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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수요칼럼]‘붉게 물든 노을’의 큰 어른

  • 윤향옥 기자
  • 입력 2026.04.28 07:54
  • 조회수 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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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원 [수필가, 20대 수도전기공고 교장]

 

 

지난해 구순을 지나 망백(望百)을 맞이한 박정기 전 한전 사장이 최근 또 한 권의 명저를 출간했다. (역사소설 임진왜란) 붉게 물든 노을이다. 친필 사인을 담아 필자에게 주면서 독후감을 청했다. 그는 4개 국어로 번역 출판된 30만 부 초!베스트셀러 어느 할아버지의 평범한 이야기의 작가이다.

 

며칠 후 이메일로 다음같이 소감을 올렸다.

 

평소 책을 좀 많이 읽는 편이다.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온 이후 행복도가 급상승했다. 도서관이 바로 집 앞에 있기 때문이다. 읽을 책은 가리지 않고 고른다. 사회과학, 자연과학, 종교, 에세이, 소설, 역사, 스포츠, 음악, 미술, 다큐멘터리, 양자역학, 천체, 생물 등 다양한 전문가의 이야기를 구분 없이 찾는다.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자유인 독서다. 그런데 이 중에서 가장 덜 읽는 장르가 소설이다. 읽어야 할 것은 무궁무진한 데 왠지 픽션은 나중에 봐도 될 것 같다는 막연한 고집(?)이 작용하는 듯하다. 간혹 선택한 소설은 대부분 재미있었는데도 선뜻 소설 보다는 다른 책을 먼저 집어 들곤 했다.

 

박정기 저자는 이미 10여 권의 명저를 낸 저명 작가다. 그것도 역사, 교양, 다큐멘터리, 자기계발, 철학, 정치 등 장르를 모두 섭렵한 저술가이다. 그런데 소설까지 펴낼 줄이야! 야구로 말하면 사이클 히트, 음식으로 하면 한식 중식 일식 양식을 모두 풀코스로 베푸는 느낌이다. 그저 쓰고 싶다고 쓸 수 있는 것이 아닌 데 이렇게 다양한 저서를 내다니 감동이다. 춘추 90이 넘은 노신사가 역사소설까지 쓰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소설을 그다지 읽지 않는 편이지만, (역사소설 임진왜란) 붉게 물든 노을은 경건한 마음으로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빠져들었다. 서문이고 뭐고 없이 짠하게 시작된 서사는 경이로운 스토리로 이어졌다. 주인공 격인 사사키라는 인물의 독특한 인생 여정에 눈을 뗄 틈이 없었다. ‘예라라는 이름도 너무나 예쁜 처자와의 운명적 만남과 국경을 뛰어넘는 기구한 사랑이 애달프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임진왜란으로 전개되는 극적인 장면들은 그대로 영화로 만들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언젠가 영화로 재탄생되어 수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릴 거라는 기대가 가득하다.

 

안타까운 조선의 실상과 일본의 야망이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이 함축돼 담겨있었다. 읽는 마디마디마다 지금을 사는 사람들에게 수많은 성찰의 과제와 교훈도 뿌려주고 있다. 아마 노신사는 이 지점에서 잠시 멈추어 우리에게 잔잔한 목소리이지만 우렁찬 함성으로 깨우침을 남기려고 한 것 같다.

 

그 무엇보다도 사사키와 예라를 둘러싼 많은 인물과 사건들이 촘촘히 이어가는 삶의 궤적이 서글프면서도 아련하고 애틋하면서도 비장하다. 영화가 나오는 날 작가를 모시고 시사회장에 가고 싶다.

 

(독후감을 여기서 멈추어야 했는데, 고민 끝에 사족을 달았다.)

 

전반부와 후반부 초반까지 너무나 좋은데, 맨 끝에 가면서 왠지 모르지만, 소설에서 역사책으로 살짝 톤이 바뀌고 방향도 무거워진 느낌이다. 임진왜란이라는 대서사시를 다 담으려는 방안이었겠지만, 오히려 사사키예라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체 구성을 마무리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뒷부분에 나오는 임진왜란’ ‘정유재란의 전반적인 전황도 과감히 줄이고 이괄의 난등 임진왜란 이후의 역사는 삭제했으면 좋았을 듯하다.

 

구순을 지난 대선배에게 좋은 말씀만 드려도 시원찮은데, 공연히 시건방진 이메일을 드렸다 싶어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오후에 외출하여 전철역으로 걷는 도중에 작가의 전화가 걸려 왔다.

 

웬걸?, 환한 미소 띤 목소리였다. “사실은 나도 그 부분이 마음에 걸렸지. 사사키와 예라의 사랑 이야기를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나는 해피엔딩도 생각해 보고 여러 가지 고민했었지. 후반부에 스토리를 또 하나 만들려 하니까 내 역량으로는 도저히 안 돼. 진짜 소설 작가가 해야 할 일인데 너무 힘들어지고 해서 그렇게 마무리 한 건데, 역시 그 부분 잘 지적했어. 고마워!”

 

저절로 머리 숙여지는 이 시대 큰 어른의 말씀에, 길 걷는 중간에 한참을 서 있었다.

 

장동원.png

수필가 ()역사인물화문화재단 감사 ()일진파워 고문 20대 수도전기공고 교장 한전 홍보실장 한전 도쿄지사장 ▲「매경춘추」 「한경에세이」 「전기신문필진 bbb코리아 통역봉사자 서울글로컬교육연구원 연구원

장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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