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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교육칼럼]5월은 계절의 여왕?

  • 선우진 기자
  • 입력 2026.04.28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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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재천(전 용인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영국의 시인 T.S. 엘리어트가 <황무지>라는 시에서 말한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들을 긍휼히 여겨 표현한 잔인한 4도 이제 기후변화로 옛날과 달리 봄인 듯싶더니 초여름이다. 노천명(1911.9.1~1957.6.16) 시인은 푸른 오월이란 시에서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말했다. <청자 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 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예전에는 대략 5월에 신록을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4월 중순부터 이미 산과 들의 신록이 시작된다.

 

그녀는 황해도 장연 출신이지만 부친 사망 이후 1919년 경성으로 이사, 진명보통학교를 거쳐 1930년 진명여학교를 졸업하고 이화여전 영문과에 입학해 <밤의 찬미>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1938<사슴>을 비롯한 <자화상> 이 실린 시집 산호림을 출간, 194112월 조선임전보국단 산하 부인대 간사를 맡아 <전쟁은 이제부터 본격 시작-동양평화를 지키자>, 1942년 일본군의 무운을 비는 <기원>, 대동아공영권 건설의 당위성을 강조한 <싱가폴 함락>, <노래하자 이날을>, 1943년 조선청년들의 전쟁참여를 권하는 <님의 부르심을 받들고서>, <출정하는 동생에게>, 1944<병정> <천인침(千人針)>, '가미카제 특공대'로 나가 사망한 조선인들을 추모하는 <신익(神翼)-마쓰이오장 영전에>, <군신송(軍神頌)>의 시를 썼고, 여성의 생산증대를 강조한 <싸움하는 여성>을 발표했다

 

19452, 194410월 이전에 발표된 시들을 모은 두 번째 시집 창변(窓邊), 1948년 수필집 산딸기를 출간했다. 6·25 전쟁 시 서울에서 문학가동맹 및 문화인 총궐기대회와 같은 부역, 9·28 수복 이후 '부역자처벌특별법'에 의거, 20년 형을 선고받고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으나 문인들의 구명운동으로 19514월 출감해 가톨릭에 입교했다. 1952년 부역 해명을 담은 <오산이었다>, 1953<영어(囹圄)에서>의 옥중시들을 담은 세번째 시집 별을 쳐다보며, 1955년 수필집 여성서간문독본을 출간, 19596월에는 미발표 유작시를 포함한 네 번째 시집 사슴의 노래, 1960170여 편의 시를 모은 노천명 전집, 2001년에는 노천명문학상이 제정되었다.

 

우리 세대가 중·고등학교 시절 국어교과서에서 배워 기억하는 <사슴>이라는 시(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도 매우 아름다운 시로 회자된다. 이렇게 5월을 아름답게 표현한 노천명은 안타깝게도 일제강점기에 위의 이력에서와 같이 반민족적 친일행위와 6.25 부역행위로 인해 한동안 논란이 되었다. 아무튼 시를 지을 당시에는 우리네 자연환경 5월의 푸르름 때문에 5월을 그렇게 노래한 것이리라. 옛날에는 4월의 어설픈 푸르름이 5월에 들어 절정에 이르렀기 때문에 5월이 계절의 여왕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5월은 우리 모두가 잘 알다시피 가정의 달이다. 5월을 시작하는 첫날부터 1일은 근로자(노동자)의 날(국제노동절),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10일은 유권자의 날, 11일은 동학농민혁명기념일, 입양의 날, 14일은 식품의 날, 15일은 가정의 날, 스승의 날, 18일은 광주민주화운동기념일, 19일은 발명의날, 20일은 세계인의 날, 21일은 부부의 날, 성년의 날, 23일은 희귀질환극복의 날, 25일은 방재의 날, 31일은 바다의 날, 그리고 석가탄신일도 거의 5월 중(올해는 24)에 있다. 심지어 52일을 상업적인 목적으로 오이데이라고 해서 오이를 많이 팔기도 하고, 53일을 오삼데이라고 해서 오징어와 삼겹살을 먹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이토록 5월은 기념일도 행사도 많은 달이다. 다만 가정의 달인 5월에 아쉬운 것이 하나 있다면, 5월에 청소년의 날이 없다는 것이다. 어린이도 아니요, 어른도 아닌 이들이 청소년들이다. 모든 청소년을 기념하는 날이 제정되었으면 좋겠다.(국제청소년의 날은 812) 그중에서도 515일 스승의 날은 교육환경의 변화로 점점 이런저런 논란들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제는 아동학대 문제와 학교폭력 문제로 인하여 학교에서 사고가 나면 교사들이 책임을 져야 하고 학부모들의 민원이 엄청 많이 제기되기 때문에, 소풍도 수학여행도 줄어들고 야외행사를 점점 줄여나가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5월은 현대사에서 정치적으로 5.16, 5.17, 5.18 등을 떠올리게 하는 가슴 먹먹한 달이기도 하다. 하여간 5월은 기념일도 많아서 좋기도 하지만 봉급쟁이들로서는 지출이 많은 퍽 부담스러운 달이기도 하다. 5월은 4월 못지않은 꽃의 계절이다. 그리고 꽃과 가정하면 남성보다는 여성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그동안 5월이 계절의 여왕이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전에는 5월에 대학 메이퀸을 뽑는 행사도 있었으며, 지금도 5월 중에 대학축제나 대동제들이 많이 열리고 있다.

그러나 이제 5월은 기후변화로 인하여 앞으로 계절의 여왕이 아닐 수도 있다


1970년대의 산업화와 개발로 인해 우리나라의 자연환경도 너무 달라졌고, 이에 따라 정서도 변해 노천명의 시와 같은 것들을 지금의 학생들이 읽을 때는 예전처럼 감흥을 느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는 비단 시나 동요만이 아니라고 본다. 근대문학 작품들은 그 시대의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인 정서와 추억 및 향수가 있어서 공감할 수 있겠으나, 현대화된 환경 속에서 태어난 신세대들에게는 공감하기 어려운 것들이 되어 버렸다. 5월은 이제 더 이상 낭만적인 계절의 여왕이 아니다. 일찍 더워진 날씨와 많은 행사들, 그리고 수많은 기념일들이 생겨서 어찌 보면 모두가 즐거우면서도 힘든 달이 되어가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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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재천(전 용인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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