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리한 선택지 확대보다 기초·역량 내실화와 대입 체제 혁신이 우선이다
고교학점제의 파행적 운영과 현장의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현 제도를 비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공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면서도 학생들의 진로 개척을 실질적으로 돕고, 대학입시 체제와 선순환을 이룰 수 있는 현실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공교육 정상화와 대입 연계를 동시에 이뤄내기 위한 3가지 핵심 대안을 제안한다.
1. '기초·심화 단계별 핵심 교육과정'으로의 전환
모든 과목을 나열식으로 개설하고 학생에게 완전 선택권을 넘기는 방식은 준비되지 않은 학생에게 유기(遺棄)와 다름없다.
공통 기초학력 강화: 1학년과 2학년 전반에는 국어, 수학, 영어, 기초 과학·사회 등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기본 소양과 기초 학력을 단단히 다지는 '공통 필수과목'을 중심으로 편성한다.
단계적 심화·역량 탐구: 기초가 확보된 2학년 후반과 3학년 과정에서 학생의 희망 진로에 따른 계열별 심화 과목 및 프로젝트 탐구 수업을 선택하도록 단계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이는 과목 남발을 막고 공교육 안에서 학력 격차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2. 권역별 '온·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과 지역 거점 인프라 구축
지역 간, 학교 규모 간 발생하는 교육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개별 학교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
공유형 교육 인프라 확충: 소수 학생이 신청하여 개설이 힘든 희귀·전문 과목은 시·도 교육청과 지역 거점 학교가 중심이 되어 '온·오프라인 공유 교육과정'으로 흡수·운영한다.
지역 대학 및 지자체 연계: 지역 대학, 연구기관, 기업과 연계한 주말 및 계절학기형 역량 탐구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농산어촌과 소규모 학교 학생들도 차별 없이 고품질의 진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
3. '과정 중심 절대평가' 확립과 대입 전형의 단순·내실화
고교 교육과정의 정상화는 결국 대학입시 제도와의 일치에서 완성된다. 상대평가 등급을 따기 위한 눈치보기 수강 신청을 끝내지 않는 한 어떤 교육 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
성취평가제(절대평가)의 내실화: 고교 선택과목 및 심화과목에 대해 완전 성취평가제를 정착시켜 학생들이 성적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원하는 과목을 도전할 수 있도록 한다.
공교육 이수 과정 중심의 대입 평가: 대학은 수능 점수나 단순 내신 등급이라는 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 학생이 학교 수업 내에서 보여준 지적 탐구 과정과 성장을 중심에 두고 평가하는 '역량 중심 학생부 종합전형'을 투명하고 단순하게 발전시켜야 한다.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빠른 개혁이다
글로컬 교육의 핵심은 화려한 제도나 명칭에 있지 않다. 학생들이 어느 지역, 어느 학교에 있든 균등한 기초 교육을 받고, 자신의 역량을 깊이 있게 키워 대학과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든든한 사다리가 되어주는 것이다.
정부와 교육 당국은 실패한 정책을 고수하는 집착에서 벗어나, 현장이 수용할 수 있고 학생의 실질적 성장을 담보하는 '내실 있는 공교육 대안'으로 조속히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이것이 무너진 공교육을 바로 세우고 미래 교육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다.
선종복 서울교육삼락회 회장, 前 서울북부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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