 중시한다. 성묘 문화의 쇠퇴는 그 자체로 안타까운 일만은 아니다. 형식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형태의 기억법이 들어설 여지가 생긴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 성묘, 추모 애플리케이션, 수목장과 자연장 등 대안적 추모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조상을 기리는 방식들이다. 중요한 것은 형식의 존속이 아니라 기억의 지속이다. 절을 올리는 방식이 바뀌어도 감사와 기억의 마음이 이어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물론 우려도 있다. 형식이 완전히 사라지면 기억 자체도 희미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은 반복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전통의 강요'가 아니라 '전통의 재해석'이다. 부모 세대가 왜 성묘를 하는지, 그 의미를 진솔하게 이야기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성묘 문화의 변화는 위기가 아니라 전환점이다.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기보다,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기억의 방식을 함께 고민할 때다. 그것이 진정한 시대정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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