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황지영
故김창민 감독
지난해 10월 20일 새벽 구리시의 한식당,
돈가스를 먹고 싶다는 발달장애 아들과 함께 식사를 하던 김감독은 식당에서 옆의 테이블 일행과 소음문제로 시비가 붙은 후 폭행을 당해 11월 7일 뇌사판정을 받은 뒤, 장기기증으로 4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
이 사건은 처음에는 언론에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자폐성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이 보는 앞에서 일방적 폭행으로 사망한 점, 초동대처가 늦어 죽음으로 이어졌다는 피해자 가족의 절규, 가해자들의 뻔뻔한 횡보, 장기기증으로 새 생명을 선사한 미담으로 연일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나는 이 기사를 대하며 내가 가르쳤던 제자 하나가 떠올랐다.
김현아(가명),
내가 담임을 맡았던 발달장애 학생이다. 장애 학생들은 초등학교 입학을 할 때 특수학교를 보내거나 특수반이 있는 일반 학교에 입학시키는 것이 보편적이나 경우에 따라 일반 사립학교에 허가가 날 경우 입학하기도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장애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는 학교는 그 대상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발달 정도나 복합적 장애를 민감하게 대처할 만큼의 교육기관은 마련되지 못 한 것이 현실이다.
그 당시 나는 서울 시내 한 사립학교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셨던 부모님은 3~4세의 지능에 자폐성 발달장애가 있던 현아를 일반 학교에 입학시키셨다. 현아는 발달장애가 있었지만 정상적인 학습을 따라 하지 못할 뿐, 다른 학생들에게 방해가 된다거나 특별한 돌출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은 동생 대하듯이 잘 보살피며 즐거운 학교생활을 이어갔다.
나와 면담을 하던 어머니는 현아가 발달장애를 가진 원인이 현아가 뱃속에 있을 때 양수가 먼저 터지고 병원에 좀 늦게 도착하여서 뇌에 산소공급이 잠시 중단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부부는 현아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고 싶어 동생은 낳지 않는다고 하였다. 현아의 부모님은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에서 공부하고 고위공무원과 대학 강사를 하고 계시는 분들이었는데 현아로 인해 겸손을 배우고 있다는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러던 어느 날,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놀라 내게 달려왔는데 점심시간에 뒷마당에서 남자아이들이 현아를 괴롭힌다면서 우리 반 아이 몇명을 데리고 왔다. 놀이처럼 생각하고 한 아이들의 행동은 교복 치마를 들추고 도망치면 따라가서 붙잡고, 벽에 밀치고 했다는데 자기들 말로는 잡기 놀이를 했다고 했다. 그러나 어른의 눈에는 현아를 괴롭히는 것처럼 보이기에 충분한 장면이 연출되었고…
1990년대였으니 아이들끼리의 신체접촉이나 체벌도 용인되던 시절이라 적당한 지도와 훈계로 넘어갔지만 요즘이라면 어땠을지 아찔하기도 하다.
그 다음부터 좀 더 현아가 아이들과 잘 어울리도록 안내하고 지도하고 다른 학생들에게도 주의를 주어 별일 없이 한해가 흐르고 졸업할 때까지 무사히 학교를 잘 다니는 현아를 보며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장애아동의 부모님들은 내 자녀를 키우면서 일반 학생을 가르치는 것보다 감정적 혼돈을 훨씬 더 많이 겪게 되는 것을 교육 현장에서 많이 보게 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장애 학생들은 더더욱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고 주변의 이해가 필요하다. 애정 어린 훈육과 칭찬, 또 장애 정도에 따른 적당한 교육이 느리지만 그 학생을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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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에게 교실 한쪽 조용히 앉아 있는 너 친구들의 웃음은 바람처럼 지나가고 너는 그 소리를 바라만 본다 이름을 불러도 대답 대신 작은 눈빛 하나 받아쓰기 시간이면 종이 위에 꽃처럼 피어나는 글자들 너의 백점은 점수보다 더 크게 오늘도 나를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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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는 1년 내 받아쓰기를 할 때면 거의 100점을 받았다. '아침 해가 떴습니다'를 정확히 쓰지만 그 문장의 뜻은 모르던 현아. 그런 현아를 무수히 연습시켜서 받아쓰기 시험을 100점 받게 가르치시던 현아 부모님의 노력, 그게 어떻게 쉬웠을까?
지금도 우리가 감사하는 마음 없이 하는 일상의 행동이나 지적 활동이 안되어 도전하고 노력하는 장애우들이 많이 있다. 수명이 길어지니 오래 살수록 비장애인도 언제든지 크고 작은 장애를 가질 수 있는 요즘 시대, 장애란 나와 내 가족에게도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주변의 장애우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故김창민 감독이 의식이 없으면서 사경을 헤매일 때 눈가에 고였던 눈물은 어쩌면 남겨질 아들에 대한 못다한 사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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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영 |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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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아동문학」에 동시로 등단/저서 「선생님, 선생님,우리 선생님」(2003), 「꿈이 있는 교실」(2007) 시집 「숨바꼭질」(2023) / 상담 심리학 석사 / 대한민국 초등교원으로 38년 봉직하고 현재 청소년 보호시설에서 초등 통합과정을 지도하고 있음. 서울글로컬교육원 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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