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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복의 글로컬스토리]추석에서 읽는 글로컬 밥상

  • 선우진 기자
  • 입력 2026.09.15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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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가 다가오면 어느 집이나 상차림 걱정이 앞선다. 송편을 빚고, 전을 부치고, 나물을 무치는 손길 속에는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우리 고유의 정서가 담겨 있다. 그런데 요즘 명절 밥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뜻밖에도 '세계'가 함께 차려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당장 차례상에 오르는 과일 하나만 봐도 그렇다. 사과와 배는 여전히 국산이 많지만, 바나나나 파인애플 같은 이국 과일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차지한 지 오래다. 전을 부치는 식용유는 수입산 콩기름이나 팜유인 경우가 많고, 잡채에 들어가는 당면 역시 국내산 재료와 수입 재료가 뒤섞여 있다. 우리가 '전통 명절 음식'이라 부르는 상차림 자체가 이미 오래전부터 글로벌 유통망 위에서 완성되고 있었던 셈이다.

 

지역으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는 더 흥미로워진다. 전국 각지의 재래시장은 추석 대목을 맞아 활기를 띠는데, 이 활기는 단순히 지역 상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지 농가에서 도매시장을 거쳐 전국 각 가정의 식탁까지 이어지는 유통 흐름 속에는 국제 곡물가, 환율, 물류비 같은 글로벌 변수들이 촘촘히 얽혀 있다. 올해 배 한 박스, 한우 한 근의 가격이 예년과 다르게 느껴진다면, 그 배경에는 지역 농가의 사정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흐름이 함께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이주민들의 추석 풍경이다. 이제 많은 지역 사회에서 며느리나 이웃이 베트남, 필리핀, 중국 출신인 경우를 어렵지 않게 만난다. 이들은 저마다 고향의 추석·중추절 풍습을 우리 명절 문화와 섞어가며 새로운 밥상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익숙한 송편 옆에 낯선 고향 음식 한 그릇이 놓이는 순간, 그 식탁은 이미 작은 지구촌이 된다.

 

결국 추석 밥상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을 건넨다. 아무리 오래되고 익숙한 전통이라 해도, 지금 이 시대의 명절은 결코 마을 담장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을. 지역의 정성과 세계의 흐름이 만나 완성되는 밥상, 그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글로컬 추석'의 진짜 모습이다.

 

 

올 추석에는 상 위에 놓인 음식 하나하나가 어디서, 어떤 경로로 우리 식탁까지 왔는지 한 번쯤 헤아려보면 어떨까. 익숙한 보름달 아래, 생각보다 훨씬 넓은 세상이 함께 차려져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교장 선종복_14.jpg

선종복(서울교육삼락회 회장, 글로컬리더십연구소대표, 前 서울북부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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