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사이버대학교 국방융합학과 김원호교수

“괜찮아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는 얼마나 정확히 알아듣고 있을까. 정말 괜찮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더 묻지 말아 달라는 마음일 수도 있다. 같은 말인데 목소리와 표정, 앞서 오간 대화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 상대방이 말한 문장을 이해했다고 상대의 마음조차 읽은 것은 아니다. AI 번역이 편리해질수록 외국어를 배우는 이유를 다시 묻게 된다.
한국어를 배우는 해외 청년들의 이야기는 이 질문을 우리에게 돌려준다. 노래의 가사를 알고 싶어 시작한 공부가 드라마 속 관계를 이해하는 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관심이 한국에서 공부하거나 일하고 싶은 계획으로 변하기도 한다. 출발은 취미여도 배움의 끝까지 취미일 필요는 없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말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계에 조금씩 들어가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어는 만만하지 않다. ‘달’과 ‘딸’, ‘탈’을 구별하는 발음부터 어렵다. 같은 부탁도 “해주세요”, “해주실래요?”, “해주시면 좋겠어요”처럼 달라진다. 어느 표현이 적절한지는 문법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누구에게, 어떤 자리에서, 얼마나 가까운 사이로 말하는지 알아야 한다. 단어의 뜻을 외운 다음에도 배워야 할 것이 남는다.
그래서 ‘끝까지 들어야 하는 언어’라는 표현이 마음에 남는다. “갈 것 같아요”와 “갈 것 같지 않아요”라는 뒤의 말에 따라 뜻이 바뀐다. 문장 끝의 표현에는 말하는 사람의 태도도 담긴다. 물론 끝까지 들어야 하는 것은 한국어만이 아니다. 어떤 언어든 상대의 말을 앞부분만 듣고 판단하면 사정을 놓칠 수 있다. 한국어를 배우는 어려움이 우리의 대화 습관까지 돌아보게 한다.
AI의 도움은 소중하다. 모르는 단어를 찾고 문장을 옮기며 연습하는 부담을 덜어준다. 그러나 AI라는 도구가 있다고 대화의 경험까지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상대가 말을 멈췄을 때 기다릴지, 다시 물을지, 다른 표현으로 설명할지는 대화 속에서 익혀야 한다. 번역의 정확도를 넘어, 사람과 말을 주고받는 경험의 문제다.
하나의 장면을 떠올려보자.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생각해볼게요”라는 답을 듣고 며칠 동안 기다린다. 상대는 완곡하게 거절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 표현을 언제나 거절이라고 가르쳐도 곤란하다. 실제로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학습자에게 필요한 것은 숨은 뜻의 정답표보다, “언제쯤 다시 여쭤봐도 될까요?”라고 확인하는 방법이다.
교육은 이런 작은 오해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교재의 모범 문장을 따라 하는 데서 나아가, 부탁을 거절하고 의견이 다를 때 설명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틀린 표현을 부담 없이 고쳐볼 기회도 있어야 한다. 점수를 얻기 위한 한국어와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한국어 사이에 수업이 놓여야 한다.
원어민 교사의 수만으로 교육의 질을 판단하는 일도 조심스럽다. 현지 교원은 학습자가 모국어와 한국어 사이에서 어디에 걸려 넘어지는지 세밀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인 교원과의 교류는 그 전문성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공동 수업과 교원 연수, 온라인 대화 모임을 연결하면 한국에 오기 어려운 학생에게도 경험을 넓혀줄 수 있다.
한국어에 관한 관심을 반기는 우리에게도 질문이 남는다. 배우는 사람이 늘었다는 숫자를 자랑하는 만큼, 그들이 질문할 자리도 마련하고 있는가. 유학생이나 외국인 동료가 말을 더듬으면 답답해서 대신 문장을 끝내지는 않는가. 서툰 말투를 지식이나 능력의 부족으로 오해하지는 않는가. 해외의 교실을 지원하는 일과 국내에서 학습자의 말을 존중하는 일은 이어져 있다.
한국어를 배운다는 이유로 한국의 문화와 관습을 모두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학습자는 우리 사회를 좋아할 수 있고, 낯설어할 수 있으며, 비판할 수도 있다. 그 질문에 불편해하기보다 설명하고 함께 생각할 때 교류는 깊어진다. 언어를 가르치는 쪽도 상대의 문화를 배워야 한다. 서로 이해할 책임을 한쪽에만 맡겨서는 대화가 오래가기 어렵다.
누군가가 먼 곳에서 우리말의 소리와 문장을 연습하고 있다. 그가 건너오려는 것은 단어의 장벽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그 배움을 어떤 태도로 맞이할까. 어려운 표현을 쉽게 풀어주고, 대답을 서두르지 않고, 서툰 문장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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