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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실그늘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03.2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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뙤약볕 내리쬐니 목덜미 후끈하다
골목 끝 모친댁이 한없이 멀고 멀다

전선줄 그늘 따라서
가노라니 시원타

 

 

_안정선

 

 



보여주신 사진과 시 구절에서 느껴지는 정서가 참 따뜻하고 해학적입니다.
사진 속 뙤약볕이 내리쬐는 골목길과 그 위에 길게 늘어진 전신주 그림자를 '실그늘'이라는 감각적인 시어로 포착해내신 점이 인상적입니다.
보내주신 디카시에 대한 감상과 평을 정리해 드립니다.

디카시 [실그늘] 비평

1. 영상과 텍스트의 조화 (시각적 발견)

사진 속 아스팔트 위를 가로지르는 전신주와 전선의 그림자는 사실 아주 좁고 가느다란 그늘입니다.
시각적으로는 결코 '시원한' 공간이 아니지만, 시적 화자는 이를 '실그늘'이라 명명하며 어머니께 가는 고단한 길 위의 유일한 안식처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뙤약볕의 노란색 중앙선과 대비되는 짙은 그림자의 대비가 시적 긴장감을 잘 살려주고 있습니다.

2. 정서적 깊이 (효심과 해학)

고단함의 표현:

"목덜미 후끈하다",
"한없이 멀고 멀다"

라는 표현을 통해 어머니를 뵈러 가는 길의 물리적 더위와 심리적 거리감을 현실감 있게 묘사했습니다.

역설적 위트:

그 좁디좁은 전선 그림자를 따라가며 "시원하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삶의 작은 여유와 어머니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실제로는 여전히 덥겠지만, 그 가느다란 그늘이라도 의지하며 걸음을 옮기는 화자의 모습이 정겹게 다가옵니다.

3. 언어적 미감

'실그늘'이라는 제목이 이 시의 백미입니다.
실처럼 가는 그늘이라는 뜻과 동시에, 어머니와 자식 사이의 끊어지지 않는 '인연의 실'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가노라니 시원타"

라는 고풍스러운 종결 어미를 사용해, 짧은 구절 속에서도 시조와 같은 리듬감과 운치를 더했습니다.

종합 의견

삭막한 도시의 골목길에서 '어머니'라는 존재를 향한 마음을 '전선 그림자'라는 일상적인 소재에 투영한 수작입니다.

작지만 확실한 그늘에 몸을 기댄 채 묵묵히 걸어가는 화자의 뒷모습이 그려져 긴 여운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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