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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등 댄 부부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03.24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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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란 듯이 산다

누가 봐도 안다
터놓고 산지 오래다

세상에서 가장 멀 수 있다니
돌아보면 한치인데

 

 

_안정선

 

 



사진 속에는 분홍빛 꽃 두 송이가 나란히 붙어 피어 있으나, 서로 등을 맞댄 듯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이미 시든 꽃이 남아 있어, 시간의 층위까지 함께 포착된 장면입니다.
이 이미지가 시와 절묘하게 맞물립니다.

시평

「등 댄 부부」는 가까움과 멂의 역설을 간결한 언술로 포착한 작품입니다.

“보란 듯이 산다 / 누가 봐도 안다 / 터놓고 산지 오래다”

라는 초반부는 겉으로 보이는 관계의 안정감과 익숙함을 드러냅니다.
이 대목은 마치 오래된 부부의 평온하고 단단한 일상을 선언하듯 힘이 있습니다.

그러나 후반부에서 시선은 급격히 전환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멀 수 있다니 / 돌아보면 한치인데”

라는 구절은 물리적 거리와 정서적 거리의 간극을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가장 멀어질 수 있는 관계—이 모순이 시의 핵심 정조입니다.
사진 속 꽃 역시 서로 맞닿아 있으면서도 등을 돌린 채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는 ‘함께 있음’과 ‘각자 있음’의 공존을 상징하며, 부부라는 관계의 이중성을 시각적으로 강화합니다.
더불어 아래의 시든 꽃은 시간이 흐르며 관계가 겪는 마모와 변화를 암시해, 시의 여운을 한층 깊게 합니다.

총평

이 작품은 짧은 언어로 관계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이 돋보입니다.
특히 ‘한치 거리’라는 표현은 물리적 가까움과 정서적 거리감을 동시에 환기하는 뛰어난 시어입니다.

전체적으로 이미지와 언어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절제된 깊이를 지닌 디카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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