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은 세계 공통, 위험은 동네마다 다르다… 학교안전의 해법도 '글로컬'이어야

GK뉴스온 김민준 기자
생성형 AI가 '말하는 AI'였다면 지금 산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움직이는 AI'다. 로봇 팔이 부품을 집고, 자율주행 로봇이 물류창고를 누비고, 농기계가 스스로 작물 상태를 판단한다. 이른바 피지컬 AI다. 문제는 교육이다. 코딩은 노트북 한 대로 배울 수 있지만, 피지컬 AI는 센서와 모터, 그리고 변수투성이인 실제 현장 없이는 가르칠 수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글로컬(Glocal)'이 답이 된다.
왜 '로컬'인가: 현장이 곧 교실이다
피지컬 AI 교육의 첫 조건은 현장이다. 그런데 그 현장은 대부분 지역에 있다. 최근 흐름을 보면 이미 지역이 교육의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성남·창원·청주·전주 4곳에 피지컬 AI 공장을 세우고, 창원은 방산·기계·물류, 청주는 반도체·바이오·이차전지, 전주는 스마트팜처럼 지역 산업에 맞춘 특화 교육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같은 기술이라도 창원에서 배우는 피지컬 AI와 전주에서 배우는 피지컬 AI는 달라야 한다는 뜻이다.
강원 원주는 의료를 택했다. 원주시는 GPU 실습 환경을 갖춘 ‘AI 융합혁신 교육원'을 열고 디지털헬스케어 로봇·디지털 트윈 등 5개 실무 과정으로 첫해 160명을 키울 계획이다. 구미의 국립금오공대는 학생뿐 아니라 지역 재직자까지 대상으로 교육을 운영하며 이를 지역 제조업의 AX 전환과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산업의 문제를 교재로 삼고, 지역 기업의 라인을 실습실로 쓰는 것. 이것이 로컬의 힘이다.
왜 '글로벌'인가: 플랫폼과 표준은 세계와 함께
그러나 지역만으로는 부족하다. 피지컬 AI의 시뮬레이션 플랫폼, 칩, 표준은 글로벌 기업과 연구기관이 주도한다. 인천대가 좋은 사례다. 엔비디아 Isaac Sim으로 로봇 동작을 가상에서 학습·검증한 뒤 실제 로봇에 옮기는 ‘Sim-to-Real’ 교육 모델을 구현했고, '로보컵 2026 인천' 스마트제조리그 첫 출전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세계 표준 도구로 배우고, 지역 현장에서 검증하는 구조다.
전북은 한발 더 나아갔다. 미국 퍼듀대와 '전북대–퍼듀대 고등연구소(JPRI)'를 열고 AI 제조혁신·지능형 로봇 분야 공동 연구에 나섰으며, 2030년까지 총 7368억 원(국비 5150억 원)이 투입되는 국가 피지컬AI 연구개발 사업에 선정돼 완주 이서면에 연구·실증·사업화가 한곳에서 이어지는 전국 첫 실증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세계적 연구 역량과 지역의 상용차 생산 기반을 맞붙인 전형적 글로컬 모델이다.
글로컬 교육, 이렇게 설계하자
첫째, '지역 문제 기반 교육(Local Problem-Based Learning)'을 표준으로 삼아야 한다. 수업 과제는 교수가 만든 가상 문제가 아니라 지역 기업이 실제로 겪는 불량률, 물류 병목, 작업자 안전 문제여야 한다.
둘째, '글로벌 도구, 로컬 데이터' 원칙이다. 시뮬레이터와 개발 플랫폼은 세계 표준을 쓰되, 학습 데이터와 실증은 지역 현장에서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해외 솔루션 의존에서 벗어나면서도 고립되지 않는다.
셋째, 가르칠 사람을 먼저 키워야 한다. 폴리텍 관계자도 AI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교원의 AI 역량을 제도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직자 재교육과 교원 연수가 병행되지 않으면 장비만 남는다.
넷째, 성과를 숫자로 확인해야 한다. 서울 AI 허브의 피지컬 AI 과정의 경우 75명을 선발했다고 발표했지만, 최종 수료 인원과 교육 이후 기업 현장 적용 성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몇 명을 뽑았는가보다 몇 명이 지역 현장에 남아 무엇을 바꿨는가를 따지는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
다섯째, 지역 간 경쟁이 아니라 분업이어야 한다. 전북은 제조·모빌리티, 원주는 의료, 인천은 물류·로봇, 창원은 방산처럼 지역별 특화 분야를 나누고, 교육과정과 실증 인프라를 서로 개방하는 '초광역 네트워크'로 묶어야 중복 투자를 막을 수 있다.
맺으며
피지컬 AI는 몸을 가진 AI다. 몸은 땅 위에 선다. 그 땅이 바로 지역이다. 세계의 기술을 지역의 현장에 심고, 지역에서 검증된 인재와 솔루션을 다시 세계로 내보내는 것. 피지컬 AI 교육의 해법은 결국 '글로컬'이라는 오래된 지혜 안에 있다.

선종복 서울교육삼락회장, 前 서울북부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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