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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복의 글로컬스토리]보름달은 하나, 추석은 여럿

  • 선우진 기자
  • 입력 2026.09.15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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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뜨는 보름달은 단 하나다. 지구를 도는 달의 궤도가 그렇게 정해져 있으니, 서울에서 보든 뉴욕에서 보든 도쿄에서 보든 그날 뜨는 달은 같은 달이다. 그런데 그 하나의 달을 두고 사람들이 벌이는 잔치는 저마다 다르다.

 

 누구는 송편을 빚고, 누구는 월병을 나누고, 누구는 등불을 밝힌다. 같은 하늘 아래 다른 명절이 펼쳐지는 셈이다. 이것이야말로 '글로컬'이라는 말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한가위, 그 이름의 풍성함

 

한국인에게 추석은 단순한 명절이 아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옛말처럼, 추석은 한 해 농사의 결실을 확인하고 조상에게 감사를 올리는 날이다. 흩어졌던 가족이 모이고, 성묘를 다녀오고, 송편을 빚으며 정을 나눈다. 고속도로는 몸살을 앓고, 기차표는 예매 전쟁이 벌어지지만, 그 불편함마저도 명절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이 추석이라는 명절이 한국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같은 음력 8월 15일을 기점으로 동아시아 곳곳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보름달을 맞이한다.

 

 

하나의 달, 여러 개의 이름

 

중국에서는 이날을 중추절(中秋節)이라 부른다. 월병을 나눠 먹고, 가족의 단란함을 뜻하는 '단원(團圓)'을 강조한다. 흩어진 가족이 둥근 달처럼 다시 모인다는 상징이다. 월병 속에 담긴 앙금 하나하나에도 재회와 화합의 의미가 스며 있다.

 

베트남에서는 쭝투(Tết Trung Thu), 즉 중추절이 어린이를 위한 명절로 자리 잡았다. 등불 행렬과 사자춤이 거리를 채우고, 아이들은 별 모양 등을 들고 다닌다. 어른들의 제사보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명절의 중심에 있다.

 

일본에서는 '오쓰키미(お月見)', 달구경이라는 이름으로 이 시기를 기린다. 억새를 꽂고 경단을 쌓아 올려 달에 바치며, 풍요와 수확에 대한 감사를 표한다. 다만 일본은 양력화된 명절 체계로 옮겨가면서 추석에 해당하는 성묘 명절은 오히려 8월의 오봉(お盆)으로 분리되어 있다. 같은 뿌리에서 갈라진 가지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자란 셈이다.

 

 

달은 그대로인데, 사람이 달라진다

 

이 여러 이름의 명절들을 나란히 놓고 보면 재미있는 사실이 드러난다. 달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는데, 그 달을 맞이하는 방식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계속 달라져 왔다는 점이다. 농경사회에서는 수확 감사제였던 것이, 산업화 이후에는 가족 재회의 의례로, 그리고 지금은 또 한 번 변화를 겪고 있다.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로 '혼추족(혼자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들은 화상통화로 차례를 지내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글로벌 시대의 명절은 더 이상 한 마을, 한 나라 안에서만 완결되지 않는다. 뉴욕의 한인 마트에는 송편이 진열되고, 미국인 이웃이 추석 선물세트를 궁금해하는 시대다. 명절도 국경을 넘어 '글로컬'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달빛 아래 우리가 바라는 것

 

문화권마다 이름도, 방식도 다르지만 보름달 아래 사람들이 공통으로 비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가족의 안녕, 풍요로운 내일, 그리고 흩어진 이들과의 재회. 월병이든 송편이든 등불이든, 그 형식은 지역의 역사와 기후, 농작물이 빚어낸 산물일 뿐, 그 안에 담긴 마음은 신기할 만큼 닮아 있다.

 

그러니 올 추석, 보름달을 올려다보며 이런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지금 이 순간 베이징의 누군가도, 하노이의 누군가도, 도쿄의 누군가도 같은 달을 보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소중한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다. 보름달은 하나지만, 그 아래 피어나는 이야기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리고 그 여럿의 이야기들이 결국 하나의 마음으로 수렴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계절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따뜻한 위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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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복(서울교육삼락회 회장, 글로컬리더십연구소대표, 前 서울북부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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