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삼촌, 일곱째 증손녀
안 보인다 어디 갔나극한 폭염에
해뜨기 전
밭 풀 매는 중
_안정선
「일탈」은 나뭇가지마다 앉은 새들을 한 가족으로 바라보는 따뜻한 상상력 위에, 폭염 시대 농촌의 현실을 절묘하게 겹쳐 놓은 작품입니다.
"다섯째 삼촌, 일곱째 증손녀 / 안 보인다 어디 갔나"
는 새들을 가족 구성원처럼 호명하며 정겨운 분위기를 만듭니다.
독자는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 새들의 행방을 궁금해하게 되고, 제목「일탈」은 잠시 무리를 벗어난 듯한 긴장감을 형성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극한 폭염에 / 해뜨기 전 / 밭 풀 매는 중"
에서 작품은 의외의 방향으로 의미를 전환합니다.
보이지 않는 이유는 규칙을 어긴 일탈이 아니라, 더위를 피해 새벽부터 생업에 나선 노동 때문입니다.
여기서 '일탈'은 공동체를 떠난 행동이 아니라 삶을 지키기 위해 일상의 시간표를 벗어난 선택으로 새롭게 해석됩니다.
사진 역시 이러한 의미를 잘 뒷받침합니다.
수많은 새들이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드문드문 비어 있는 공간은 '안 보인다'는 시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고, 독자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사정을 상상하게 됩니다.
다만 '일탈'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이거나 규범을 벗어난 행위를 먼저 연상시키는 단어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그 의미를 뒤집는 반전 효과가 있지만, 독자에 따라서는 제목이 다소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반전의 힘과 시대성을 갖춘 작품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새들의 아침 풍경을 통해 폭염 시대의 노동과 생활의 지혜를 담담하게 드러내며, 유머와 현실 인식을 함께 품은 디카시로 읽힙니다.
특히 제목 하나만 바뀌었을 뿐인데 독자의 해석 방향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제목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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