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암살자(들)을 보고-
시사평론가 손진기
최근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싸고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반세기가 지난 사건이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선 것은 단순히 영화 한 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당시 사건에 대해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고, 그 의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와 역사는 구분해야 한다. 영화는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창작물이며, 영화 속 모든 장면과 대사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중요한것은 영화가 던진 질문까지 외면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역사를 바로 본다는 것은 내가 믿고 싶은 사실만 믿는 것이 아니다. 확인된 사실은 사실대로 받아들이고, 확인되지 않은 부분은 확인되지 않은 채로 남겨두며, 의문이 있다면 기록과 자료를 통해 검증하는 것이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은 당시 수사와 재판을 통해 공식적인 결론이 내려졌다. 문세광이 총격을 가했고 그 과정에서 육영수 여사가 피격되어 사망했다는 것이 국가기관의 공식 판단이었다. 문세광은 재판을 판결 2일만에 사형이 집행됐다.
그러나 공식적인 결론이 내려졌다는 것과 사건을 둘러싼 모든 의문이 해소됐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특히 최근 다시 거론되는 것이 육영수 여사를 관통한 탄환의 행방과 관련 기록이다. 당시 탄환이 회수됐다는 기록과 함께 이후 감정 및 보관 과정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일부 자료와 증언을 둘러싸고도 서로 다른 주장이 존재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탄환이 사라졌다’는 주장을 충분한 자료 확인 없이 사실로 단정해서도 안 된다. 반대로 관련 자료가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았거나 기록에 공백이 있다면, 그 문제 제기 자체를 무조건 음모론이라고 몰아붙여서도 안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기록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당시 어떤 탄환이 발견됐는지, 누가 회수했는지, 어떤 기관에서 감정했는지, 감정 결과는 무엇이었는지, 이후 증거물이 어떻게 관리됐는지를 가능한 범위에서 공개하고 검증하면 된다.
기록이 있다면 보여주면 된다.
기록이 없다면 왜 없는지 설명하면 된다.
이것이 역사에 대한 가장 정직한 태도다. 우리는 역사 앞에 겸손해야한다.
역사적 사건을 정치적 진영의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당시 정권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는 원칙만큼은 같아야 한다.
이번 논쟁을 또 하나의 정치적 갈등으로 끝내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50년이 넘은 사건의 기록을 다시 살펴보고, 공개 가능한 자료는 공개하며, 잘못 알려진 내용은 바로잡고,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은 솔직하게 ‘확인되지 않았다’고 기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역사는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기록을 확인하고 새로운 자료를 찾아 검증할 때 비로소 역사는 조금씩 바로잡힌다.
사라진 탄환의 행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까지 사라지지 않게 하는 일이다.
우리가 후대에 물려줘야 할 것은 우리가 믿고 싶은 역사가 아니다.
확인하고, 검증하고, 사실 앞에서 겸손하게 기록한 역사다.
그것이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길이며, 다음 세대에 대한 우리의 책임이다.

손진기칼럼니스트(드림공화국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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