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원 [칼럼니스트, 수필가, 제20대 수도전기공고 교장]
주위에 그 많았던 ‘노래방’을 요즘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한때는 야근이나 부서 회식 때 노래방을 거치는 것이 유행이었다. 친구들과 한잔한 후에도 가까운 노래방에 들리곤 했다. 곳곳에 노래방이 즐비했고, 덕분에 전 국민의 가창 실력도 높아졌다고들 했다.
노래방 고수들은 대체로 곡목과 번호도 잘 기억했다. 하수는 돌아온 순서에 두꺼운 노래책을 초조하게 뒤적였다. 누군가 자기 노래를 불러버리는 낭패를 막기 위해서 서둘러 곡명을 입력하기도 했다. 미소 짓게 하는 아련한 옛 추억이다.
필자도 노래방에서 자주 부르던 몇몇 애창곡(십팔번)들이 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노래방에 갔을 때 일이다. 수재 소리 듣는 친구가 노래 번호를 척척 입력했다. 그리고는, 반주가 시작되자마자 부리나케 필자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놀랍게도 기억 저편에 있던 필자의 옛날 십팔번 중 하나인 ‘개똥벌레’였다.
그런데, 짐짓 정색하는 척하며 내 노래가 아니라고 우겼다. 친구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에게 고백할 수는 없었지만, 언젠가 개똥벌레 음높이를 맞추지 못해 쩔쩔맨 이상한 경험 탓이었다. 어벌쩡 넘어갔지만, 친구에게 미안함이 남았다.
돌이켜보니, 멜로디만 맞으면 내 노래라고 불렀었다. 물론 곡조와 가사가 연결되는 노래도 있지만 가사에는 별 신경 쓴 적이 없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즐거워야 할 날에도 이별 노래를 뻔뻔하게(?) 불러 젖히고 지내왔다.
얼마 전 유튜브를 보다가 ‘개똥벌레’ 노래가 눈에 띄었다. 다음번에는 친구의 오해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에 흥얼거려 봤다.
“아무리 우겨 봐도 어쩔 수 없네. 저기 개똥 무덤이 내 집인 걸. 가슴을 내밀어도 친구가 없네. 노래하던 새들도 멀리 날아가네... ...”
다행! 그 옛날 많이 불렀던 감이 은근히 살아났다. 다음에 기회가 오면 개똥벌레를 부를 생각에 반갑고 놀랐다. 그런데 진짜 놀란 건, 영상에 달린 댓글들이었다.
‘초등학교 때 아빠 차에서 흘러나오던 그 노래, 지금 들으니 눈물이...’ ‘내 인생의 주제가다!’ ‘서른 넘어 들으니 왜 이리 슬픈가요.’ ‘외로움이 얼마나 인간을 많이 갉아먹는지 알 수 있는 곡.’ ‘이 새벽에 개똥벌레 듣고 있네요. 가슴이 먹먹합니다.’
‘어려서 교회 수련회 가서 부르던 노래였는데, 이렇게 내 가슴을 후벼팔 줄이야!’ ‘울다 잠이 든다.에서 왜 이렇게 울컥하냐!’ ‘내용이 그냥 나네! 슬프고 한편으로는 위로가 된다.’ ‘젊은 시절 ‘그런가보다’ 했는데..... 나이들어 이 노래를 들으니 눈물이 납니다...’
감동이었다. 외롭고 슬픈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위로받아야 할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부르기 좋은 노래라고 생각은 했지만, ‘나’라는 인간은 왜 이다지도 무미건조했을까!
마지막 댓글에서는 반성의 눈물이 고였다. ‘하늘로 간 울 엄마가 부르던 노래ㅎㅎ... 그 땐 깊이 몰랐는데, 내가 나이 먹고 살다 보니 울 엄마 너무 불쌍하고 미안하고 이해되고 그렇넹,, (엄마 보고 싶어... 엄마 사랑해...)’
아! ‘개똥벌레’가 이렇게 묵직한 여운을 가지고 있었다니, 작곡 작사가 그리고 가수 신형원 님께 송구할 뿐이다. 그저 멜로디에 취해 흥겹게 불렀던 기억인데, 많은 이가 깊은 떨림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한민국 명가수들의 주옥같은 노래가 어디, ‘개똥벌레’ 뿐이겠는가! 삶의 현장에서 지치고 힘들 때 울음을 삼키며 듣던 한줄기 목소리가 있었을 것이다. 속절없이 뺨을 타고 내린 뜨거운 눈물을 닦아내고 다시 일어선 사람도 많았을 터이다.
가사 한마디! 노래 한가락! 눈물짓는 분들 때문에 가슴이 포근해진다. 앞으로도 개똥벌레는 내 노래가 아니라고 딴지를 부릴까 한다. 그 의미를 조신하게 다 깨닫게 될 때까지는...
장동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드림엔드림 진로멘토▲(주)일진파워 고문 ▲제20대 수도전기공고 교장 ▲한전 홍보실장 ▲한전 도쿄지사장 ▲「매경춘추」 「한경에세이」 「전기신문」 필진 ▲bbb코리아 통역봉사자 ▲ 서울글로컬교육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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