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사회 주거복지 관점에서 바라본 부동산 세제 개편 방향

글 선종국(한국주거복지사협회 회장, 경민대학겸임교수)
"주거복지는 국민이 평생 살아온 집에서 존엄한 노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사회안전망이다. 부동산 세제 역시 이러한 주거복지 철학 위에 설계될 때 비로소 국민의 깊은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부동산 세제, 투기 억제 넘어 고령사회의 주거복지 정책이어야
정부가 최근 발표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조세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부동산을 통한 과도한 투기를 억제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정책 방향에는 많은 국민이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세제는 단순한 조세 수입이나 시장 조율 정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에서는 세제 개편을 '주거복지 정책'의 관점에서도 함께 바라보아야 한다.
오늘날 우리나라 고령층 상당수는 평생 한 채의 집을 마련하기 위해 땀 흘려 살아왔다. 은퇴 이후에는 근로소득이 끊기고 국민연금이나 소액의 퇴직연금에 의존해 생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집값 상승으로 공시가격이 오르면 실제 소득 증가와 무관하게 보유세 부담이 눈덩이처럼 늘어난다. 결국 '집은 있지만 당장 쓸 현금이 부족한' 이른바 자산부유-현금빈곤(Asset Rich, Cash Poor) 고령층이 양산되는 구조다.
주거복지 현장에서 만나는 수많은 어르신들에게 집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이웃과 정을 나누며 살아온 삶의 역사이자, 지역 공동체의 기반이다. 더욱이 장기 실거주자의 입장에서 집값 상승은 본인의 노력이 아닌 시장 변화와 거시 경제의 결과일 뿐, 실제 소득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획일적인 세제 적용은 평생 성실하게 살아온 장기 실거주자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낸다.
물론 투기 목적의 다주택 보유나 단기 거래에는 엄정한 과세가 필수적이다. 이는 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청년과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다. 그러나 투기 차단이라는 명목 아래 평생 한 채의 집에서 살아온 은퇴자에게까지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조세 정의의 또 다른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다.
이제 부동산 세제의 기준은 '몇 채를 보유했는가'라는 양적 기준을 넘어 '어떻게 보유하고 어떻게 살아왔는가'라는 질적 맥락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장기 실거주 여부, 연령, 소득 수준, 실제 생활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세제야말로 국민이 체감하는 참된 공정이다.
이를 위해 주거복지 관점의 세제 보완책이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장기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액공제 폭을 대폭 확대하고, 일정 연령 이상의 고령자에게는 보유세 납부를 주택 처분이나 상속 시점까지 유예해 주는 '보유세 납부유예제도'를 더욱 폭넓게 적용해야 한다. 아울러 주택연금과 연계한 세금 납부 방식 도입이나 재산세를 포함한 납부유예제도의 단계적 확대도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선종국(한국주거복지사협회 회장, 경민대학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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