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황지영
아빠, 아버지!
가족을 지탱하는 거대한 힘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슬픈 고독사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 남자들의 한 모습. 옛날에는 대부분 나이가 들면 불릴 수 있는 이름이었지만 요즈음 아버지는 어쩌면 선택받은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이름이기도 하다.
학교 현장에 있다보면 아주 다양한 아빠의 모습을 실제 경험하게 되는데 자격증 가지고 자녀를 나은 것이 아니니 양육도 저마다의 모습이 매우 다르다. 경우에 따라 내 자녀가 너무 사랑스러워 자녀와 다툼이 있는 아이를 찾아 직접 학교에 와서 응징하는 아빠도 있고 내 뜻대로 잘 키워보겠다는 마음으로 자녀를 지나친 억압과 강한 규율에 가두어 불안한 아이를 만드는 아빠도 있다.
다양한 아빠의 모습 중에는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따뜻함으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아빠들이 있는데 그 아빠들의 자녀 또한 남다르게 뛰어나 기억에 남는 제자들이다. 자녀를 기르면서 대부분의 엄마들은 모성애 뿐 아니라 교육적 열의도 높아서 그 차이가 별로 없지만 자녀 교육에 방관적인 아빠와 관심이 높은 아빠의 모습은 자녀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곤 한다. 5월이 되면 더 소중한 가족의 의미, 특히 아이들에게 가족의 모습은 그 아이들이 살아가는 호흡이고 기준이 되니 따뜻한 아빠의 자녀가 교실에서 빛나는거야 당연한 일일 것이다.
김유경(가명)
2000년대 초반, 벌써 20여년 전의 일이다. 학년 말이 되어가는데 퇴근 무렵 교실 전화벨이 울렸다. 어렵게 말을 꺼내는 유경 아버지의 전화였는데 내용은 딸에게 의미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해주고 싶은데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교사인 내가 슬쩍 물어봐서 알려 주심 감사하겠다는...
이 전화를 받고 나는 재미 삼아, 또 아이들의 마음도 알고 싶어 수업시간에 학급 친구들 모두에게 '아빠에게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제로 설문 조사를 했다. 교실에서도 유난히 배려가 깊고 모범생이던 유경이의 놀라운 대답, 그 대답은 '아빠의 건강' 이었다.
생각해보니 유경이는 아빠가 재혼해서 낳은 자녀 인지라 언니 오빠들과는 나이 차이가 많았고 유경이 아빠는 또래 아빠들보다는 연로하신 편이기는 했지만 다른 아이들 모두 특별히 갖고 싶은 물건들을 나열하는데 유경이의 답은 교사인 나에도 감동이었다. 그래도 아빠는 유경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서 주고 싶었을 터이니 유경이를 불러 갖고 싶은 선물을 물어보았다. 수업이 끝난 뒤 아빠에게 전화해서 유경이의 놀라운 대답과 갖고 싶은 선물도 함께 알려드렸는데 전화기 넘어 잠시 머뭇거리는 아빠의 모습에서 감동 받는 유경이 아빠를 느낄 수 있었다.
20년이 넘어도 생각나는 제자의 아빠.
바쁜 와중에도 학교에서 열리는 학부모 행사에는 꼭 참여하고 운동회 날에는 자기보다 훨씬 젊은 아빠들과 어울려 운동에 참여하는 모습, 일기에서 엿볼 수 있었던 가정에서의 유경이 아빠 모습은 기꺼이 딸을 위해 자기의 시간과 정성을 다하는 훌륭한 모습이었다. 유경이가 졸업 한 후에도 유경이 아빠는 몇 년간 스승의 날을 즈음하여 학교에 딸과 함께 찾아오곤 하였다. 지금이야 학교를 옮겨 다니고 바쁜 일상으로 소식은 끊겼지만 지금은 30대 중반이 되었을 `유경이는 어디선가 따뜻하고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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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소망 시간마다 변하는 크고 작은 소망 깡총깡총 뛰는 발걸음 까르르 웃는 네 목소리 오늘도 한 뼘 자라고 내일은 더 멀리 가겠지 넘어져도 툭툭 털고 일어나 눈물보다 미소로 이겨내길 바람처럼 자유롭고 햇살처럼 따뜻하길 아빠의 소망은 하나 언제나 너답게 세상을 환하게 살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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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소망이 있지만 그 중에 대부분은 가족을 위한 소망이 아닐까? 그러기에 이 세상의 아빠들이 아무리 힘들어도 출근길을 서두르고 힘든 세파를 견디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두끈을 조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족의 의미가 너무 무거워서 섣불리 만들지 못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이 세상에 도전해야 하는 충분한 가치는 가족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소망도 되고 힘도 되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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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영 |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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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아동문학」에 동시로 등단/저서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2003), 「꿈이 있는 교실」(2007) 시집 「숨바꼭질」(2023) / 상담 심리학 석사 / 글로컬 교육원 이사 / 대한민국 초등교원으로 38년 봉직하고 현재 청소년 보호시설에서 초등 통합과정을 지도하고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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