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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햇살 머금은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03.07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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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머금은뉴.jpg


 

여든 손윗동서 모시고 음악회 간다

미리 저녁 먹는데 갑작스러운 비


둘 다 우산 없는데 된 억수라

지하철 입구에서 서성이는 데


이 거 쓰라며 건네고 휙 가는 아낙 

 

안정선

 

 <시평>


‘햇빛 머금은’은 일상 속의 짧고 소소한 순간에 담긴 깊은 정서를 아름답게 포착한 디카시입니다. 


손윗동서를 모시고 음악회로 향하는 가족의 따뜻한 발걸음과, 갑작스러운 ‘된 억수’ 비에 맞닥뜨린 순간의 생생한 현실이 강렬한 현장감을 만듭니다. 

이때 주변을 살피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에, ‘이 거 쓰라며 건네고 휙 가는 아낙’의 행위는 무심한 듯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배려와 인간미를 한 줄에 담아내 시의 핵심 감정을 부드럽고 선명하게 전달합니다.


‘햇빛 머금은’이라는 시 제목은 본문과는 대조적인 이미지처럼 보이나, 오히려 이 대비가 시 속 따뜻한 인간미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비록 비가 내리고 불편할지라도 사람 사이에 흐르는 온기와 선한 배려가 햇빛처럼 마음을 밝히는 순간임을 느끼게 합니다. 

지역 방언 ‘된 억수’의 사용은 이 시가 특정한 현실적 배경과 인물을 생생히 담아내면서도 보편적인 감정에 닿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시는 우리 주변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할 법한 불편함과 그 속의 배려를 섬세하게 짚으며, 평범한 일상이 주는 소중한 가치와 따뜻한 연결고리를 되새기게 합니다.

디카시가 지향하는 짧은 형식 속에 삶의 깊이를 응축해낸 뛰어난 작품임을 느낍니다.(뤼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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