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컬럼 : 선종복
전쟁의 폐허 속에서 아무런 자원도 없던 나라가 한 세대 만에 세계적인 경제·문화 강국으로 우뚝 선 기적. 이 경이로운 역사 뒤에 단 하나의 원동력이 있었다면 그것은 단연 '교육'이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교육의 힘이다. 인재를 키워 국가의 기틀을 세우고, 배움의 열정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나라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최근 나라 곳곳에서 들려오는 경제적 효율성의 목소리가 기어코 이 성장의 뿌리이자 교육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재정 당국을 중심으로 한 일각에서 "학생 수가 줄어드니 초·중·등 교육에 들어가는 예산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대폭 줄이거나 대학 등으로 전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연일 펼치고 있다. 그럴듯해 보이는 이 주장은 눈앞의 숫자만 보고 미래의 가치는 보지 못하는 지극히 근시안적인 '경제적 산수'에 불과하다.
단언컨대 교육은 학생 수에 비례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단순 제조업이 아니다. 학생 수가 절반으로 준다고 해서 학교 건물 유지비가 절반이 되지 않으며, 교실의 불을 반만 켤 수도 없다. 오히려 지금 우리 교육은 단순한 양적 성장을 넘어,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질적 대전환'이라는 또 다른 역사적 변곡점에 서 있다.
지금 우리 교육 현장이 마주한 과제들을 보라.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비롯한 미래형 에듀테크 인프라 구축, 노후화된 학교 시설을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바꾸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그리고 국가적 당면 과제인 유보통합과 늘봄학교의 안정적 정착까지. 이 모든 미래 교육의 청사진은 결국 막대한 재정적 뒷받침 없이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신기루일 뿐이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교육이 교사 한 명이 수십 명의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주입하는 '규모의 경제'였다면, 미래의 교육은 개개인의 특성과 역량을 극대화하는 '개별 맞춤형 교육'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실의 첨단화, 교원의 전문성 개발, 그리고 촘촘한 학교 안전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학생 수가 줄어들수록 오히려 학생 한 명에게 투입되는 교육의 밀도는 더욱 높아져야 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재정 역시 더욱 공고해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과거 우리가 가난을 이겨내고 오늘날을 일군 것이 교육의 힘이었듯, 다가올 인구 절벽과 4차 산업혁명의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갈 유일한 열쇠 역시 교육에 있다. 교육 예산을 줄이는 것은 당장 예산 장부상의 적자를 메우는 임시방편은 될지언정, 10년, 20년 뒤 국가 경쟁력의 파산을 불러오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해 공교육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 재정 당국은 교부금을 단순한 '지출'이 아닌 국가의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것이 교육의 힘이라면, 내일의 대한민국을 살릴 것 역시 교육의 힘이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교육의 숭고한 가치를 단 한 세대의 경제적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가장 위대한 유산은 예산 절감의 영수증이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 환경 속에서 마음껏 꿈을 펼친 인재들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냉철하고 장기적인 안목을 촉구한다.
발행인 선종복(서울교육삼락회회장, 前 서울북부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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