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뉴스온신문 | 안재민 (경제 전문기자·디지털팀장)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 체계를 20여 년 만에 뿌리째 뜯어고친다. 그동안 세금 부담을 갈랐던 '주택 수' 기준을 없애고, 2028년부터는 '주택가액'과 '실거주 여부' 두 가지만으로 세금이 결정된다. 실거주 1주택자는 세 부담이 줄어드는 반면,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주택 보유자에게는 사실상 세금 폭탄이 예고됐다.
핵심은 "집은 사는(buying) 게 아니라 사는(living) 곳"
재정경제부는 지난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세제개편안'을 의결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주택은 투자 대상이 아니라 거주 공간이라는 원칙 아래, 거주 중심의 주택시장이 자리 잡도록 부동산 세제를 손질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이번 개편의 가장 큰 변화는 '똘똘한 한 채' 전략의 종말이다. 그동안 다주택자보다 유리했던 초고가 1주택 보유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도록, 세금 산정 기준을 보유 주택 수가 아닌 전체 주택가액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실거주 1주택, 공제 14억으로 확대…20억까지는 '안심'
1세대 1주택 실거주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현행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상향된다. 시가로 환산하면 약 20억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상위 2% 수준인 시가 20억원이 넘는 거주용 주택에 대해서만 종부세가 부과되며, 서울·수도권 중심으로 약 36만 호가 과세 대상이 될 전망이다.
반면 실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오히려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아진다. "살아야 공제받는다"는 원칙이 명확해진 셈이다.
40억 넘으면 세율 최대 2배…비거주 주택은 최대 10배 폭탄
시가 20억~40억원대 주택은 종부세가 소폭 줄거나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지만, 시가 40억원을 넘는 초고가 주택부터는 세율이 최대 2배 가까이 뛴다. 실거주 주택이라도 시가 30억원부터는 종부세 부담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40억원 이상부터는 중과세가 적용된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비거주 고가주택이다. 2028년 보유공제가 완전히 폐지되고 거주공제 중심 체계로 전면 전환되면서, 시가 20억원이 넘는 비거주 1주택의 종부세는 내년 4배 이상 뛰고, 장기적으로는 최대 10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관측된다.
2028년부터는 주택 수와 무관하게 0.5%~5.0%의 단일 세율표가 적용되며, 94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주택의 세율은 현행 2.7%에서 5%로 대폭 인상된다.
다주택자·고령자는 어떻게 되나
여러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는 현행 합산 공제 체계를 유지하되, '4억원 + 거주주택 비중'을 반영한 새로운 기본공제 산식이 적용된다. 종부세 과세표준 산정에 쓰이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순차적으로 인상될 예정이어서, 다주택자의 실질 부담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령자나 장기 거주자에 대한 배려도 담겼다. 고령이거나 오랜 기간 실거주한 1주택자에 대해서는 종부세 납부유예 제도를 확대 적용해, 당장 현금이 부족한 은퇴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시장에 미칠 파장은
이번 개편으로 '한 채라도 비싸게'라는 기존 부동산 투자 전략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대신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는 '알맞은 한 채' 전략으로 시장의 무게중심이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 수요 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비거주 고가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시장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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