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 수요칼럼] 글 백해룡 (중랑구 제2방정환교육지원센터 센터장)
■ 시대를 초월한 부모의 소망, 역사적 유산이 된 교육 이정표
인공지능(AI)을 넘어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춘 범용인공지능(AGI)을 논하는 거대한 대전환의 시대가 도래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내 자녀가 건강하게 자라 사회적으로 탄탄대로를 걷기를 바라는 마음은 시대를 불문한 모든 부모의 간절한 염원일 것이다.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 앞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나침반을 붙잡고 아이들을 이끌어야 할까? 역설적이게도 그 해답은 첨단 기술의 미래가 아닌, 우리 역사 속에서 '교육의 귀감'이 된 조상들의 슬기로운 지혜에서 찾을 수 있다.
배움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묵묵히 환경을 조성해 준 '한석봉 어머니' 백인당 신씨, 자녀의 개성과 자율성을 철저히 존중하며 스스로 삶의 롤모델이 되어준 신사임당이 대표적이다. 또한, 강진 유배지라는 공간적 제약 속에서도 끊임없이 편지를 보내 자녀들을 다정하고 엄격하게 지도했던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사례도 깊은 울림을 준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자녀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올바른 성장 환경을 만들고 부모 스스로 삶의 바른 본보기가 되었으며,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을 끊임없는 대화로 심어주었다. 이 위대한 교육적 유산은 오늘날 복잡한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부모들에게 여전히 변하지 않는 훌륭한 이정표가 되어주고 있다.
■ 호기심을 키우고 도구를 다스리는 '주도적 아이'
최근 교육 현장에서 매우 반갑고 희망찬 변화를 직접 목격했다. 조상들의 슬기로운 교육 정신이 오늘날의 신세대 부모들을 통해 AI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교육 문화로 아름답게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업무 차 중랑구 여러 학교를 방문하여 학교장님들과 학부모 대표님들을 만나 다양하고 생생한 교육 의견을 청취할 기회가 있었다. 그동안 중랑구 내 학교들을 대상으로 교육 환경 개선과 다각적인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펼쳐온 결과, 학교와 학부모 모두의 교육 만족도가 매우 높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자녀의 교육 문제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고민하던 분위기가 팽배했으나, 이제는 많은 부모들이 이구동성으로 "중랑구에 머무르며 아이를 키우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수년간 교육 현장에 아낌없는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온 류경기 구청장님의 교육 정책들이 마침내 풍성한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센터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자리에서는 '제2방정환교육지원센터'의 발전 방안에 대한 브리핑 자료까지 직접 정성스럽게 준비해 오신 열정적인 학부모님 덕분에 가슴이 울컥할 만큼 깊은 감동을 받았다. 내 자녀만을 위한 이기적인 요구를 넘어, 지역 사회 모두이에 AI를 넘어 AGI라는 거대한 문명사적 대전환의 시대를 살아갈 부모님들께 두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자녀의 실패와 엉뚱한 호기심을 지지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자녀가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다가 실패하거나, 당장 성적과 관련 없는 엉뚱한 호기심을 보이더라도 절대 다그치지 말기를 바란다. 그 실패의 과정과 사소한 호기심 속에 아이의 인생을 바꿀 '위대한 발견'의 씨앗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식물학자 앤더슨은 녹말 가설을 검증하려던 중 우연히 '팝콘'의 원리를 알아냈고, 부풀어 오른 쌀의 맛과 식감에 주목하여 아침 식사용 시리얼이라는 대중적인 식품 산업을 발전시켰다. 부모에게는 눈앞의 결과 중심이 아닌, 아이의 탐색 과정 자체를 믿고 지지해 주는 단단한 인내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둘째, 도구를 주도적으로 다스리는 유연한 교육관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이 기술에 길들여지는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기술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확장하는 주도적인 인간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SF 소설가 아서 C. 클라크는 “도구 제작자는 결국 자신이 만든 도구에 의해 다시 만들어진다”고 경고했다. 기술의 진화는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으며,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부모 세대의 경험보다 훨씬 더 예측 불가능하게 변화할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AI 같은 첨단 디지털 도구를 무조건 통제하고 멀리하게 하기보다는, 새로운 도구를 주체적으로 수용하고 기술을 올바르게 다스리며 함께 진화할 수 있는 자생력을 길러주는 역할이 시급하다.
■ 깜깜한 터널을 헤쳐 나갈 아이들의 영원한 성장 동반자
돌이켜보면 우리 어른들 역시 앞날이 불투명하여 늘 깜깜한 터널을 헤쳐 나가기 위해 불안해하고 몸부림치던 청소년 시절을 겪어냈다. 자녀와 부모의 관계는 세대를 불문하고 참으로 어렵고 명확한 정답이 없다. 하지만 과거의 일방적인 지시와 훈육에서 과감히 벗어나, 급변하는 이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함께 탐구하고 성장하는 동반자적 문화'를 가정에서부터 만들어간다면 그것이 가장 확실한 해답이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기술에 휘둘리는 유약한 피조물이 될지, 아니면 기술을 디딤돌 삼아 더 높은 차원으로 세상 변화를 주도하는 주역이 될지는 결국 부모가 열어주는 호기심의 지평에 달려 있다. 다행히 우리 중랑구에는 내 자녀만을 위한 요구를 넘어 공동체 모두를 위한 상생의 교육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열정적인 학부모님들과 주민들이 계시기에 지역 교육의 미래는 매우 밝고 든든하다.
"중랑구에 머무르며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학부모님들의 깊은 신뢰와 성원에 부응하여, 중랑구 역시 아이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탄탄한 교육적 토대를 지속적으로 다져나가고 있다. 가정과 지역사회가 따뜻한 한마음이 되어 아이들의 영원한 성장 동반자가 되어줄 부모님들의 아름다운 여정을 언제나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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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해 룡 |
(전) 용산철도고등학교, 중화중학교, 태릉중학교 교장 (전) 서울특별시북부교육지원청 교육장 (현) 서울글로컬교육연구원 이사 (현) 중랑구 제2방정환교육지원센터 센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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