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수요칼럼]
글 장동원 [수필가, 제20대 수도전기공고 교장]
현역을 떠난 시니어들끼리 모이면 주고받는 대화 중에 자주 듣게 되는 말은 무엇일까? 모임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음 이야기가 단골 메뉴 중 하나일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다.”“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다.” “큰 고생 안 하고 죽는 게 복이다.”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다.” 건강! 그렇다.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토를 다는 이는 별로 없다. 누군가 돈과 명예를 모두 가졌더라도 건강을 잃고 세상을 떠나면, 허무한 일이 된다. 엄청나게 돈을 벌고 성공한 사람이 갑작스럽게 사망했다는 뉴스에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많다.
병에 안 걸리고 오래 살겠다는 것은 인간의 생존 본능이다. 예로부터 몸에 좋다는 것은 기를 쓰고 찾아 먹고, 건강 비결에는 귀를 쫑긋하며 살아온 세상이다. 풍요로워진 요즘에는 이름조차 기억하기 버거울 정도의 건강식품이나 약품이 우리 주변에 넘쳐난다.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다.” 이 말도 참 자주 듣는다. 만나서 밥 먹고 막걸리 한잔 같이할 시간이 어쩌면 00년, 아니 몇 해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건장하던 친구나 지인이 갑자기 쓰러지거나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하루하루 무심히 지내도 삶의 마침표는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한해 한해 살아온 날보다 남은 날이 적어진다. 그러니 남은 시간을 아끼고, 더 즐겁게 살자는 말이다. 하고 싶은 것을 미루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살아보라는 충고가 담겨 있다.
“큰 고생 안 하고 죽는 게 복이다.” 누군가가 이 말을 꺼내면 여기저기서 맞장구가 이어진다. 늙어서 큰 병치레 없이 삶을 마무리할 수만 있다면 분명 복이라 할 만하다. 치매나 각종 질환으로 힘겨워하는 노인들이 주변에 부쩍 많아졌다. 조그만 실수나 낙상 사고 하나로 긴 투병이 시작되기도 한다.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고단함은 이루 말하기 어렵다. 스위스 등 몇몇 나라의 안락사나 존엄사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사람들도 있다. 많은 사람 고생시키지 않고 스스로 마지막을 결정할 수 있으니 솔깃하기도 하다. 아직은 윤리적 논란이 거세고 막대한 비용에다 절차도 지극히 까다로워서 현실과는 많이 떨어져 있다.
이 모두가 생명의 소중함과 한 번 뿐인 삶에 대한 애착에서 나오는 절절한 이야기다. 그런데 취지는 좋지만, 시니어 모임이 자꾸 이런 대화로 흐르는 것도 사뭇 서글프다. 누구든지 불의의 사고나 질병에 붙잡히지 않는 자유를 찾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건강, 오로지 건강! 이라는 압박에서도 좀 벗어나면 좋으리라!
말로 이런저런 걱정 나눌 것 없이 그저 걷고 뛰면서 몸을 일깨우자. 많은 시니어들이 여전히 크고 작은 생업으로 땀 흘리고 있다. 뚜벅뚜벅 텃밭을 가꾸면서 시름을 잠시 잊고, 평소 못했던 자원봉사에도 나선다.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여러 가지 사회활동에 동참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이 점점 늘고 있다. 물론 그런 활동도 건강해야 가능하다. 반대로, 움직이고 사람 만나고 땀 흘리는 일이 건강을 더욱 붙들어 준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건강과 죽음 이야기를 너무 자주 꺼내지 말고, 일과 땀 속에 그리고 텃밭 땅속에 깊이 묻어 놓자.
주치의가 심각한 환자의 가족에게 전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제 얼마 안 남았다.”라는 말도 속이 텅 비고 덧없는 말이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언젠가 다가온다. 반드시 오는 데 재촉할 것도 기약할 것도 없다.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긴 세월 속에서 보면 공평한 것이다.
고통도 싣고 기쁨도 싣고 달리는 인생이다. 큰 선물로 받은 이 여행이, 어느 날 문득! 미지의 종착역에 닿게 되면 우리는 그저 훌훌 떠날 뿐이다.
모든 시니어들의 건강과 평안을 두 손 모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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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재)역사인물화문화재단 감사 ▲(주)일진파워 고문 ▲제20대 수도전기공고 교장 ▲한전 홍보실장 ▲한전 도쿄지사장 ▲「매경춘추」 「한경에세이」 「전기신문」 필진 ▲bbb코리아 통역봉사자 ▲ 서울글로컬교육연구원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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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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