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도교사 1만 명 양성 및 AI 보편교육 정책 과제... 디지털 과의존·격차 우려 속 현장 대책 시급

지난해 8월 4일, 국회 본회의는 AI디지털교과서(AIDT)의 법적 지위를 '교과용 도서'에서 '학습지원 소프트웨어(교육자료)'로 격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야심 차게 도입된 지 불과 한 학기 만의 일이었다. 실제로 2025년 1학기 전국 초중고의 AIDT 채택률은 약 33%에 그쳤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 씁쓸한 경험 직후에도 태블릿을 거둬들이는 대신, 오히려 판을 더 키우고 있다. 오는 6월 23일부터 8월 7일까지 전국 초·중등 교원 1만여 명을 대상으로 '2026년 AI 활용 선도교사 양성 연수'를 실시하고, 초등 5·6학년과 중학교 2학년에게는 1인 1기기를 보급한다. 왜일까. 답은 "실패한 것은 기기 보급 자체가 아니라, 기기를 던져주고 알아서 쓰라고 했던 방식"이라는 데 있다.
○ [무엇이 달라졌나 — 기술이 아닌 '사람'에 건 승부수]
이번 연수는 전국 6개 권역에서 총 1만 268명(초등 44%, 중등 56%)의 교원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기존 연수가 에듀테크 도구의 단순 기능 익히기에 치중했다는 현장 의견을 수렴해, 2026년에는 '교원 AI·디지털 교육 역량체계'를 새롭게 적용하고 교과 모듈형 연수 과정으로 고도화했다. 연수운영 기관도 권역별 교원양성지원 대학 중심의 컨소시엄으로 재편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연수 과정은 '기본-집중-공유' 3단계로 편성됐다. 기본과정은 AI 교육과 윤리·역량체계 이해, 집중과정은 교과별 AI 활용 수업 설계와 데이터 분석, 마지막 공유과정(5시간)은 선도교사들의 우수 수업 사례 공유 콘퍼런스로 구성됐다. 함께 추진되는 '2026년 AI 보편교육' 정책은 인프라 고도화가 골자다. 초등 5·6학년과 중학교 2학년 1인 1기기 보급, 학교 네트워크 10G급 고도화, 디지털 튜터 2,000명 배치 및 1,500명 추가 신규 양성이 핵심이다.
교육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이 AI 기술 자체보다 '인간 중심의 학생 성장'을 명확한 목적어로 설정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준다. AI는 학생의 학습 속도와 이해도를 실시간 진단하는 보조 수단에 머물고, 교사는 그 진단을 바탕으로 정서적 교감과 서·논술형 피드백에 집중하는 구조다. 실제로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발표한 OECD 교원 국제비교 조사(TALIS 2024)에서 '수업계획 수립에 AI가 도움이 된다'는 문항에 한국 교사의 78.4%가 동의해 OECD 평균(53.0%)을 크게 웃돌았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인공지능이 보편화된 시대를 맞이하여, 교사가 인공지능 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우수한 품질의 선도교사 연수를 운영하여 현장의 변화를 주도할 교사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 [그럼에도 남는 물음표 — 과의존·격차·행정 부담]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어린 나이부터 1인 1기기에 노출되면 디지털 기기 중독, 수면 부족, 깊은 읽기 능력 저하가 심화될 수 있고, AI 생성형 답변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비판적 사고력이 오히려 퇴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격차도 문제다. 대도시는 고성능 인프라 활용이 쉽지만, 농어촌 학교는 기기 보급 이후 유지보수와 가정 내 학습 환경 차이로 새로운 격차를 겪을 수 있다. 디지털 튜터 2,000명도 전국 1만여 초·중학교에 분산되면 학교당 평균 0.2명 수준에 그쳐, 실질 지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언급한 AIDT의 지위 격하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학교 현장은 이제 무조건적 도입이 아니라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교장 재량으로 자율 선택해야 하고, 수행평가 시 AI의 무단 활용·표절·개인정보 유출 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리 기준도 시급하다.
결국 관건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전문가들은 교사의 교육과정 재구성 자율권 보장, 표준화된 AI 윤리·평가 가이드라인, 지자체·지역 대학 협력을 통한 격차 해소, 디지털 튜터 운영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4대 과제로 꼽는다. "AI가 교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잘 활용하는 교사가 그렇지 못한 교사를 앞서가며 교실의 질적 변화를 주도한다"는 것이 이번 정책의 핵심이다. AIDT의 좌초가 남긴 교훈, 즉 기술을 던져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이번 선도교사 연수가 얼마나 체화하느냐에 1만 명 교사의 성패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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